Densen B-175 Plus 현상은 본질의 매개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덴센의 절묘함
월간오디오 2019-05-14 15:53:26

 

정갈한 매무새의 덴센 앰프를 보고 있노라면 덴마크가 지금의 위치보다 훨씬 북쪽에 자리한 나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린란드가 덴마크의 자치령이었으니 전혀 착각은 아닌 듯하다.
B-175 플러스는 아노다이징 코팅 처리된 블랙 색상의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표면 가공과 도장이 가해지지 않은 실버 색상의 장방형 섀시가 더 인상적이며, 전면 패널의 누름단추와 상단의 히트 싱크까지 완벽한 대칭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차가운 은색 지각(地殼) 아래에는 테플론 서킷 보드에 마운팅된 750VA 용량의 검정색 트랜스포머와 130,000㎌ 급 커패시터, 200 스텝의 볼륨부와 0.1% 오차 범위의 비쉐이 저항 등이 배치되어 있어 온갖 광물이 그득한 마인크래프트의 광산을 보는 듯하다. 이 회로의 증폭부는 B-350 플러스 모노블록 파워 앰프에서, 볼륨부는 B-250 프리앰프에서 가져온 것이다. 높은 부하에서 열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장방형 섀시의 헤어라인 안쪽으로 히트 싱크를 배치했다.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전원을 넣은 채 20년 동안 고장 없이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음반에 담긴 신호가 소스기기와 케이블, 앰프를 거쳐 스피커의 멤브레인까지 도달할 때까지 어떤 불순물이 섞이지만 않는다면, dB이 높은 대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는 적당한 출력의 앰프에도 시간축 불일치나 저음의 과잉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필자는 운 좋게도 라톡 RAL-RbOSC1K 루비듐 클록 제너레이터에 연동한 RAL-DSDHA2 DAC, 그리고 덴센의 전원부 분리형 B-475 슈퍼 레게라 CD 플레이어에 1조의 덴센 앰프로 이 가설을 확인한 바 있다. 필자가 B-175 플러스 같은 덴센의 상급기를 쓴다면 양질의 케이블과 소스기기를 사용하라고 극구 권하는 이유다.


제작자 토마스 실레센은 시청을 위해 좋은 녹음과 나쁜 녹음을 같이 사용해 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필자는 귀를 괴롭히고 싶진 않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2로 사운드를 들어 보면 이 앰프가 스피드와 파워의 절묘한 변곡점 상에 위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오라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 CD 플레이어에 마그낫의 저가형 대형기 트랜스펄스 1500과 중가형 톨보이 시그너처 1105를 번갈아 들어 보았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가 독주 바이올린을 잡은 ‘Sonatori De La Gioiosa Marca’의 비발디 사계에선 대형 궤짝 트랜스펄스 1500을 절차탁마해 덴센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모습이 압권이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육중한 음색도 아니요, 그렇다고 텍스처의 두께감까지 희생해 디테일만을 추구하지도 않았다. 물론 시그너처 1105와 매칭 시에는 한결 더 정교한 포커싱과 섬세한 레이어링이 일품이었다. 외면에서 느껴지는 인상처럼 덴센의 사운드는 질박하다. ‘현상은 본질의 매개다’라는 헤겔 철학의 금언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20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250W(4Ω)   주파수 응답 2Hz-500kHz(+0, -3dB)   THD+N 0.05% 이하   크기(WHD) 44×6.4×31cm   무게 16kg 

 

 

 

<월간 오디오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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