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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 : 의미와 전망
신용경제 2017-07-10 17:30:05

 

 

지난 6월 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파리협정의 재협상을 시도하되 재협상이 무산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파리협정은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실패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으로 197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합의한 보편적인 기후대응 체제이다. 선진국만 참여했던 과거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 하에서는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참 여한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적 리더십이 파리협정 출범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후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캡처.JPG

최원기 교수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파리협약 탈퇴 선언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하에서 미국이 약속한 모든 기후변화 대응 조치와 행동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파리협정 하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2005년도 기준 2025년까지 26~28% 감축)의 이행을 중단하고, 기후변화 국제기구, 특히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에 대한 분담금 30억불 중 아직 남아 있는 20억 불 납부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의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파리협정 탈퇴의 주된 이유는 미국이 파리협정 하에서 이행하기로 한 26~28%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이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 그리고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 부담이다.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서는 2025년까지 2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철강, 시멘트, 석탄 등 각종 제조업의 생산력 저하가 야기되는 등 미국 제조업의 위축과 일자리 축소 등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석탄과 같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의 개발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는 반면,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파리협정 하에서도 ‘자유롭게’ 석탄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파리협정은 미국의 에너지 주권을 제약하는 ‘불공정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파리협정을 탈퇴한다고 공언했지만,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모건스탠리와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액슨 모빌이나 셸조차도 파리협정탈퇴 반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정작 미국의 시민사회와 주요 민간 기업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바로 탈퇴가 가능한가? 2016년 11월 4일 발효된 파리협정의 당사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파리협정이 발효한 지 3년이 경과한 이후 탈퇴 의사를 서면으로 유엔사무총장에게 기탁해야 하며, 탈퇴 의사 기탁 후 1년이 경과해야 탈퇴의 국제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다른 방법은 파리협정의 母협정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탈퇴하는 당사국은 파리협정에서도 탈퇴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1년의 기간이 걸린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이러한 탈퇴 절차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실제적으로는 앞으로 4년간 파리협정 당사국 지위는 계속 유지하게 된다. 즉,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는 미국의 파리협정 상의 당사국 지위 이탈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국내 행동계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기후변화 관련 대개도국 재정지원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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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협소한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 배경에는 그 명분으로 제시한 파리협정 이행이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과 부담에 대한 고려보다는 스티브베넌 수석 전략가 등이 주장한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국내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즉, 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고,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최악의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의 반 기후적인 선거공약을 이행함으로써 석탄 등 전통 에너지, 인프라, 및 건설 산업,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한 블루칼라 노동자층 등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바마 전 행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을 규제할 목적으로 도입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전면 백지화 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향후 국내적으로 反기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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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미국도 파리협정 서명을 거부한 니카라과 나 시리아와 같은 ‘기후변화 불량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연방 국가인 미국의 환경 관련 정책이나 기후변화 대응은 연방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개별州정부와 시장에서의 민간기업의 활동, 또는 사법적 소송 등을 통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상향적 방식(bottom-up)을 통해 연방정부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행위자의 대응이 어떠한가가 미국 사회의 전반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 연방정부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주요 州정부와 도시 등 지방정부, 미국의 주요 민간기업, 기후변화 관련 시민단체 등 미국 사회의 주요 행위자들은 트럼프에 맞서 미국의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미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등 12개 州정부는 ‘기후 동맹(United States Climate Alliance)’을 결성하고, 파리협정의 이행과 미국의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또한,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뉴욕시장은 주요 州정부, 주요 도시 및500여 개의 민간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는 ‘미국의 약속(America’s Pledge)’ 포럼을 구성하고, 트럼프가 아닌 미국 사회의 파리협정 이행 노력을 위한 범국민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은 오히려 미국 사회 내에서 광범위한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발하였고, 향후 이러한 움직임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들이 미국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상관없이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U, 중국, 인도 등 주요국들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미국의 입장 변화와 상관없이 파리협정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속할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파리협정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파리협정이 197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5년여에 걸친 협상을 통해 도출되었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의 첨예한 이해를 반영한 고도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일방적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EU, 중국, 인도 등 주요국들은 파리협정의 불가역성(irreversible)을 강조하면서 재협상 수용가능성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국의 이러한 파리협정 이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의 파리협정 이행 중단결정은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약화시키고, 파리협정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있기 당장 추가로 파리협정을 이탈하려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각국 내에서 파리협정 이행에 반대하는 정치세력 및 기업 등의 반발과 목소리는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GCF에 대한 자금공여 중단으로 인해 개도국의 파리협정 참여에 필수적인 기후재원 확보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점이다. 파리협정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 개도국은 선진국으로부터의 재정, 기술, 능력배양 등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데 미국의 기후변화 재정지원 중단 선언으로 인해 파리협정이행 의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지금 한창 진행 중인 파리협정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우려스럽다. 작년 11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2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2)에서 본격 개시된 파리협정 이행방안 마련을 위한 후속 협상은 지난 5월 8일~18일 독일 본에서 기술적 논의를 중심으로 한 실무 협상 회의가 개최되는 등 201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그동안 파리협정의 도출과정 및 후속 협상에서 한 축을 형성하면서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성이 급격히 약화되는 등 후속 협상의 타결 전망 또한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파리협정 당사국 지위는 트럼프 재임 기간 유지되고, 미국은 향후 에도 후속 협상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나, 파리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미국이 파리협정 후속 협상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내거나 협상의 핵심 축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선도적 대응 노력을 지속해왔으며,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매우 야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모범적 실천 노력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배출권 거래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고,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설립, 녹색기후기금(GCF)의 송도 유치 등 국제적으로도 매우 적극적인 기후변화 국제협력을 추진해왔다. 새로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석탄화력 발전 및 원전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라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에너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국제사회의 대세로 굳혀지고 있는바, 우리는 기존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및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성실하게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약력 _ 美 워싱턴 대학교 정치학 박사 / 現 국회기후변화포럼 연구위원, 유엔 기후변화 협상 정부대표단 외교부 자문,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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