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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 부족을 없애는 비(雨)술
신용경제 2017-08-03 13:44:08

 

한무영 교수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우리나라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많다. 하지만 물이 부족함을 판단하는 것은 그 절대량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연봉이 1억인 사람도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보다 연봉을 훨씬 덜 받아도 불편 없이 저축도 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부족이고, 수입보다 지출이 적으면 풍족이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이라고 하는 것은 오는 빗물(수입)은 다 버리고, 있던 재산(지하수)을 다 까먹고, 물을 많이 사용해서(물 낭비) 그런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답은 있다. 상식에 따라 물을 보는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빗물은 돈이라는 생각,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에서 물 풍족 국가로 나아가게 하는 비술(秘術)이 될 것이다.

 

 

팔당댐에서 버리는 금쪽같은 물
최근 중부지방에 많이 내린 비로 인하여 팔당댐에서는 초당 3,500톤의 빗물을 버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물보라가 치는 장관을 보여주기도 하고, 잠수교의 수위가 올라교통 통제를 걱정하지만 아무도 그 물을 왜 버리는지, 아깝지 않을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로 전 주에는 가뭄에 엄청나게 애를 태워 기다리던 금쪽같은 물인데 말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엄청난 집단적 건망증을 말해준다. 초당 방류량(3,500톤/초)에 하루 86,400초(60초X60분x24시간=86,400초)를 곱하면 하루에 3억 톤의 빗물을 버리는 셈이다. 수돗물 값으로 환산하면 매일 3천억 원이다.
이러한 방류를 열흘쯤 한다면 9억 톤의 물, 3조 원어치를 내다 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다 버리고 나서 내년 봄에는 또 가뭄 타령을 할 것이다. 왜 아까운 빗물을 팔당댐에서 버리고 있는가? 팔당댐 수위를 높이면 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상류 유역이 침수되거나 댐이 터질 것 같아서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반 시민이나 초등학생들도 그 해답에 동의하지 못한다. 그토록 애타게 내려달라고 빌던 하늘의 선물인 빗물을 어쩔 수 없이 버려야만 하는 이유는 물을 받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작기 때문이다. 만약 하천주위에 비싸고 큰 주머니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면, 다른 값싸고 작은 주머니를 유역 전체에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는가? 또는 빗물이 한꺼번에 내려와서 그렇다면, 천천히 나오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논과 같이 넓은 지역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 국토에 작은 둠벙이나 자연 친화적 저류지를 만들고, 지붕면이 넓은 관공서나 학교, 비닐하우스 등에서 빗물을 받도록 하고, 하천에서 물이 천천히 나가도록 만들면 팔당 댐의 몇 배 이상의 부피를 담을 주머니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8억 톤의 물이 부족하다는 전망을 한다. 한강유역의 팔당에서 최근 3일 동안 버린 빗물의 양이 9억 톤이라는 것을 보면 그 정도는 쉽게 모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강에서 버리는 빗물만 잡으면 물 부족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물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쓰는지도 모르는 가난뱅이

우리나라는 정부나 일반인이나 모두가 물 부족 국가라고 알고 그렇게 교육 및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루에 물을 몇 ℓ를 쓰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그수치가 많은지 적은지는 비교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가장 절약하기 쉬운게 무엇인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은 안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처지는 가난뱅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어디에 돈을 얼마나 쓰는지도 모르고 규모없이 쓰는 철부지 가장과(정부) 그 식솔들(국민)과 같다.

 

 

얼마나 물을 많이 사용하는지는 인구 한사람 당 하루에 몇ℓ를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일인일일 물 사용량 (LPCD: Liter Per Capita Day) 이라는 수치를 가지고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 관리 전문가나 정책담당자에게 물어보자. 아마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알았더라면 이 수치를 줄이기 위해 모든 정책의 목표로 삼고, 예산을 투입하고, 그 실행 여부를 점검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14년 국민 일인일일물 사용량 수치는 282ℓ다. 이 수치는 선진국보다 두세배 많은 수치이다. 과거에는 물 사용량이 많아야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일인일일 물 사용량이 150에서 350ℓ까지도 올라간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물의 효율적 사용, 절수기기의 발달, 시민의식의 발달등으로 물을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새로운 추세이다. 가령 호주의 브리즈번 등 여러 도시에서는 2000년 대 이전에 하루 일인 당 300ℓ정도 쓰던 것을 2000년대 들어 극심한 가뭄을 겪어서, 시민들과 정부가 합심하여 지금은 140ℓ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서 가장 많이 줄여야 하는가? 비용대비 효과를판단하여 LPCD를 줄이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를 잡아야 할 것이다. 아마 여기서도 우리나라의 물 전문가·정책가는 모르는 척 하고 있는 듯하다. 집에서 가장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수세 변기이다. 기존의 수세식 변기는 한번 누를 때마다 12ℓ정도 들어간다.
하루에 몇 번 누르는가를 보면 수세 변기로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 있다. 휴지를 버리거나 담배꽁초를 넣고 누르는 것까지 포함해서 하루 10번 누른다고 하면 하루에 120ℓ의 가장 깨끗한 물이 가장 더러운 물로 바뀌는 셈이다. 한번 누를 때 4ℓ를 쓰는 초 절수 수세 변기로 바꾸면 하루에 한사람 당 80ℓ를 절약하는 셈이다. 수세 변기 교체를 빼고 물 절약을 운운하는 것은 큰 것은 버리고, 작은것만 찾는 어리석음과 같다.

이 밖에도 물 사용량을 줄이는 사회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막연하게 물 절약을 하자고 외치는 것이 아니고, 목표연도와 목표 수치를 정해서 정책과 예산, 그리고 모니터링을 하여 상벌을 내리는 것이다. 2020년까지 200ℓ로 줄이자고 하는 것은 실현성이 있는 목표일 것이다(2020-200).
주승용 의원이 대표의원으로 활약하는 국회의 물관리연구회에서 이러한 구호를 만들어 물 절약을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 새로 짓는 프레스 센터에는 여러가지 물 절약 장치와 빗물을 모아서 화장실 용수나 연못용수로 사용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것을 벤치마킹하여 행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먼저 솔선수범하여 물을 절약하고 빗물을 활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물 관리의 철학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으고, 물을 절약해서 쓴다면 우리나라는 금방 물 부족국가라는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을 실천하는 데는 커다란 기술이나 예산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올바른 철학이나 방향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첫째, 빗물은 돈이다. 이와 생각으로 빗물이 떨어진 자리근처에 모아서 쓰던지, 아니면 땅속에 침투시키고 남는 것만 하천으로 내보내도록 하자. 국토의 전역에 작은 주머니를 만드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홍수가 방지되고, 물 부족도 해소되며, 지하수도 보충할 수 있는 다목적의 사업이된다. 선(線)으로 이루어진 하천에서 물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면(面)으로 이루어진 국토의 전체 유역에서 비용이 적게 들고, 유역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둘째, 빗물은 위에서 받자. 물론 댐도 빗물을 모으는 시설이다. 하지만 산 위에서 내린 빗물을 아래로 흘려 내린 후 댐에서 받게 되면 손해이다. 위치에너지를 잃게 되고, 땅을 흘러내려 가면서 온갖 오염물질이 들어가게 되니 수질이 나빠진다. 댐에 모인 물을 다시 산 위로 보내려면, 수처리와 운반을 위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따라서 ‘빗물, 밑에서 모으면 적자, 위에서 모으면 흑자’라는 말이 나온다.
산의 경사면에 계단식으로 논을 만들어 빗물을 모으는 것이나 논의 주위에 둠벙을 만드는 것, 이 모두가 위에서 작은 시설을 여러 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나라 삼천리금수강산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그 반대로 에너지를 이용하면 된다는 자만에 의해, 홍수, 가뭄, 지하수고갈, 수질오염 등 엄청난 물 문제를 겪고 있다.
셋째, 물 절약을 생활화하자. 평소에 물을 절약하면 강에있는 물을 덜 가져다 쓰기 때문에 절약한 만큼 농업용수 등에 쓸 수 있고, 가뭄에 고통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어느 한 주머니에서 빼가는 것을 줄이면 전체 주머니에 남는 물이 많아져서 다른 곳에 쓸 물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물 절약을 해보자. 교육이나 홍보를 통하여, 그리고새로운 절수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여기에 IT를 접목시켜 관리하면 큰 불편함이 없이 물을 절약할 수 있다. 2020년까지 200ℓ로 줄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현재 담당자가 못하겠다면, 사람을 바꾸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맡기자. 전 국민이 박수를 치면서 지원하자. 그러면 이 목표는 달성된다. 그러면 물 관리 부족국가나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전 국민이 다음의 구호를 함께 외칠 것을 제안한다.

 

비돈비돈~~ 비돈돈~

2020~~ 200~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 석사,
美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 공학박사/ 前 한국건설기술 연구원 환경연구실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환경문화복지 위원장/ 現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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