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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似而非)와 위대(偉大)한 모방의 차이 : 사기종인(舍己從人)의 경영
신용경제 2017-09-06 10:21:45

우리는 무엇을 가리 킬 때 진본이 아닌 것을 사이비(似而非)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사이비라는 단어를 가짜라는말 의 의미로 사용한다.
즉 사이비(似而非)는 직역하자면 비슷하지만, 진짜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맹자의 진심장에 보면 맹자가 얼마나 사이비를 미워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惡似而非者 오사이비자하노니
惡莠 오유는 恐其亂苗也 공기란묘야요
惡紫 오자는 恐其亂朱也 공기란주야라
비슷하면서 아닌 것을 미워하노니 가라지를 미워함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이고, 자주색을 미워함은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라
- 진심장下 37장 中

 

 

사이비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처럼 비슷하게 보임으로써 사람들을 현혹하고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물건이나 사람을 우리는 사이비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만드는 것을 모두 사이비라고 손가락질하며 그 내용을 폄하하고 미워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이 어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어떤 일을 해낼 때 그 제품 혹은 일이 그 사람이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originality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업적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맹자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모두 폄하했을까? 재미있게도 맹자는 정반대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준다. 맹자는 순임금을 가장 위대한 임금이라고 높이며 그 위대함의 근원이 舍己從人(사기종인)의 정신에 있다고 가르친다. 舍己從人(사기종인)의 정신이란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취한다는 것이다.
맹자에 따르면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훌륭한 것을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제안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혁신의 씨앗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시작한 일들을 관찰해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순임금의 위대하심은 자신의 것보다 더 나은 점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면 바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취함으로써 항상 최선의 정치를 하셨다는 점이다.

 

 

大舜 대순은 有大焉 유대언하시니
樂取於人而爲善 낙취어인이위선이러시다.
自耕稼陶漁 자경가도어로 以至爲帝 이지위제히
無非取於人者 무비취어인자러시다
순임금은 위대한 면이 있으셨는데 남에게서 취해서 선을 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밭 갈고 곡식 심으며 질그릇 굽고 고기 잡을
때로부터 황제가 됨에 이르기까지 남에게서 취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 공손추장上 제8장 中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다른 사람의 것을 마치 자신의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사이비이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취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것은 위대한 모방이다. 즉,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취해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더 큰 혜택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위대한 모방이다.
위대한 모방의 대표적인 사례엔 최초로 본격적인 저가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사를 들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1년 첫 취항 이후 저가항공사의 시대를 열며 항공 산업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경쟁사로 삼은 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항공사들이 아니라 놀랍게도 북미 버스 시장을 주도하던 그레이하운드(Greyhound) 버스였고 이를 철저하게 모방했다. 기존의 항공사들은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하여 운항로를 설정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거리 지점별(point to point)이라는 버스 운행 방식을 모방하여 운항 구조를 단순화하고 화물 환승 시간과 복잡성을 제거함과 동시에 허브 공항으로부터 탈피하여 공항세를 획기적으로 축소했다.

 

 

또한, 단일 항공기 모델을 사용하여 장비 구매 및 유지비용, 인사 및 승무원 교육비용을 절감했으며 비행기가 더 자주,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운항의 유연성을 높였다.
이러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업모델은 고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으며 이후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을 전체 항공 시장의 1/3 규모로 확장하는 데 일조하였다.
이와 같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을 보며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노하우를 가열차게 모방하기 시작한다.
스피릿에어라인스(spirit airlines), 스카이버스(skybus) 등과 같은 많은 신생기업이 제2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되겠다는 목표 하에 앞서 제시했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며 초
가 항공 경쟁의 신호탄을 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와 같은 항공사들이 우후죽순처럼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예상했다시피 이러한 항공사들은 모두 쓴맛을 보게 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우스웨스트의 모습만 보고 이를 물리적으로 자사의 사업모델에 결합하는 것은 앞서 말한 ‘사이비’의 모방과 다름없다.

 

 

이러한 가운데 제트블루(Jetblue)와 같이 사우스웨스트를 성공적으로 모방한 저가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제트블루는 사우스웨스트의 핵심 특징을 유지하는 한편,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차별화를 시도하게 된다.
창업자 데이비드 닐먼에 의해 ‘프리미엄 할인 서비스’라고 명명된 이러한 차별화는 기존의 저가항공사의 모델에서 보면 전혀 성공할 수 없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들은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비용을 절감하였지만, 제트블루는 가죽 시트에 개인용 TV스크린이 설치된 준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낮은 가격이지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차별화된 비행 경험(Flight Experience)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게 된다. 단순화된 요금 구조와 단일 기종 운행은 그대로 유지하여 저비용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누리는 모델을 통해 제트블루는 사우스웨스트와 같이 저비용을 원하지만,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대거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
버스에서 저가 항공사로, 저가 항공사에서 프리미엄 저가항공사로 위대한 모방을 거듭하며 성장한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제트블루, 그리고 단순한 사이비 모방을 통해 사라져간 수많은 저가항공사를 보며 우리는 사기종인(舍己從人)의 경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남의 좋은 점을 보고 따라 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 자신이 그러한 장점을 체화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시장에서 사이비로 사라져 갈 뿐이다. 모방이 실로 위대하게 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방을 어떻게 자사의 사업모델에 녹여내는가, 또한 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사기종인(舍己從人)에서 배울 수 있는 최선의 경영이란 바로 이러한 경영의 마인드인 것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smha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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