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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법은 없는가
신용경제 2017-10-10 11:27:39

 

지난 9월 3일 일요일의 충격은 심각하다. 73세인 리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여성이지만 공포의 인물이다. 그녀가 TV에 나올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그녀가 발표한 내용치고 충격적이지 않은 사건이 없다.
기존 5차례의 핵실험은 물론 6차 핵실험인 ICBM용 수소탄 성공을 알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반도 안보의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축하 연회에서 핵 개발자들을 치하하면서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튼튼한 자립적 경제토대가 있으며 비상한 두뇌를 가진 과학자 대군과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무장한 군대와 인민, 자력갱생의 투쟁 전통이 있기에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브레이크 없는 핵 폭주가 종착점에 도달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중함을 보였던 할아버지(김일성), 아버지(김정일)와 확연히 다른 과격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의 6차 핵실험 위력은 5차에 비해 최소 5배로 역대 최강이다. 1945년 8월 현장에서 6만여 명을 살상시킨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최소 10배다. 지난 2006년 첫 실험이후 11년 만에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핵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위기의 한반도는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첫째,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6차 핵실험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같은 한국 주도의 대북정책은 입지를 상실했다. 레드라인에 대한 해석 논란도 무의미하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6차 핵실험 이후에도 “레드라인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완성 단계의 진입을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능한 북한 위협을 평가 절하한다. 청와대의 축소 해석은 외눈박이 사고다. 문대통령의 레드라인 해석은 사실상 미국 기준이다. 한국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자체이다. 사실상 사정거리가 100km 이내인 남북한은 ICBM은커녕 단거리 미사일이면 충분한 수준이다. 미국 기준으로 한국의 안보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판단은 매우 위험천만하다.
100번 양보하여 청와대 측의 설명대로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레드라인을 밟은 것은 분명하고 이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 10여 년간 국제사회의 경고를 거듭 무시한 북한 정권에는 레드라인이란 말이 더는 위협이 될 수 없다. 향후에도 북한에 ‘레드라인’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이상주의자다. 대통령이 여전히 남북대화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주면 외교안보부처는 평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다. 좋은 정책은 유연한 정책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강화다. 6차 실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한국은 내가 말했듯북한과의 유화적 대화가 먹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 6월 말 트럼프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묵인은 했지만 동의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의 균열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세계 최강의 미국이지만 핵과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맹이라는 한국이 북한에 대응하는 전선에서 미국과 100% 함께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선택은 ‘코리아 패싱’ 전략이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이지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때만 한국의 안보를 수호하는데 미국이 동참할 것이다. 과거 격렬한 반미 시위로 미국은 필리핀에서 미군을 철수했다. 필리핀은 자주국방을 내세워 51억 달러의 국방비를 투자하는 방위계획을 수립했으나 경제난으로 포기했다. 이후 필리핀의 방위력은 중국 함정들의 단순 위협에도 변변한 대응은 엄두조차 못 내는 지경으로 추락했다. 주한 미군 역시 불변이라는 전제는 한계가 있다. 1950년 1월 미국의 애치슨 선언은 한국이 미국의 불변 방위 지역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우선 미국은 한미 간 안보동맹의 가치가 약하다면 경제동맹으로 연결시키지 않을 것이다.당연히 한미 FTA 폐기를 비롯한 경제적 독자노선의 추구가 이어질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한 패키지가 되어야 하는 점은 미·일 동맹에서 확인된다. 한미동맹은 미·일 동맹과 비교할때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에서 희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미동맹의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윈윈(win-win)전략으로 순항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은 강대국으로서 힘의 논리로 국제사회를 주도한다. 일부에서는 한중관계를 중시해서 미·중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비현실적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한미관계가 이완되면 중국은 한층 한국을 무시할 것이다. 한국의 신세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갓집의 강아지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안미경중 (安美經中)이라는 구호는 맞지 않는다. 경제와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도 없다. 안보로 무장한 일본은 중국에 당당하게 물건을 수출한다. 사드 반대로 지난 25년간의 한중관계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중국의 對 한반도 정책은 수용할 수 없다.
중국의 이해득실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국익도 중요하다. 동북 3성에 배치된 중국의 각종첨단 무기에 대해 한국이 반대는 물론 거론한 사례조차 없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자강(自强) 안보전략의 추진이다. 6차 핵실험으로 한국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사는 단계에서 등에 짊어지고 있는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책이 절박한 시점이다. 지난달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에서 양국 군인들이 몸싸움이나 투석전으로 자제하는 장면은 양측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비대칭적(asymmetric) 핵무기를 각각 보유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양측이 자제한다. 핵무기 보유의 역설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상대하는데 기존 재래식 무기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도 1단계로 지난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군 전술핵을 재반입하는 나토(NATO)형 핵공 유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유보적인 입장과 중국의 반대로 용이하지 않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의 핵무장은 상대방도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미중 양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과 이웃 인도의 1974년 핵실험 그리고 국경을맞댄 파키스탄의 1998년 핵실험은 전형적인 대응사례다. 한국이 필사적인 자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망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6·25 전쟁 직후 미군은 북한에 주둔한 150만여 명의 중공군에 맞서기 위해 전술핵을 들여왔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는1991년 9월 조지 H. 부시 당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철수 절차에 돌입했고,같은 해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한 뒤 모두 철수했다. 이에 자체 핵 개발 주장보다 현실성 있는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도 상관이 없다.
9월 12일 통과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는 수소탄 실험에도 반쪽 자리 제재로 끝이 났다. 마지막 끝장 제재를 기대했으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북핵 질주를 저지할 경제제재로 충분한지 미지수다. 미국이 비군사적 수단으로 원유공급 전면 차단을 제시할 때만 해도 북핵 해결의 변곡점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당초 미국이 회람을 돌린 13쪽짜리 유엔안보리 결의안에는 북한에 대한 초강력 제재 수단으로 꼽히는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대북 수출 중단, 외화벌이 수단인 의류·섬유제품 수출 금지, 그리고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가 포함돼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제재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알맹이는 다 빠졌다. 북한을 보호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강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석유 천연가스 금지는 단계적 금지로 절충됐다. 정제 석유제품은 연간 200만 배럴(26만t)로 제한하고 원유 수출도 현 수준으로 동결됐다.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 봉화화학공장으로 넘어가는 연간 50만t의 원유는 손도 대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서 석유제품의 절반, 원유를 포함한 전체 유류 수입의 30%가 축소된 셈이다. 최소로 원유 제재가 포함됐지만 유의미하지 않다.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에서 사라졌다. 선박제재도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기존과 같이 검색이 불가능하다. 섬유 수출 금지로 연 10억 달러의 외화 수입 축소가 핵심이다.

 

과연 북한은 미봉책으로 포장한 안보리 제재 때문에 북핵 질주를 멈출 것인가. 정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연 10억 달러의 현금과 30% 원유 수입 차단으로 군사도발을 멈추기를기대한다면 김정은의 북한 체제를 파악하지 못한 증거다. 수소탄 실험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선언한 김정은은 마이웨이식 도발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실전 배치를 위한 실험이 뒤따를 것이다. 아마도 1년 정도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다. 국제사회는 주기적으로 허둥지둥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서해 백령도 연평도는 항상 북한군 기습 점령 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을 전면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 사용을 본격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논의가 급부상할 것이다. ‘중국벽’에 걸린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절감하게 한다.
북한 도발의 최전선인 한국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제 남북관계는 9·3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재래식 무기로 방어하는 남한과의 관계는결코 대등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눈에 잘 안 보이는 안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
북한 도발의 최전선인 한국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제 남북관계는 9·3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재래식 무기로 방어하는 남한과의 관계는 결코 대등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눈에 잘 안 보이는 안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
 

 

필자약력 _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개발 석사, 美 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 응용경제학 박사/ 前
북한경제전문가 100인포럼 이사, 한국북방학회 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現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남북경제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국가혁신포럼 외교안보분과위원장,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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