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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청소년 범죄 ‘괴물’의 된 아이들
신용경제 2017-11-01 09:50:20

요즘 청소년 범죄가 심상치 않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 이어 어금니 아빠와 딸의 범행 등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로 인해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부산 여중생 사건의 재판에서 판사는 가해 여중생들에게 ‘개, 돼지도 이렇게 때려서는 안 된다’며 엄중히 꾸짖었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로 청소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옥 박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과학수사계 프로파일러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처벌에 대한 논쟁은 잠깐 접어두고 최근 범죄 양상을 생각해보자. 범죄를 분석하며 필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범죄자, 피해자, 성인, 청소년 등 수없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들었다. 주된 목적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을 보며 ‘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어렵게 여겨진다. 이웃에 사는 소녀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 어울려 지내야 할 학생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범죄라는 자각이나 행동에 대한 죄책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원인은 심층면접, 가정환경 조사, 심리평가 등을 실시하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걱정스럽다. 이미 발생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들 때문이다. 최근의 범죄 양상을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청소년 일반의 문제로 봐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명확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몇 해 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고등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에 수줍은 듯 살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학년이었던 아이는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 때 시작된 왕따가 고등학교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체육 시간이 제일 싫어요. 다들 짝이 있는데 저만 혼자거든요’ 애써 미소 지으며 작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따돌림을 당해온 아이는 고등학교에 가면 지옥 같은 학교생활이 끝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아이가 입학한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도 아이에 대해 험담을 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아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가해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아이의 교실에 찾아와 의자나 책상을 발로 찼다. 가방과 책에 낙서를 하고 화장실에 가면 물을 끼얹었다. 점심시간에 혼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남은 음식을 아이의 식판에 버리기도 했다. 대걸레의 구정물에 손지갑을 던지고 누군가 아이에게 친절히 대하면 그 친구까지 괴롭혔다. 철저히 혼자였던 아이는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왕따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자퇴를 선택했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살인범, 강간범 등 수많은 범죄자를 만났었지만 한 아이의 정신을 파괴한 가해 학생들의 잔인함과 집요함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기는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 또래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다. 또래들의 외면은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도움을 거부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한다. 또래들 간의 문제를 어른에게 이야기하여 의존하는 것은 더 큰 보복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SNS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약점을 잡아 괴롭히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SNS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영원한 늪이라는 생각에 피해자는 무기력해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한 중학생은 지속적인 또래들의 괴롭힘에도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졸업할 때까지 버티려고 했어요. 그냥 참으면 되니까.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건 싫어요’라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왕따로 인한 고통만큼이나 소문도 무서웠나 보다. 가해 학생들은 아이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질풍노도의 시기… 불안정한 아이들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나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생각보다 법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절도 사건은 청소년들이 빈번하게 일으키는 비행 중 하나인데, ‘잠깐타고 다시 가져다 놓으려고 했어요’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 쉽게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하고 피해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충동적이고 분노 폭발적인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즉, 자기행동의 결과를통찰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두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들은 동네 형들과 어울리며 하릴없이 하루하루를보내고 있었다. 이런 저런얘기를 하던 두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돈도 없는데 집에 확 불이나 지를까, 보험금 나오면 돈 좀 달라고 하게’라고 말하며 키득거렸다. 며칠 뒤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사사건건 간섭하던 부모에게 반감이 크던 한 친구가 집에 불을 지른 것이다. 늦은 밤 가족들이 잠들어있던 시간 살며시 집에 들어간 그는 거실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모친이 사망했다. 경찰서에서 만난 범인은 17살이었다. 그는 휘발유에 불이 붙는 순간 자신의 손에도 불이 붙어 정신없이 집을 빠져나가 도망쳤다고 한다. 누군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한다. 자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지금의 상황을 온전히 잘 이해하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답답함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 청소년들은 이렇게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무분별하다’라는 말은 ‘사리에 맞게 판단하고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라는 뜻이다. 물론,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청소년들도 있겠지만, 일부 청소년들의 행동이 다소 무분별하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동의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청소년 심리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스탠리 홀(Stanley Hall)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컬었다. 이는 혼란이 일어나는 시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즉, 청소년들은 아직 불안정한 존재들이다. 청소년기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뇌 발달로도 설명될 수 있다. 뇌 발달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출생 전, 영아기와 더불어 청소년기에도 급속히 발달한다. 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청소년기에 일찍 성숙하여 여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는 다른 뇌 영역에 비해 발달이 느려 청소년기 후기나 초기 성인기에 이르러 발달이 완성된다. 어떤 청소년은 무난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넘기는 반면, 다른 청소년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게 된다. 연구들에 의하면 어떤 경우라도 청소년은 합리적 사고가 미숙한 충동적인 존재이긴 하다.

 

 

 

처벌의 강화만이 능사인가
이러한 관점을 취할 때 논쟁은 다시 불붙게 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이들의 범죄를 그냥두자는 말인가. 필자는 범죄자들을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범죄자들이 자신의 죗값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범죄 현장을 분석하며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허망한 죽음들을 보았고, 연쇄살인범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도 보았다.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며 귀가하던 한 여대생은 누군가의 인기척에 뒤돌아보던 순간 살인범이 찌른 칼에 쓰러져 수화기 저편에서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죽어갔다. 범죄는 점점 지능화되고 잔인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허망한 죽음을 생각한다면 죄에 합당한 처벌의 부과는 필연적인 결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처벌의 강화만이 능사가 아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왜’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왜’ 그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가 만났던 범죄자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어두웠다. 한 범죄자는 아직 어린아이였던 자신이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매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벽만 하염없이 쳐다봤다고 한다. 또 다른 범죄자는 어린 시절부터 비행을 반복하여 경찰서를 드나드는 자신에게 어머니가 ‘네가 그렇지’, ‘왔다 갔다 할 거면 계속 거기있지 왜 나오느냐’는 비난만 들었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때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었어도 자신이 범죄자가 되지는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범죄자들을 만나며 이들의 어린 시절이나 삶에서 빠져있는 한 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바로 ‘공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을 공감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거나 누군가를 공감하는데 미숙한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그들이 살아온 환경의 탓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는 가뜩이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공감 능력의 부재까지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앞서 말했던 부산 여중생 사건 재판에서 판사가 가해 학생들에게 한 가지 숙제를 냈다고 한다. ‘내가 피해자처럼 폭행을 당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가해 학생들이써낼 답안이 궁금해진다. 그들이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고 있다. 이미 사회성을 습득한어른들에게 이런 문화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다르다.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새로운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타인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사건을 공정하게 처벌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한 어른들의 고민이 깊어져야 할 때이다.

 

 

필자약력 _ 중앙대학교 심리학 학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사,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박사 / 前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프로파일러 / 現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강사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저자, ‘경향신문 토요 기획_ 김경옥의 범죄앤시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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