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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의 변화하는 결혼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신용경제 2018-12-03 14:52:55

최근 2년마다 한 번씩 통계청이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11월 무렵이 되면 사회가 한번 들썩거린다. “결혼관이 달라진다”는 이유에서이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한국사회가 이렇게 결혼관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태어나서 ‘어른이 되기 위하여’ 인생주기에서 한번 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었던 결혼이 더 이상 누구나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의 범주를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게다가 비혼출산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규범으로 인하여 감소하는 혼인율은 곧장 사회현상으로서 저출산과 이어진다. 결국, 1980년대 중반 이후 대체출산율 2.1 이하로 하락한 이후 한 번도 그 이상을 넘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01년 이후에는 이른바 초저출산율이라는 1.3 이상을 올라간적이 없다. 이와 같은 저출산 현상이 가져오는 각종 우려에서 달라지는 결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를 찾을수 있다.

 

정재훈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그렇다면 결혼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였으며, 이에 상응하여 어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먼저 달라진 결혼관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어서 최근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결혼지원정책’의 흐름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달라진 결혼관과 혼인의 감소라는 사회변화에 어떤 방향의 대응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결혼관의 변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사회 구성원 다수가 ‘결혼’을 해야 하는 긍정적 행위로 보았다. 2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치관(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을 보인 경우가 2008년에는 응답자의 2/3 이상을 차지하였다. 특히 남성 응답자의 74.6%, 여성 응답자의 61.6%가 결혼을 긍정적 행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8년 그 비율은 남성의 경우 52.8%, 여성은 43.5%로 줄어들었다. 남성은 여전히 절반 이상이 결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여성 중 다수는 이미 결혼을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10년 조사에서도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미혼남성이 62.6%, 여성은 이미 그 비율이 46.8%로서 절반 이하로 내려간 상황이었다면 이번 2018년 통계청 발표 사회조사결과는 더 심각하다. 미혼남성 중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밝힌 비율이 36.3%, 여성의 비율은 22.4%에 불과하다. 남성과 비교할 때 본래 결혼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가지지 않았던 여성이긴 하지만, 2010년과 2018년 사이에 결혼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가진 응답자 비율이 50% 이상 줄어든 것이다. 남성의 경우에도 그 비율이 ‘62.6 → 36.3’으로 떨어져 여성 못지않은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혼이 출산의 필수전제조건인 한국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이 감소하는 사이에 합계출산율은 이제 1.0 내외를 오가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 합계출산율 관련 추정 통계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2017년 1.05 이상 올라갈 전망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2018년 1월과 2월 출생아 수와 2018년 현재 임산부 등록 현황을 볼 때 1.0 이하로의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 중 초저출산이 아니라 ‘초저출산 중 초초저출산’ 현상으로 명명할 수 있다.

이제 한국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접었을 뿐 아니라 실제 결혼도 하지 않는선택을 하고 있다. 결혼관의 변화가 결혼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1천 명 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1996년 9.4로서 정점을 찍은 후 IMF 경제위기의 여파가 지속된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이후 조혼인율은 2007년 7까지 상승하였으나, 이후 내리락 오르락 하다가 2011년 6.6으로 올라간 이후 2017년 5.2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웨딩마치가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히 미혼(혹은 비혼)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증가로 이어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각연도 인구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현재 25~29세 여성중 미혼 비율이 77.3%, 30~34세 여성 비율이 37.5%, 35~39세 여성 비율은 19.2%이다.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이 31세 정도임을 감안하면 20대 여성 100명 중 거의 80명 가까이 미혼인 현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 규범상 평균적으로 혼인하는, 이른바 혼인적령기 30대 초중반 여성 100명 중 40명 가까이가 미혼으로 남아 있고 30대 중후반 여성 100명 중20명이 미혼인 현상은 확실히 달라진 결혼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는 미혼이 아니라 결국 결혼을 안 하는 비혼이 만혼 현상과 더불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상황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지속적 저출산 현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관심이라기보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관심일 것이다. 결혼 당사자로서 한국사회 구성원은, 특히 청년세대는 개인적 차원에서 결혼 관련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또한 혼인 여부를 결정한다. 게다가 결혼을 하든 안 하든사회현상으로서 저출산에 대한 관심도 크게 두지 않는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헬조선에서는 자녀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대물림하고 싶지않다” “저출산은 내 문제가 아니라 너희 문제다”라는 식의 젊은 목소리를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될 뿐이다.
혼외자와 비혼외자 구분이 보여주듯이 여전히 법률혼 중심 출산을 기준으로 하여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한 현실에서 결혼 수를 늘림으로써 출산율을 높여보려는 결혼지원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혼지원정책의 시작
2006년부터 1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시작하여 2020년까지 진행되는 3차 기본계획까지 저출산 대응정책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차와 2차 기본계획 시행 기간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주요인을 자녀양육 가족의 돌봄부담으로 보았다. 그래서 1차 기본계획 기간에 어린이집을 비롯한 사회적 돌봄시설 확대에 정책의 강조점을 두었고, 2차 기본계획 기간에는 보육비 무상화 정책이 상징하듯 돌봄비용 부담 감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에 변동이 없는 이유를 3차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청년세대가 포기하는 결혼에서 찾았다. N포세대론에서 집약되는 결혼할 수 없는 이유들이 저출산 현상의 주요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청년일자리와 주거지원정책이 확대되었다. 3차 기본 계획은 ‘청년고용 활성화와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강화’를 내걸고 ‘노동개혁을 통한 고용창출력과 일자리의 질 제고, 민간의 청년일자리 창출 노력 적극 지원, 주된 일자리로서의 중소기업 매력도 제고, 청년의 기술창업 활성화, 교육과 고용과의 연결고리 강화,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지원 인프라 확충, 청년·예비부부 주거 지원 강화, 학생부부의 주거여건 개선, 신혼부부의 주택마련자금 지원 강화,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대폭 확대’ 등 정책 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집·유치원 확대와 보육료 지원 등 자녀를 돌보는 행위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저출산 예산을 행위지원 예산이라 한다. 반면 결혼지원 등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결정을 쉽게 해주는 저출산 예산을 결정지원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1·2차 기본계획 기간에는 행위지원 예산 중심 편성이 있었다면, 3차 기본계획 기간에는 결정지원 예산이 급격히 늘어났다.
1·2차 기본계획 기간 중에는 행위지원정책 관련 예산 비중이 높았지만, 3차 기본계획을 시작한 2015년을 전후하여 결정지 원정책 예산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주로 청년세대의 결혼 증가를 목표로 한 저출산 관련 예산 규모가 2017년 현재 15조원을 넘었다. 반면 아이를 직접 돌보는 과정을 지원하는 행위 지원정책 관련 예산은 같은 해 9조가 되지 않는다. 정책의 강조점이 돌봄지원에서 결혼지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보건사회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들은 ‘적극적인 결혼지원 정책’을 제안·주문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제안들은 단순한 결혼비용 지원이나 출산장려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에서 벗어나 일·가정양립 문화 형성이라는 장기적·거시적 차원의 사회변화 노력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결혼지원정책’이라는 용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는 경향은 분명하며 일·가정양립의 주체가 여성이 아닌 여성과 남성으로 변해야 하는 전망 제시도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결혼지원정책의 확대가 결혼의 증가를 가져올까? 그리고 결혼의 증가가 출산의 증가로 이어질까?
답은 아니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결혼지원정책의 확대로 인하여 결혼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성차별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결혼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17년 가을 본격적으로 업무를 재개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장려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자발적으로 결혼하고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삶의 질은 객관적 삶의 조건과 주관적 만족도의 조합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째, 객관적 삶의 조건과 주관적 만족도가 모두 양호한 ‘행복’ 상태의 삶의 질이다. 둘째, 객관적 삶의 조건이 좋음에도 주관적 만족도가 낮은 ‘불일치’ 상태이다. 셋째, 객관적 삶의 조건이 나쁨에도 주관적 만족도가 높은 상태로서 일종의 ‘적응’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객관적 삶의 조건과 주관적 만족도가 모두 좋지 않은 ‘박탈’의 상태이다.
미혼 청년세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급격한 결혼 관련 가치관의 변화는 결국 일자리·주거문제가 대표하는 열악한 물질적 생활조건과 성차별이 야기하는 주관적 만족도가 결합된 결과이다. 삶의 질의 차원이 ‘박탈’ 상태에 있는 청년세대의 생활상을 고려할 때 결혼지원정책으로써 물질적 생활조건은 개선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혼하는 순간 남성과 다르게 여성만이 경험해야 하는 차별적 가족관계, 독박육아와 유리천장으로 상징되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경력단절이 가져올 남성 배우자에 대한 의존적 경제적 관계, 그리고 그러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인해체 → (노후)빈곤’의 연결구도가 결혼지원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것이다.
게다가 나에게 집이 있고 일자리 있다면 차라리 혼자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게 낫다는 인식 형성의 가능성이 있다. 결혼지원으로 물질적 삶의 조건이 나아지더라도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주거가 불안정하고 소득수준이 낮아도 차별받는 결혼관계에는 편입되지 않으리라는 선택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결혼을 비켜감으로써 삶의 주관적 만족도를 높여 낮은 수준의 물질적 생활조건에 적응하는 양상이 생겨난다.
따라서 진정 사회현상으로서 저출산이 문제라는 인식에 동의한다면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먼저, 평등한 가족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남녀 일·가정양립은 물론 우선 가족관계에 있어서 부계주의 원칙이 사라져야 한다. 자녀가 아버지의 본과 성을 원칙적으로 따르게 하는 민법 개정 등 가족관계 법률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자신이 출산한 아이에게 엄마도 별 예외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성을 줄 가능성이 열려야 한다.
여성의 출산 의무를 강조하는 출산장려정책보다는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을 강조하고 지원하는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건강가정기본법, 모자보건법 등 많은 법령에서 여성의 출산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정책이 여전히 양산되고 있다. 청년세대 여성이 차라리 결혼을 안 하는 원인을 제공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없앨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결혼함으로써 배우자 관계가 시작되기도 하지만, 배우자 관계를 우선 시작하고 언젠가 원할 때 결혼을 할 수도 있도록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사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하고 싶어진다. 자연스러운 사랑의 결과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그렇게 살다가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배우자로서 서로 확신을 갖게 되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아이를 더는 사회제도로서 결혼의 산물이 아니라 부모 당사자 간 사랑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신혼부부 행복패키지가 아니라 자녀양육가족 지원패키지가 되어야 한다. 생활 상황에 따라 동거 배우자가 법적 보호자로서 서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사는 동안 건강보험피보험자 권리부터 노후 연금의 피부양자 자격 조건 부여까지 혼인 관계만 따지지 않는 변화도 기대해 본다.
산업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필요했던 전형적인 법률혼 부부-자녀가족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후기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생겨나고 있으며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혼관의 변화는 이러한 후기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의 산물이다. 흐름에 거스르는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는 한 저출산 현상의 지속은 이어질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독일 Universität Trier 문학박사/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現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요저서: 저출산 고령사회와 그 적들, 양성평등의 불편한 진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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