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책 성과를 보고싶다
신용경제 2019-01-07 15:24:12

새해가 밝았다. 덕담이 오간다. 올해 경제 사정은 좀 나아질까. 지난해 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4년 뒤의 한국 경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세계 7대 수출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2018년 이후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로 평가하면 세계 4위의 흑자국이다. 세계 속의 한국 경제는 굳건한 듯 보인다. 그런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양준모 교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불안한 미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OECD가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는 계속 하락했다. 지난 1년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화됐다. 고용 비용은 상승하고, 규제는 강화됐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책의 성과는 보이지 않고 4차 혁명은 규제로 막히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노력은 여당이 발목을 잡았다.

각종 정치적 프레임으로 미래 지향적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포퓰리즘으로 정책은 왜곡됐다. 전력 공급 기반은 허물어지고 있고, 보조금을 얻기 위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경쟁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각국은 혁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경제가 기득권에 포획된 것은 아닌가. 2019년에는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 2019년은 불안으로 시작됐다.
 

2018년 경제 정책의 회고
2018년은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구호로 출발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의미는 매우 모호하다. 홍익인간의 정신이라면 구태여 오해를 사면서까지 사람 중심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사람 중심의 경제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이는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는 2018년의 고용통계를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2018년 11월 15세 이상의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24만 4천 명 증가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6만 4천 명이 증가했고, 정보통신업에서 8만 7천 명, 그리고 농림어업에서 8만 4천 명이 증가했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1천 명이 감소했고, 제조업에서 9만 1천 명, 그리고 도매 및 소매업에서 6만 9천 명이 감소했다. 2018년 7월, 8월에는 취업자 수가 5천 명, 3천 명 증가에 불과했다. 2016년이나 2017년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대비 23만 1천 명, 31만 6천 명이 증가했다. 2018년에 정책실패로 인한 고용 한파가 몰아치면서 고용 증가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더 의존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인구 증가율이 떨어지면 고용률은 증가한다. 인구가 줄면 고용시장의 환경은 근로자들에게 유리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고용률이 하락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고용구조의 변화는 심각한 문제다. 2017년 대비 농림어업, 그리고 건설업의 취업자 수 비중은 증가했지만, 제조업과 도소매 음식 숙박업의 취업자 수 비중은 감소했다. 규제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요원하고 건설업 경기는 하락하고 있다. 농림어업은 생산성이 낮은 업종이어서 향후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떨어질 것 같다. 30대, 40대, 그리고 50대의 고용률이 하락함에 따라 이들이 쌓은 노하우도 함께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혁신성장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20일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인 이재웅 대표가 사퇴했다. 혁신성장본부가 급조됐고, 혁신성장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성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보다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세미나가 더 많다. 시범사업은 일상화됐다. 그렇게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개인정보는 이미 악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일상화되어 점점 늘어난다. 우리나라에는 재난문자만 보내면 재난을 대비한 것으로 아는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혁신성장은 오리무중이다.
공정정책은 길을 잃고 있다. 시장의 판단은 무시됐다. 과거 정부의 판단도 뒤집혔고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목적이 의심스럽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이 공정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계속되면 새로운 산업의 성장 생태계는 무너진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적 협력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정정책을 시행할 때 명확한 행동 기준이 없다면 자의적 개입으로 오히려 불공정의 오명을 쓸 수 있다. 2018년의 정책 중 대외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은 최악이었다. 대내외적 경제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
2019년에는 새로운 정책과 정책성과를 보고 싶다.

 

대외 환경의 변화
2018년 수출 현황은 대체로 양호했다. 2018년 1월~11월까지 1,452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다. 2017년 동기간보다 17.9% 증가한 액수다.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국은 다양하다.
동 기간 브릭스(BRIX)에는 1,698억 달러, 미국에는 636억 달러, 유럽 전체에 505억 달러, 홍콩과 베트남에 각각 415억 달러, 429억 달러, 그리고 일본에는 271억 달러를 수출했다.
주력 상품 중 반도체 수출은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26개월 연속해서 증가했고 일반기계,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등의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는 호조세를 보였으나, 중동지역 및 유럽지역에서 일부 차종의 수출이 부진했다. 무선통신기기와 가전 등의 제품군에서는 경쟁이 심화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출 호조세가 유지되고 있어 일견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현실을 들여다보면 수출 경쟁력은 하락하고 불안 요인은 잠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대상국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GDP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런 중국이 변하고 있다.
첫째, 중국이 기존 아시아 안보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군사비 지출도 미국의 30% 수준을 매년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동남아지역에서도
월등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액도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갈등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와의 분쟁도 향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이 무역 질서를 바꾸고 있다. 중국은 국제 무역 체제 속에서 중간재와 기술을 수입하여 최종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중국은 기술 분야를 선도하려고 한다. 기술 기업들을 매입하고 첨단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고 있다. 우리의 주력산업도 중국의 위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기술 굴기를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넓힌다면 우리의 수출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LCD 제품의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중저가 무선통신기기도 경쟁이 심화 되고 있다. 가전의 수출액은 경쟁 격화로 급감하고 있다. 이 또한 중국 요인이 크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흔들면서 각국은 무역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미·중 분쟁도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세계 무역의 경쟁 격화로 인해 우리나라도 27개 국가와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반덤핑은 총 156건, 상계조치는 8건, 세이프 가드는 34건 등 총 200건의 무역분쟁이 있었다. 특히 철강 및 금속 제품과 관련해서 93건의 무역 분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환경 규제로 인해 유럽지역에서 부진한 상태다.
세계 속의 우리나라 위상도 허물어지고 있다. 자동차, 선박, 그리고 가전에서는 수출이 급감하고 해외생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생산이 확대되고 중국 등과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면서 일부 주력 산업의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일부 수출 주력 품목만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신하면서 겨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의 변화가 우선
지난 2018년은 경제 논리는 사라지고 정치 논리만 난무했던 한해였다. 일방적인 원전의 폐기와 가동률 저하로 전력 생산비용은 급증했다. 아무런 소득이 없이 산업 기반을 흔들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에너지 기반 확충으로 시작했다. 에너지 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할 때다.
고용 비용 인상 정책의 악영향은 2019년에도 계속된다. 올해에는 도·소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임금과 소득은 올라간다. 경제 성장으로 삶의 질은 좋아지고 분배도 개선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고용 비용이 상승하여 실업은 증가하고 소득분배는 악화됐다. 경제 성장도 둔화됐다. 정책 당국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 시기에는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 노인,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화돼야 한다. 정치구호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산업 육성이 일자리 만들기의 시작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개방경제가 아니다.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이다. 국제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산업 기반은 무너진다.
산업 기반의 핵심은 인재다. 기술전쟁도 인재전쟁이다. 무역전쟁은 기본적으로 인재전쟁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우뚝설 수 있도록 인재양성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유치원부터 획일적인 공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 운동선수, 예술가들은 대부분 조기교육을 받았다. 획일적인 공교육이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한 사례는 알지 못한다. 지난 참여정부 이후 수월성 교육이 무너지면서 인재양성에 실패하기 시작했다. 저성장의 원인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해야 할 우리나라의 유명 대학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대학 5개가 일 년간 등록하는 특허 수보다 1개 주식회사가 같은 기간 등록하는 특허 수가 더 많다. 혁신을 위해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절실하다.
연구개발투자 정책도 잘못됐다. 연구개발투자는 위험한 투자다.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성공하지 못한 투자는 급속히 쓸모없게 된다.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돼 기업의 실질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어 혁신 정책을 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규모의 기술개발투자가 가능하다. 기술의 상업화도 유리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하며, 신생기업이 대기업으로 출범할 수 있는 도와주는 자본시장도 중요하다. 혁신생태계와 자본시장이 본연의 역할을 해야 고도성장이 가능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위상을 더 높이는 지름길이다.
지난 30년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자본 대 노동의 대립적 사고,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이분법적 사고, 공영과 노영이라는 유인체제를 무시한 지배구조의 추구 등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사고 체계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사고에서 나온 정책이 성공한 적이 없다. 국민이 이러한 정치의 사슬을 끊고 나와야 한다. 세계와 협력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경제 체제를 만들 때, 모든 사람의 복리가 증진된다. 이를 위해 국제 경쟁력의 확보는 필수적 과제이다. 2019년에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개혁을 기대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美 UCLA 경제학 박사/ 前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現 한국지급결제학회 명예회장, 산업에너지환경연구소 이사장,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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