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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좌절을 넘어서 대한민국 청춘은 불안하다
신용경제 2017-02-01 14:39:34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인구 고령화다. 인구 고령화란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유소년 인구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나타난다.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는 의학의 발달,영양 상태의 개선, 개인의 건강 추구 행동 등의 요인에 따른 수명 연장에 기인한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유소년 인구비율의 감소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비롯되었다.


한국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기피해왔고, 그것이 저출산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저출산은 사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되므로,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5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출산장려정책을 펴왔다. 그렇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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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교수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N포 세대


왜 그럴까? 여성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원인을 찾다 보면, 이내 한국젊은이들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출산율이 낮은 원인은 기혼 부부가 자녀를 적게 낳는 것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미혼율(未婚率)점점 높아져 왔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 결혼하는 만혼 현상, 또는 평생 독신으로 사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성 친구 또는 연인과 연애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복지국가를 말한다’ 특별취재팀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3포 세대’라고 명명하였다. 20~30대 젊은이들이 좀처럼 연애를 안 하려 들고,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꺼리며,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사회현상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사람들은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다고 하여 ‘5포 세대’란 말이 이어 등장했고, 기기에 추가하여 인간관계와 희망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7포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건강과 외모관리까지 포함하여 ‘9포세대’, 삶 자체를 포기한다는 ‘10포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 모두가 동일 선상에 있는 용어이므로,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을 ‘N포 세대’로 통칭한다. 그것은 ‘N가지 중요한 것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신조어는 쓰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용어가되었다. 언론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을 지칭한 단어의 용례가 확장되어, 이제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개인이 응당 하는 중요한 일을 거의 다 포기해 야 할 상황에 처한 자신을 ‘N포 세대’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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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의 좌절


196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기록한 한국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할 무렵에 태어나 대체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은, ‘절대적 빈곤’이 존재했던 시절에 성장한 자신의 부모세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 기준’에 의한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이 부모 세대보다 더욱 암울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까닭은 미래에 대한 전망의 차이에 있다. 기 성세대는 과거 젊은 시절 비록 가난해도 성실히 일하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은 그러한 희망을 박탈당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대학생은 더 이상 예비 엘리트가 아니다. 대학생 중 상당수는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많은 대학생은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취업을 걱정한다. 대부분의 젊은 이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은 그들에게 대학생활의 낭만조차 박탈하였다. 대학생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결혼을 걱정하고 있고, 정말로 어렵게 결혼한 선배들은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대다수 대학생은 가치를 부여할만한 것은 무엇이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N포 세대’로 자신을 규정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은 자기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다. 그들은 사회·정치 문제에 무관심하고,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렇지만 상당수는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여 무력감에 빠진다. 그들은 자신의 노력을 ‘노오력’이라 자조한다. 사회구조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개인의 ‘노오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젊은이 중에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사정이 다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또는 기업 인턴 등으로 취업한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을 내세워 합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들은 이를 열정페이(熱情pay)라 한다. 이 단어는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다.

 

수저계급론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젊은이들은 ‘자조(自嘲)의 언어’를 만들었다. 2015년 무렵부터 한국사회에는 수저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자산 2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 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 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로 구분한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즉 자산 5,000만 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 원 미만일 경우 ‘흙수저’로 규정한다. 흙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기댈 언덕도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N포 세대’의 젊은이 중 상당수는 자신이 흙수저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노오력해도 달라질 게 없고, ‘물려받은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인식의 표출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 동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고, 중하층과 하층 인구의 비율이 상승했으며, 사회적 상승이동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좌절한 젊은이들은 한국사회를 지옥에 비유한 “헬(hell)조선”이라 표현하고, 한국사회 탈출을 위해 ‘이민계(契)’를 결성하기도 한다. ‘새로운 음서(蔭敍)제도’가 횡행하는 불공정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분노와 박탈감이 자조와 조롱으로 분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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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냐 계급이냐


수저계급론은 ‘N포 세대’의 젊은이가 동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계층에 따라 구분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상층과 중상층의 젊은이들은 풍요와 행복을 구가하는 반면, 중하층과 하층의 젊은이들은 가난과 무력감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가족법학자 준 카르본(June Carbone)과 나오미 칸(Naomi R. Cahn)의 ‘결혼시장(Marriage Markets: How Inequality isRemaking the American Family, 2014)’은 중요한 이론적 함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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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미국사회에서 계층 간 혼인율의 변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은 사회적 성취를 더 중요하게 여겨 결혼을 늦추거나 독신으로 생활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러한 상황이 바뀌어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집단으로 바뀌었다. 반면, 가장 가난한 집단은 혼인율이 매우 낮고, 이혼율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과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구한 젊은이들이 곧장 배우자를 찾아 나선 것과는 다른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사회계층 간 격차가 심화된 후, 상층 남성이 상층여성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심화되었다.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된 상층 여성은 괜찮은 상층 남성을 짝으로 맞아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상층 집단은 오히려 더 결혼생활에 충실해진 것이다. 그러나 중하층, 특히 하층의 상황은 정반대다. 하층에 속한 사람의 수는 늘어났지만 ‘결혼하기에 적합한’ 배우자는 적어졌다. 여성 입장에서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더라도 집에서 빈둥거리는 남자를 남편으로 두기보다 혼자 애를 낳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다. 하층민이 결혼을 꺼리는 까닭이다.

 

사회계층 간 격차는 ‘천조국(天朝國)’ 즉 ‘하늘이 선택한 국가’라는 미국보다 ‘헬조선’이라 일컬어지는 한국사회에서 더욱 심각하지만, 그들의 이론은 한국사회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층과 중상층 20~30대 젊은이의 혼인율이 높고, 중하층과 하층 젊은이의 혼인율은 매우 낮은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 아닐까?

 

‘N포 세대’가 퍼뜨린 ‘수저계급론’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적절히 보여준다. 언뜻 보면 청년과 흙수저 제각각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문제의 핵심은 ‘흙수저 청년’에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흙수저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 취업·내 집 마련, 인간관계·희망, 건강·외모관리, 삶을 포기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게 문제다. 상당수 젊은이는 결혼하기 힘들고, 결국 하층 가족은 붕괴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계층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사회이동이 불가능한 장벽을 만들 것이다. 정부가 ‘저소득층 청년 대상 복지정책’을 적절히 시행하지 않으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문제는 특정 사회집단에서 대다수 젊은 이에게로 확산될 것이다. 개인의 좌절과 무력감이 모이면 사회의 불안과 위협 요인이 된다. 정부와 기업 및 시민사회가 사회·경제적 불평등, 사회계층 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실행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극심한 분열로 치닫게 될 것이다.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1996년에 ‘한국사회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외국인노동자의
유입과 적응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제출해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고용이민연구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사회」(1999), 「노동력의 국제이동」(2000), 「韓国の少子高齢化と格差社会」(2011, 공저) 등이 있다.

<출처 신용경제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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