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탄핵 이후 대한민국 개조를 위한 제언
신용경제 2017-04-03 09:24:42

 

캡처01.JPG

윤종빈 교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
미래정치연구소장

 

헌법재판소는 극심한 국론분열을 초래했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약 3개월에 간의 숙의끝에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였다. 많은 외신들이 평가한 바와 같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회갈등에 대해 빈번하게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는 갈등과 분열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은 법치주의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헌법재판소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우리사회의 첨예한 갈등에 대해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수용했다는 점이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탄핵과 법치주의
물론 이러한 법치주의 준수의 이면에는 우려되는 점도 있다. 정치권이 자신들이 풀어야 할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기관에 공을 떠넘기는 ‘정치의 사법화’가 앞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타협과 대화의 정치는 포기한 채 갈등과 반목의 정치만을 지속하다가 결정은 헌재에 미루는 행태가 반복될까 우려스럽다.

또 다른 걱정은 최종 심판자의 역할을 맡은 사법부가 여론의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번 탄핵 과정에서 헌재가 법리에 충실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법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번 탄핵 과정을 통해 떠오른 중요한 논란 중의 하나는 과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소야대의정치 구도에서 국회가 반대하면 대통령과 여당이 독자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기에 대통령의 권한이 생각보다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국무위원을 비롯한 엄청난 수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권과 대통령비서실의 보좌, 대통령직의 고유한 권한과 위상에서 나오는 권위와 무게감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국회를 우회해서 다른 행위자들을 얼마든지 설득 혹은 압박할 수 있는 자산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는 주장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탄핵 선고에서 얻은 교훈은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대통령은 제왕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상당한 권한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캡처02.JPG

 

캡처03.JPG

 

대의제의 위기, 참여민주주의의 보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우리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대의제의 권력구조, 정당제도, 의회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채 광장민주주의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민주주의 모델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에 대한 반응성이 약화되면 ‘대표성의 위기’를 맞게 되고 직접 민주주의의 참여적 요소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대의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은 1987년 헌정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 1987년 민주화로 단임제 대통령의 새로운 권력구조가 구축되었지만 과거 민주화 이전의 권위주의 통치행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못하고 ‘발전론적 국가론(developmental state)’의 시각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재벌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국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는 권위주의체제에서는 당연한 관행으로 받아들였던 일체의 의식과 행위가 더 이상은 법적·정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서, 과거 방식의 권위적 통치 행태가 부당한 권력남용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탄핵 이후 국회의 과제
앞서도 지적했듯이 탄핵의 일차적인 원인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에 있지만 보다 거시적인 한국정치의 차원에서 보면 국회와 정당의 정치대표성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2012년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 우리 국회는 더 이상 다수당의 일방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여야 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고 의안을 신속처리하거나 소수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중단시키기 위한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다수당의 권한은 약화되고 소수당의 권한은 더 강화되어 과거에 우리 국회를 짓눌렀던 의원 간의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법안처리의 효율성은 더욱 약해졌다. 다시 말해서 ‘동물국회’는 막았지만 ‘식물국회’가 또 다른 장애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의 신뢰 회복과 대화와 타협의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미국의 국익을 명분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을 강행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했으며 다자간의 경제·안보협정을 양자 간의 협정으로 바꿀 것을 천명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용론에 이어 한미FTA의 재협상까지도 시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 관광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며 우리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대외관계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국가리더십의 부재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이후 짧은 대선 준비 기간을 거친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5월 9일 대선 직후 대통령 인수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고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한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국회의 책무와 역할은 막중하다. 새로운 행정부의 체계가 잡히기 전까지 국가리더십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생법안, 개혁입법, 경제 살리기 입법을 위해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개조를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대통령제의 폐해인 권력집중으로 인한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권력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1987년 헌법에 의해 탄생한 현행 대통령제는 1인에 의한 장기집권을 막는 것에 방점을 두었기에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 역대 국회에서 의장의 자문기구 형태로 여러 차례 연구되었고 지금은 특별위원회로 구성한 헌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미국식 4년 중임제, 프랑스의 이원정부제, 유럽의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형태의 권력구조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충분한 자료도 축적되어 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성공하는 대통령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권력분산을 지향하는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개헌과 더불어 보완해야 할 시급한 제도적 장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의 설립이다. 민주화 이후 대부분의 대통령이 본인은 물론 친인척 혹은 측근의 비리로 명예롭지 못하게 퇴진하였다. 앞서 지적했듯이 대통령이 가지는 엄청난 권한 때문에 대통령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남용을 감시하고 조사해야 하는 청와대 비서실 또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다루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대선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운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설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은 물론 주변 측근 혹은 친인척의 비리 의혹과 비선실세들의 권한 남용을 상시적으로 자유롭게 감시하고 예방할 수 있다. 대통령 파면을 초래한 ‘최순실 사건’도 이러한 상설감시기구가 있었다면 사전에 문제를 발견해 더 이상 사건이 커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과다하게 주어진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선거제도의 개편이필요하다. 권력분산은 정부형태의 변화와 함께 선거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는 지역구 중심의 혼합형인데 비례대표의원을 대폭 늘려 투표지지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군소정당들이 의회 내에 더 많이 진입할 수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비례대표의원 공천 권한을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도입이 전제조건이다. 지난 19대 국회의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다양한 선거제도가 논의되었지만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비례성을 높여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지 않고 안정적인 ‘준(準) 다당제(modest multi-party system)’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느 한 정당이 다수당이 되어 모든 권력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여러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구도를 촉진한다.

 

캡처04.jpg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권의 책무
조기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는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기에 정부조직 개편은 물론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가 여소야대의 구도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대선 승리가 국정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국회선진화법의 틀 속에서 오히려 야당의 발목잡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열악한정치환경에서 새로운 정부는 권력과 책임을 공유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대선 승리에 도취해 권력을 독식하려는 순간 국회는 마비되고 정상적인 입법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해진다. 새로운 정부는 개헌을 서둘러야 하고 통합과 공유의 정치를 위해 권력을 나눠 가져야만 정부시스템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대참사를 막을 수 있다. 공유와 통합의 정치시스템 구축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권의 책무이다.

 

필자약력 _ University of Missouri 정치학박사, 前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학술연구 교수/ 現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재단법인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상임이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분석위원,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