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최근 미국경제 회복과 우리 경제에의 시사점 : 트럼프노믹스를 중심으로
신용경제 2017-05-08 15:17:20

 

캡처.JPG

윤창현 교수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양의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골디락스’라는소녀가 있다. 동화에 따르면 소녀는 숲에서 헤매다가 실수로 곰들이 사는 집에 들어간다.
그런데 곰 가족들은 식사하기 위해 그릇에 ‘죽’을 담아 놓고 잠깐 산책하러 나가 있는 중이다. 곰가족의 그릇을 보니 아빠 곰의 죽은 너무 뜨겁고 엄마 곰의 죽은 너무 차가운 데 비해 아기 곰의 그릇에 있는 죽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다. 배가 고팠던 골디락스는 아기 곰의 죽을 먹어 치우고 잠깐 잠이 든다.

 

‘골디락스 경제’라는 용어는 골디락스가 먹은 죽이 따뜻했다는 점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인플레는 경기가 과열되고 뜨거워지면 생기는 문제이다. 실업은 경기가 부진한 경우 즉 차가워질 때 생기는 문제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한동안 세계경제는 물가가 안정되고 인플레 문제없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인플레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당시 상황을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 경제라는 말로 비유하면서 이 단어는 유명해졌었다. 그러나 얼마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세계 경제가 불황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이 단어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최근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위기 발생 이후 10년여가 된 현재시점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골디락스 경제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존 윌리엄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에 대해 이 표현을 사용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얼마나 갈지 끝나기는 끝나는 건지 도저히 앞이 안 보이던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을 하면서 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의 미국 신규고용은 26만 3,000명으로 2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에 화답하듯 OECD는 미국 경제에 대한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상향 조정하였다. 미국 소비는 GDP의 7%를 차지한다. 2016년 4분기 소비지출은 3.5%(연율) 증가하여 예측치보다 훨씬 높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지금 미국경제는 이처럼 상당 부분 순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도 호조세를 보이고 제조업경기도 좋아지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투자가 증가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실물투자도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일본경제도 순항 중이다. 최근 IMF의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6.2%에서 6.5%로 상향 조정되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5%로 상향 조정하였다. 일본의 2월 실업률은 2.8%를 기록했는데 이는 22년 만의 최저치로서 거의 완전고용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인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5%에서 1.6%로 상향 조정되었다. 현재 글로벌 경기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이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럽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cats1.jpg

 

이러한 변화의 요인은 복합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경제의 호조세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즉 트럼프노믹스가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노믹스는 생각보다 복잡한 내용을 담고있다. 우선적으로 지적 가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경제학 교수였던 피터 나바로 교수를 국가무역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 나바로 교수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의 죽음’이라는 저서이다. 이 책에서 나바로 교수는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거의 혐오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고려를 별로 할 필요가 없어서 생산비가 싸다. 게다가 임금도 낮다. 또한 미국이 힘들게 개발한 원천기술을 각종 수단을 통해 ‘훔쳐다가’ 제품을 제조하면서 지적재산권 비용도 줄이고 있다. 이러니 생산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렇게 값싸게 생산한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여 연간 약 3,000억 달러의 대미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렇게 미국시장을 이용하여 번 돈을 가지고 엄청난 군비확장을 추진하여 무력을 키우고 결국 미국을 죽이려 들 것이라는 게 나바로 교수의 주장이다. 책 제목은 ‘중국에 의한 미국의 죽음’으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중국은 미국을 죽이려들 것이니 미국은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내용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매우직관적이고 직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후 나바로 교수를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자신도 이러한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확장해본다면 미국에 대해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독일, 일본, 우리나라는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전체 경제규모는 2015년 GDP 기준 약 18.6조 달러이고 수입액규모는 2015년 기준 2.2조 달러 정도이다. 미국의 대중 적자는 3,656억 달러, 독일에 대한 적자는 741억 달러, 일본에 대해서는 686억 달러, 멕시코에 대해서는 483억 달러,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28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미흑자를 내는 국가들은 초조해지고 있다. 미국 덕분에 돈을 벌고 이익을 내는데도 미국을 이용하려고만 하고 미국에 도움을 주는 부분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이들 국가가 대미흑자를 기록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갑자기 이런 식의 주장이 나오니 식은땀이 다 날 지경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일본의 아베수상, 독일의 메르켈 수상,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모두 대미흑자를 엄청나게 내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이들이 모두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내미는 손을 잡아주지도 않고 홀대를하였다. 여성 총리가 내민 손을 잡지도 않고 딴 곳을 쳐다보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에서 이제 미국의 DNA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다가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공장이사라지고 미국인이 빈민가에서 거주하는 대학살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니 대미흑자를 내는 국가들은 1차 목표국가들인 셈이다.
이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일본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서명, 중국과 독일, 일본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제기에다가 한미FTA 재협상 등의 움직임을 보면 이러한 점이더욱 분명해진다. 이렇게 하여 그는 그동안 미국시장을 이용(?)하여 이익을 낸 국가들에 다양한부담을 지우면서 이들 국가를 위기극복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cats2.jpg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서 미국은 대미무역흑자를 200억 달러 이하로 줄이라는 직접적인 압력을넣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국에서 원유를 1억 달러 정도 들여오기로 발표한 바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도 미국의 압력과 무관하지는 않다. 이러한 압력과 회유와 권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일자리이다. 2000년 미국의 고용률은 74%에 달했지만 2011년 66.6%까지 하락했고 현재는 68%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제조업에서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졌고 각 사업장에서의 미국인 비율이 1970년대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국가 부채는 두 배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한 한국은 2004년 고용률이 61.5%에서 2015년 65.7%로 뛰었고 일본은 68.9%에서 73.3%로 증가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제는 미국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이익을 많이 내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인을 고용하고 세금도 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부문의 사회보장지출은 줄고 세수는 늘어난다. 미국의 국가부담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에 미국 정부의 빚은 약 9조 달러가 늘어났고 현재 부채 규모는 거의 20조 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빚더미를 물려받은 트럼프는 이제 국가 부담을 줄이고 기업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규제완화도 실행하고 있다. 환경규제도 완화하고 셰일오일과 가스 개발도 촉진하고 금융규제완화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이 돈을 더 벌고 일자리를 더 만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대규모 SOC 투자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아프리카만도 못한 미국의공항’을 최고 수준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미국경제는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당한 호경기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가도 이러한 부분을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ats3.jpg


하지만 우리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을 잘 인식하면서 국면을 잘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그리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노믹스로 인해 대미흑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미흑자를 200억 달러 이하로 낮추고 외환시장 개입도 중지해야 한다. 한미FTA 협상도 재협상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어 다양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벌써 대미 수입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미국에서의 수입액은 121억 달러 정도로서 전년 동기 대비 벌써 18.8%(19.1억달러) 증가했다. 대미흑자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34.2%(22.7억 달러)나 줄어든 43.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LPG(213.2%) 유연탄(171.7%) 자동차 부품(25.6%) 항공기 부품(16.9%) 순으로 수입증가율이 높았다. 눈에 띄는 것은 액화천연가스이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동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서 우리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한국 땅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들린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중국,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더니 이제 중소 중견기업들 까지고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작년 해외투자 금액이 총 60여억 달러에 달하는 데 이는 1980년 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해외 법인 설립 숫자도 1,594개로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들의 탈출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로 납품 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데다가 인건비 부담과 규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에 대응하여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명분만이 아닌 실리적인 가치도 중시해야 한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잘 따라잡기 위해서는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의 틀이 필요하다. 반기업 정서 해소, 수도권규제와 고급서비스업 규제의 대폭적 완화 등 과거에 안 된다고만 하던 분야에 대해 대해서도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계부채 자영업 부동산으로 이어지는 3대 뇌관을 잘 관리하여 위기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경제운용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이제 미국의 흐름을 잘 관찰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前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명지대학교 경영무역학부 교수,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역임/ 現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