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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자리 정책과 향후 방향성
신용경제 2017-07-10 16:15:07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일자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다. 그만큼 이번 정부가 중요시하는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경제정책이 일자리에 맞추어지는 배경은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고용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주된 소득은 근로소득이다. 따라서 사회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는 곧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0.304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지니계수 값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의 핵심인력인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급격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5월 청년층(15∼29세) 공식 실업률은 9.3%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22.9%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해 있다.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새롭고 획기적인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이에 현 정부가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는 시점이기 때문에 일자리 정책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으나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과 관련 부처 수장들의 발언 등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철학이나 향후 예상되는 방향성을 서술해 보았다.

 

첫째, 현 정부는 일자리로부터 경제성장이 시작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일자리는 성장의 결과이다. 해외 또는 국내시장 수요가 늘어나 기업이 생산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업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고용이 늘어나면 가계의 근로소득이 증가하고 이것은 다시 국내 소비로 이어지고 기업의 매출도 확대된다. 이 순환을 경제학에서는 ‘선순환 구조’라고 한다. 반면 현 정부의 시각은 이 선순환의 시작점을 다르게 보고 있다. 그 출발점을 기업의 인력 수요에 두지 않는다. 먼저 고용을 확대하고 그것이 동일한 경로를 통해 기업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용 및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없는데 어떻게 고용을 증대시키는 가이다. 이것이 다음에 이야기할 정부가 노동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을 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둘째, 현 정부는 지금 노동시장에 ‘시장 실패’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정부의 노동시장에 대한 인위적이고 적극적인 조정이 그 당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왜곡된 수요를 정상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과연 실패했는가라는 시각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찌되었건 지금의 상황은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균형이다. 물론 균형이라는 것은 가치관이 개입되지 않는다. 좋은 균형일수도 있고 나쁜 균형일 수도 있다. 경제의 고용창출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저성장 국면에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일자리 수는 일종의 균형인 것이다. 정부는 지금의 노동시장의 균형을 나쁜 균형으로 보고 더 좋다고 판단하는 다른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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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자리 정책은 공공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로 그 출발점을 삼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강제해서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에 언급된 일자리창출 공약 그리고 최근의 일자리 추경 11조 원의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이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233만 6천 개로 이중 일반정부 일자리는 199만 개며 공기업 일자리가 34만 6천 개로 집계되었다. 따라서 공공 부문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려야 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공공 부문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바로 돈 문제이다. 민간 부문은 실적이 악화되면 일자리 수를 축소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그러나 공공 부문 일자리는 한 번 증가하면 경직성을 가진다. 되돌릴 수 없다. 국민의 소득이 늘건 줄건 그 늘어난 공공 부문 일자리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공공 부문에서의 일자리를 유지해 주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이 시작은 가능하겠으나 앞으로도 지속적인 국민적 지지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넷째, 민간 부문의 고용 관계에 대해서도 개입할 여지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업과 노동자의 고용계약은 사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그 관계에서 기업은 노동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가 쉽다. 특히 최근과 같이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면 즉, 노동시장에 초과공급이 많아지게 되면 협상력에 있어서 기업은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만약 이 부분에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과도하게 취약해지고 실질임금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이전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그러한 정부의 대표적 시장개입 행위가 최저임금제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노동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비대칭적인 협상력이 가져올 수 있는 과도한 저임금 구조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가 임금의 최저 수준에 대해 강제하는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의 변화를 보면 2010년 시급 4,110원에서 2017년 현재 6,470원으로 7년 동안 연평균 6.7%가 인상되었다. 지금 정부는 현행 시급 기준 6,470원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로라면 연평균 15.6%씩 인상되어야 한다. 또 다른 예가 비정규직 축소이다. 대표적인 관련법이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그 내용 중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해당 법률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하여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었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이 넘지 않는 기간만 채용하고 2년이 되는 시점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지금 정부도 다시 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우선 공공 부문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민간부문에 어떻게 강제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안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여기서의 상술은 생략한다.

 

다섯째, 일자리의 질과 양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일자리를 늘리면서 일자리의 수준도 같이 높이려는 정책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과 질은 언제나 상충관계였기 때문이다. 경제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일종의 제약을 가진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을 높인다면, 전체 노동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고용 인원수를 줄이려는 유인을 가진다. 과연 정부가 민간 부문 에서의 이러한 경제적 동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섯 가지 이슈 중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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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는 산업화를 통한 고속성장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많은 희생이 강요되었다. 이제 그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 정부가 나섰다. 그 취지는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구체적인 사안 또는 특정 계층에 대한 일자리를 늘리고 지위를 높이는 정책이라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이다. 그래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쉬울 것이고 정책 추진력도 탄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경제 전체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을 단순히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로만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양보도 있어야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도 있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제 문제는 어떻게 보면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정부가 오히려 보호를 강화해 주어야 할 영세사업자들이 가장 힘들어질 수 있는 이슈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경우 최저임금제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노동시장 문제는 그래서 복잡한 것이다. 기업과 기업,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더 큰 이유는 파이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이 만들어 내는 이익 이상으로 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제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이다. 기존 정규직 임금을 삭감하거나, 정부가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지금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 전체로도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즉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세금에 대해 국민의 조세 저항이 일단 발생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역사를 보면 과도하게 세금을 올려 국민의 조세 저항이 심각해질 경우 국가가 붕괴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권 정치세력은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취지는 옳다. 그리고 목표도 간단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최저임금법에 한 구절처럼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필자약력 _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前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산업연구실장/ 現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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