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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의 요술지팡이인가
신용경제 2018-02-05 10:39:18

2018년도 최저임금이 근로자 위원 측이 제시한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자 언론은 이를 ‘노동계의 완승’으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최저임금은 인상 폭(1,060원)과 인상률(16.4%)에서 미증유의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낮았던 이유가 노 측이 주장하듯이 ‘사 측이 당연히 근로자에게 줄 것을 주지 않아서였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다줄 부작용에 대해 걱정할 이유는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동계의 완승은 ‘시장의 복수’를 부르게 돼 있다.

 

 

조동근 교수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청와대와 여당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진 듯하다. 청와대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했다. 여당은 “한계기업이 조정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에 대한 정부 대책이 일정 효과가 있다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소득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체질을 바꾸는 유효한 전략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리고 “각종 정부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낸다면” 소득주도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란 논평은 ‘가정법’일 뿐이다. 정책이 ‘희망사항’일 수 없으며 경제논리가 ‘가정법’에 근거할 수는 없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최저임금’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됐다.
2017년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실은 ‘정치위원회’였다. 소득주도성장 가설에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정책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이란 방아쇠를 당겨 즉 분배개선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기제(mechanism)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상론할 겨를은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발상은 ‘정책낭만’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치명적 인식오류
최저임금 인상에는 치명적인 인식오류가 숨어있다. 첫째, 그동안 최저임금제도는 취약계층을 지원해 ‘빈곤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가구구조 변화로 이 같은 인식은 수정돼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와 여성고용,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최저임금 대상 저임금근로자가 곧 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이 더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제로 일하는 주부와 대학생이 빈곤층에 속한다는 보장은 없다. ‘빈곤층과의 일치도가 낮은 최저임금’보다 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을 보조하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보다 효과적인 빈곤층 소득지원수단이 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저임금제도로는 ‘취업자가 없는 가구’의 소득을 높일 수 없다. 빈곤정책 기조는 취업지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소득지원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
두 번째 인식오류는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생산성을 지닌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자발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으로 이동하여 임금수준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임금 및 고용의 이동성으로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OECD의 견해다(OECD Employment Outlook2015).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임금소득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A를 대기업, B를 중소기업이라고 가정하자. A, B가 호봉제를 택한다면 경력 1년 차 신입직원의 기본급(1호봉)은 최저임금에 연계되어 동일하다. 하지만 기본급과 연계된 연장근로수당, 정기 상여금, 성과급 등은 기업마다 다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2배의 성과급 등을 받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연봉에서 최저임금 부분(기본급과 최저임금 산입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수록, 즉 각종 상여 내지 성과급의 비중이 높을수록 최저임금인상 효과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나타난다. 최저임금인상은 기업 간 근로소득 격차를 확대시킨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의 국제비교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여타 국가에 비해 낮은가. 단언하기 어렵다. <표-1>은 OECD 주요국 최저임금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임금을 크기순으로 배열한 뒤 가운데 위치한 중위임금대비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인지를 표시한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45.8%로 25개국 중 17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표-1>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국가별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자료의 포괄범위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상여금, 숙박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고 있다. 이들 요인을 통제한 뒤의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수준은 53,9%로 OECD 25개국 중 9위로 개선된다. 한편 일인당 GNI(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국제비교하면 우리나라는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최저임금이 낮지 않다.

 

 

 

무리수는 무리수를 부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완화 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그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날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 최근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 7.4%를 상회하는 초과인상분(9.0%)을 국고(國庫)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종업원 30인 미만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우선 3조 원을 재정지원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 대책’은 독과(毒果)다.
30인 미만 기준은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급여는 고용주가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같은 당연칙(當然則)을 위배해 급여일부를 국민에게 의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 밖에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와 부가세 세금부담 완화, 임대차계약 기간 확대, 가맹점·대리점 보호 강화,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영역 확보 등이 그것이다. 이들 조치는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실효성을 갖지도 못하면서 시장 질서를 크게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 잘못된 하나를 바로 잡겠다고 열 개를 흐트러뜨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을 대면 댈수록 ‘사적자치’로서의 시장의 영역은 점차 좁아지게 된다.

 

최저임금인상의 고용 효과 시뮬레이션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간 계약 근로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살펴보자. 고용 의사결정은 ‘한계적’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한계적의 의미는 현재 쓰고 있는 사람을 계속 고용할 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어떤 편의점이 현재 판매원 (아르바이트) 한 명을 주당 평균 40시간 쓴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아르바이트의 급여는 ‘0.1만×40시간’ 해서 4만 원 증가한다. 일정 부분 ‘휴일 또는 야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추가 부담은 한주 기준으로 5만 원, 한 달 기준으로 20만원이다. 인상된 인건비는 매출 증가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편의점 ‘매출 이익률’은 매우 인색하다. 보수적으로 5%로 보면된다. 주당 5만 원의 이익을 더 내려면 아르바이트는 한주에 100만 원, 한 달 기준으로 400만 원을 더 팔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르바이트자리는 위험하다. 고용주는 자신의 잠을 줄여 카운터를 지킬 것이다.

 

 

많은 기업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때에, 노동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최저임금인상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모든 비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자동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비숙련 근로자들일수록 자동화가 가져오는 위협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편의점과 맥도날드 등 인스턴트 식당 그리고 주유소 등에 종업원을 줄이는 무인판매 시스템이 급속히 도입될 수 있다.
여당은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한계기업의 퇴출을 촉진시켜 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사양 산업은 장기적으로 구조조정 돼야 한다. 문제는 속도와 방법이다. 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할 새로운 고용원천이 마련되었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계기업이 변신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구조조정 촉진의 수단으로 삼는 나라는 이 지구 상에 없다.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이전에 노동생산성 높여야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지적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를 통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을 이끌고 분배하기 위한 그 소득은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논리전개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고 해(解)를 먼저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문제를 내는 식’이다. 인과관계의 도치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주도성장으로 성공한 국가가 있는가를 자문(自問)해야 한다. 정부가 3조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한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 자기 완결적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고(國庫)로 ‘외부에서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서는’ 자동인형과 다를 바 없다.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6.6달러보다 14.8달러 낮다. 최저임금을 높일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임금은 생산성을 넘어설 수 없다. 넘어선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비용의 전가를 용인한 것이다. 바스티아는 이를 일찍이 합법적 약탈로 명명한 바 있다.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옛날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막장에 데리고 들어갔다.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면 광부들이 서둘러 갱도를 빠져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중견기업이 고용을 줄일 태세이다. 카나리아의 경고에 귀기울여야 한다. 노동생산성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시장의 충격은 최소화된다. 2019년 최저임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제도를 유지하기 원한다면 최소한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것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최저임금을 지역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생산성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필자약력
서울공대 건축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美 신시내티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한국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 역임/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사)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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