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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대전환 맞나
신용경제 2018-04-09 10:14:31

남성욱 교수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한반도 정세 중대국면 진입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변국의 외교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주간의 두문불출 후에 전격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최초로 정상회담을 하였다. 4월 27일에는 판문점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5월 안에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남은 40년 만에 가장 위대한 일이자 기적”이라고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언급함으로써 그야말로 ‘정상회담의 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전광석화식 북중정상회담 성사로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은 3차에서 4차방정식으로 복잡해졌다. 한반도 북쪽에 지분을 가진 중국이 다시 상수(常數)로 복귀한 결과다.
김정은은 집권 7년 만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5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개월 안에 G2 국가와 정상회담을 하는 지도자는 평양이 유일할 것이다.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은 북·중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회담에 앞서 든든한 후원자와 생명 및 여행자 보험 계약을 한 것이다. 평양은 존 볼턴과 같은 강경 매파가 5월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고 선제타격을 거론해도 순망치한의 우군인 베이징이 막아줄 것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김정은의 방중으로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했다. 연쇄 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재팬 패싱을 우려한 일본은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북한이 국제 외교 무대의 통로를 열며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 구상의 초석이 마련될 수 있을지 한반도 정세는 중대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초강수
남북은 물론 북·미 수뇌 상봉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을 구조적으로 뒤집는 플랜이다. 한달 상관의 평양, 서울 및 워싱턴간 정상회담 카드는 6·25전쟁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한 전대미문의 초강수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다양한 비핵화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는 빈손이었다.

 

 

서류상의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외교관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작성한 한쪽 분량의합의서는 실패한 외교사로 기록될 뿐이다. 이제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20기 이상의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운반수단을 보유했다. 초유의 북·미 간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는 마지막 카드가 등장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종전(終戰)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단계적이 아닌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지금까지 점층적으로 (북핵) 대화를 해왔다면 이제는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이복잡한 매듭을 단칼에 잘라 풀어버린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문제 해결 방식의 혁신이나 ‘승부수’를 뜻한다.
과정 생략의 위험성을 지적할 때도 인용된다. 더 큰 고리(비핵화)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문제(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들을 자동으로 푸는 방식이라고 평가된다. 1993년 1차 북핵위기이후 추진됐던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보상)’의 단계적 접근 대신 북한이 할 ‘숙제’와 받을 ‘보상’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포괄적 방식이다.
평양과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발표한 합의문에서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군사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 가동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 ▲비핵화 협의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위해 미국과 대화용의 등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예방 후 결과 발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및 최대 압박 정책과 국제사회의 연대 때문에 현시점에 도달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으며,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 약속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표명 등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완전 비핵화를 향한 단호함과 더불어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3대 세습 젊은 독재자 vs 비즈니스맨 출신 노회한 지도자
집권 7년 차 세계 유일의 3대 세습 지도자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좌충우돌 리더 간의 만남은 성사 자체로 흥행 성공이다. 선제적 타격이 심각하게 검토되던 상황에서 협상으로 비핵화 성과를 낸다면 올해 노벨평화상은 확정된 셈이다.
5월에 판문점에서 양 정상이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선언한다면 세기적인 빅 이벤트가 될것이다. 휴전협정은 종전협정으로 평화체제가 구체화될 것이고, 향후 남북당국 간 교류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분야별 장관급 및 실무회담으로 확대될 것이다.
남북 교류와 협력은 우선적으로 인도적 지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성과와 연동하여 점진적으로 다양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이산가족 상봉·영유아 영양식·의약품·식량 등 인도적 분야의 지원이 시작될 것이다. 둘째, 농업·산림·어업 분야의 교류 협력이 시작될 것이다. 셋째, 문화(6·15·광복절행사)·체육(축구:노동자·경평, 올림픽·아시안·전국체전 등)·사회(종교계·노동계·민간단체교류) 분야 등 다양한 교류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넷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일환으로 3대 벨트 구축을 통해 한반도 신성장동력 확보및 북방경제 연계 추진에 중점을 두고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점진적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금지, NLL 평화협정 체결 등 군사 분야의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장밋빛 전망만으로 장미의 계절 5월을 기다려도 될 것인가. 33세의 젊은 3대세습 독재자와 72세 고령의 비즈니스맨 출신의 노회한 지도자가 전격적인 회동으로 비핵화를 달성할 것인가.
러시아 게이트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과의 정상회담 수용 발표 이후 대화파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대북강경파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을 임명했다.
또한, 대통령과 불화설이 확산된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네오콘 성향의 대북강경파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임명했다. 미국의 디애틀랜틱 매체는 볼턴의 임명에 대해 “북한과의 전쟁을 미국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잘리고 북한과의 전쟁을 제1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 온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곁에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볼턴의 임명은 5월 협상에서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는다면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사진 촬영용’이나 아니면 성사에 상당한 진통이 수반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는 평양의 올인 전략
역사적 반전을 기대하는 핵 담판은 기적도 아니고, 위험한 도박도 아니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다. 우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예비적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2009년 북한 영변핵시설에서 철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복귀다. 사찰단의 복귀는 북한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를 시험하는 초기 관문이다. 이후 유엔 제재 중에서 민생용 성격이 짙은 거래를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핵무기의 동결만으로 모든 제재의 해제는 비즈니스 거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핵 동결→사찰→비핵화→경제지원의 로드맵은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로 가는 첩경이다. 김정은이 북경에서 밝힌 “한미가 사전에 조건을 마련하고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언급은 북미 간 협상이 미국이 기대하는 리비아 핵 포기 방식대로 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대의 난관은 정상회담(summit)이 쥐덫인지, 게임체인저(혁신 주도자)인지 모호한 김정은의 복심이다. 평양이 1988년 서울올림픽 불참을 교훈 삼아 평창올림픽 참가를 전격 결정한것은 현란한 북한외교 전략의 결과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을 단숨에 정면 돌파하려는 평양의 올인 전략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최대한의 억제와 압박으로 현금이 고갈되기 시작한 북한은 비핵화를 앞세워 난국을 돌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쇼는 한 번으로 족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혁명 자금(통치 자금)으로 돌아가는 북한의 ‘궁정(宮廷)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궁정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북한의 각종 기관·단체가 벌어들이는 외화다. 군·보위성 산하의 무역 회사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해외 노동자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벌어들인 외화를 상당 부분 평양에 상납한다. 일부는 노동당 재정경리부에서 ‘당 자금’으로 쓰고, 대부분은 당39호실에서 ‘혁명 자금’으로 관리한다. 김정은은 이 돈으로 고급 승용차, 요트, 주류, 명품의류·장신구, 고가 식자재 등을 사들인다. 부하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자 고급 손목시계와 귀금속을 살포하기도 한다. 그런데 혁명 자금이 말라 궁정 경제가 마비되면 김정은의통치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랜드 바겐을 빙자한 쇼 외교로 시간을 벌고 제재의 예봉을 잠시 무디게 하려 한다면 5월장미꽃은 계절이 바뀌면 시들것이다. CNN을 동원해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전시용으로 판명된 위장 전술이 과거 한두 사례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제네바 협상 당시보다 북한의 몸값은 훨씬 비싸졌다. 이란 핵협상 이행 과정을 정리한 문서가 트럭 한 대 분량이다. 첩첩산중의 비핵화 여정에 오솔길을 냈으나 길을 잘못 디디면 벼랑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협상 실패는 외교적 대안의 소진을 의미하며 군사적 옵션으로 이어진다.
대화가 미사일보다 바람직하지만, 평양 독재자와의 협상은 고난의 행군 수준이다. 세기적인 핵 담판의 리얼리티 쇼는 한 번이면 족하다. 추가적인 쇼는 무의미하다. ‘한 번 속는 것은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 잘못(Fool me once, shame on you.Fool me twice, shame on me)’이라는 미국 속담을 상기할 시점이다.

 

 

필자약력
고려대학교 학사 및 대학원 경제개발학 석사, 美 미주리 주립대학교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現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교수 겸 행정전문대학원장, K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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