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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못하는 청년들… 거시적 환경 조성 절실
신용경제 2018-05-02 14:49:43

수년 전 독일에서 개최된 고령사회와 관련한 유명한 포럼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그 포럼은 정치인과 전문가 등 기성세대가 참여하는 부문과 대학생 등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후자는 각국에서 참여한 젊은이들이 각각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뒤이어 독일 정치인이 젊은이들의 생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종합하여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단상에서 발표한 젊은이 중 한국 여성을 발견하였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지라 어떠한 발표를 할 것인가 하는 호기심과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대학원 재학 중인 그녀의 발표를 다 듣고 나자 한국의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발표의 요지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집에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열심히 따랐으나 취업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삼식 원장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길어지는 교육기간, 불안한 고용상황
점차적으로 교육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나 취업은 물론 취업 후 고용안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취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 졸업을 중요시해온 한국 사회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험난한 일일 것이다. 눈높이를 낮춘 취업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과 소득 불안정은 여전할 것이며, 승진기회 등에서도 ‘학력’을 이유로 여러 형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결혼도 쉽지 않을 것이다. TV 연속극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학력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하고 이 때문에 결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소위 말하는 ‘교육 동질혼’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고졸 학력을 가진 남성의 미혼율은 41.8%로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의 미혼율(27.8%)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국, 청년들 스스로도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교육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부모는 물론 청년세대 본인들 역시 떠맡게 될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학자금 대출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다. 졸업 후 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이미 빚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마이너스 인생인 경우가 허다하다. 취업은 고생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미시적 접근 효과 미미해
주택은 결혼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다.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주’에 해당하는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간단하지 않다.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마련하는 비용은 설사 맞벌이를 선택한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소득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이미 주택은 생활 영역이 아닌 투자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주택이 주된 투자 대상이 되는 한국사회에서 젊은 층이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 취업, 결혼식, 혼수, 주택 등 청년층이 결혼을 하는 데 있어 부딪쳐야 할 난관들은 감당하기 곤란할 정도이다. 그래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편이 좋다고 응답한 태도는 미혼남성(20~44세)의 경우 60.8%, 미혼여성(20~44세)의 경우 39.7%에 불과하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우리는 청년층의 결혼연기나 비혼 선택을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청년층의 선택을 부정적 혹은 긍정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왜 우리 사회는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선택에 유독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마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전대미문의 초저출산 현상 때문일 것이다. 실제 많은 학자의 논문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유교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인하여 결혼(법률혼 내지 부모나 가문에서 인정하는 결혼)후에 출산을 시작하는 관습이 지배적인 사회로 초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청년층의 결혼 연기 또는 비혼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회 한 시대에 청년층이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비단 초저출산 현상의 원인과 결부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거에 우리는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개인의 상황에만 한정하는 미시적인 시각에만 매몰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마치 청년층의 가치관이 변화하여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청년층의 의사결정 구조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시적인 사회 환경의 영향이 매우 크다. 교육구조, 노동시장, 주택시장, 결혼문화 등의 거시적인 환경 변화가 청년층 개인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결혼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이 변화하는 이른바 거시-미시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프레임 하에서, 만약 국가가 청년층에 비혼보다 결혼을 선택하기를 희망한다면 거시적 사회 환경을 결혼에 유리하도록 조성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다. 요컨대, 결혼 선택에 대해 청년층이 변화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사회가 먼저 변화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가는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이나 주택 구입 및 전세금 대출 등의 극히 일부 미시적인 접근만으로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태도를 변화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거시-미시 프레임에 입각하면, 일부 미시적인 접근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거시적인 환경 조성 필요
국가와 사회는 청년층을 위해 어떻게 환경을 조성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교육과 노동시장 간의 유기적인 메커니즘(mechanism)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는 오늘날과 같이 20대까지 한정된 시기 내에, 그리고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전 생애에 걸쳐 교육이 이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이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고,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하여도 단순하게 20대까지의 한시적인 교육수준만을 기준으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가정과 일 간의 선순환적 구조를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만들어야 한다. 가정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을 때, 직장에서의 일도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이 될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고도 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즉, 학업, 연애, 직장생활, 자녀양육 등 모든 생애과정에서 삶의 방식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스트레스까지 도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경쟁’이라는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일-생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개발시대의 산물로서 지나치게 ‘내 소유’를 강조해왔고, 이는 현재까지 주택부문에서 강한 소유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심리적인 상황이 투기에 교묘하게 이용되어 주택 가격은 끝이 없을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쾌적하고 질 높은 주거의 질적인 측면이 강조될 시기이다. ‘주택 소유’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삶의 중요한 일부로서 ‘주거의 질’을 포기하는 상황을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개인 모두가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민하여, 현재의 청년 그리고 미래의 청년에게 새로운 건설적인 문화의 유산을 남겨줘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UN-ARE Cairo Demographic Center 인구학 석사, 한양대학교 사회학 박사/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한국인구보건복지협회 이사, (사)인구와미래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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