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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혼자이길 바라는가
신용경제 2018-05-02 15:01:30

저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칩니다. 사회학은 개인이 왜 집단을 구성하고 모여 사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데, 사회란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세상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서 늙고 그러다 죽는 게 세상의 법칙인데, 이러한 자연법과 다른 사회적인 법칙성을 찾아내는 것이 사회과학의 분과로서 존재하는 인구학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입니다. 개인의 생애사는 늘 가족과 관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회와 집단을 다루는 사회학에서도 결혼이라는 요소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선택으로 생각하는 추세죠? 미혼이라는 말 대신 비혼주의자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고 노처녀라는 기준이 늘어나다가 급기야는 아예 언급되는 경우도 드물어졌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회의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결혼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지, 같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황명진 교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결혼’ 하고 있나?
대한민국의 ‘결혼’은 어떤 모습인지 명확한 지표들을 통해서 확인해보자.
혼인건수는 2007년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08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다. 혼인 건수가 2008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혼인연령층 자체의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흔히 인구절벽이다 해서 인구가 주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이야기들이 많이 떠도는데 아직 우리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동 청년층이 급격하게 줄면서 동시에 노인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아동 청소년은 육아, 교육서비스의 소비주체이면서 동시에 신규로 유입되는 노동력의 원천인데 이 부분에 우리나라가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청년층의 부담도 최근의 인구구조가 갖는 취약성이다. 이와 함께 청년들의 취업난,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결혼을 기피하는 증상이 두드러진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혼율은 2005년까지는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부터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혼인 건수 자체가 낮아지면서 이혼 건수도 자연스레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때 이혼율이 높아진 게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이제 이혼문제는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혼인지체 및 기피문제에 우선순위를 빼앗겨버렸다.
혼인연령이 높아진 것은 이미 상식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위 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1990년에 27.8세에서 2017년에는 32.9세로 약 5세가 증가했고, 여성은 1990년 24.8세에서 2017년 약 6세가 상승한 30세를 넘게 되었다.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초혼연령의 급격한 상승은 곧 가임기간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초혼연령과 출산율은 부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나게 된다. 출산율 지표를 살펴보면, 1965년대 합계출산율 5.6명에서 그 후 20년 만에 합계출산율 2.8명으로 인구대체수준까지 하락했고, 1958년대 이후부터 2000년까지 1.6명 내외의 수준이었다. 그러다 2005년대부터 2015년까지 1.2명 내외를 유지하였으나 2017년 1.05명을 기록하여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결혼을 통해 알아본다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국제결혼이다. 결혼과 관련된 지표는 대부분 하락세이지만 국제결혼만큼은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한 사회이기 때문에 국제결혼이 증가한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여성의 교육수준과 경제적 능력이 올라감에 따라 결혼 상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국 남성이 한국 여성과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나타난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국제결혼을 하는 부부 대부분이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가 결혼하는 경우이며, 한국인 여자와 외국인 남자가 결혼하는 비율은 높지 않고 변동도 거의 없다. 한국인끼리의 결혼에서도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2살에서 3~5살 차이가 40% 이상인 데 비해 국제결혼에서는 남편의 나이가 아내보다 10살 이상인 경우가 40% 이상이다.
 

비혼 시대의 결혼과 페미니즘
과거 우리 전통사회의 결혼은 카스트 제도 안에서 낮은 계급에 속한 미모의 여성이 높은 계급의 남성과 결혼하는 경향을 설명하려는 시도로 출발하였다. 이를 교환이론에서는 시장에서 재화가 교환되듯 개인적 속성과 가치가 교환되는 결혼 또한 시장의 속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재는 결혼을 통한 경제적인 혹은 신분적인 상승의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보다는 가정에서의 성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억압이나 차별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페미니즘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최근 추세이다.

 

 

미투운동 역시 가족 내에서 혹은 이성 관계에서 상호존중이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관계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성 불평등은 가정과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부장주의(남성에게 종속),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사회적 성평등)에 대한 해결이 가정 내에서 혹은 사랑하는 연인 간 관계에서의 평등을 이룰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페미니스트주의자의 이 같은 시각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지속적인 가르침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개인 스스로가 본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면 결혼의 질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요즘 결혼에 관한 가장 큰 이슈는 ‘비혼’ 일 것이다. 필자가 이 비혼에 관해서 연구한 것들이 있는데, 간단하게나마 방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여성의 혼인 기피 즉, 비혼의 이론적 배경은 우선 베커(Becker, 1981)의 가족경제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베커이론의 핵심은 ‘성 역할분화’이다. 전통적인 성역할분화(여성은 집안일에 전적으로 헌신, 남성은 바깥일에 전력투구)를 통해 남편과 아내를 하나의 가족 소비단위로 만들었으며, 결혼은 남녀 모두에게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사회적 생산성이 고도로 상승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많은 변화가 촉발되었고, 생산관계에서의 성역할분화가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여성은 교육수준의 향상, 노동시장 진출 등을 통해 결혼과 자녀양육에 대한 기회비용 증가시키게 되었다.

즉, 여성은 혼인으로부터 얻는 혜택이 적어지기에, 여성은 소득이 높을수록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의 이론적인 논거를 제공하는 학자는 오펜하이머(oppenheimer, 1995)이다. 그는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적 독립성의 증가는 비혼의 증가보다는 혼인의 연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필자의 연구에서는 여성의 비혼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자료를 이용했다(1995년~ 2010년까지의 인구 센서스를 활용하여 분석함).
연구결과는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 서울여성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모든 연령대와 시기에서 비혼 구성비가 높아지며, 대학원 이상의 높은 교육수준의 경우 다른 교육수준의 서울여성에 비해 비혼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음.

● 서울남성의 경우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혼 가능성이 증가, 즉 대졸 남성들에 비해 고졸, 중졸의 남성들은 비혼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짐. 이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낮은 교육수준의 남성은 배우자를 구하기 어려워짐을 드러내는 것.
● 강남과 비강남(강북)의 여성을 비교하면 강남여성이 비강남여성보다 비혼 구성비가 높으며,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의 비혼 확률이 높아짐.
반대로 비강남여성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비혼확률이 높아지는 정적관계를 나타냄.
따라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여성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높은 지역에서 비교적 배우자를 찾기 쉽다는 것이며, 또한 미혼의 대학원졸 여성은 홀벌이인 관계로 생활비가 많이 드는 강남에서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듦.
● 강남과 비강남의 남성을 비교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에서 교육수준이 낮은 남성이 비혼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짐. 특히 강남지역의 남성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남.

 

결혼, 시대상을 반영한 총체적 결과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 사람의 개인적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혼은 사실 그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소득, 교육수준, 연령 등 각각 개별적 요소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물이자, 그 시대상을 반영한 총체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혼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을 받는 여러분이 자녀, 혹은 여성들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기성세대나 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사회학자로서의 우선적인 책임은 그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실업과 고용의 불안정, 경제적인 어려움, 이러한 문제와 함께 주목하는 시점이 바로 IMF라는 사건이다. 이 때 어린 시절을 겪었던 아이들이 지금의 청년들이고 혼인과 출산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이다.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어릴 적 트라우마, 마치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정서적 지진을 겪었던 것처럼 IMF 역시 지금의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상흔이 있다. 당연히 세계관, 가족관, 자녀관에 영향을 미쳤고 그들의 혼인과 출산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 청년들에게 결혼은 당위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권유 아닌 권유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구문제, 출산문제 노인부양의 모든 문제가 혼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청년들에게 지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떤 환경에 자라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우리 사회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 답이 아닌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답이 아닌 길을 급히 가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필자약력
콜럼비아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일리노이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現 통계청 성과관리 위원, 공적심사위원, 한국인구학회 운영이사, 국제사회복지학회 부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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