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급변하는 남·북·미 관계
신용경제 2018-06-04 09:03:02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문재인 정부 출범 1년과 한반도의 오늘
지난 5월 10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일 년이 되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기치로 쉼 없이 달려온 일 년이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새로운 기대를 불어 넣었고 현재 미·북간 비핵화 대화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출범한 지 채 몇 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비롯한 수차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새로운 안보리의 결의가 채택되었고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남북관계를 닫은 채 추가적인 도발을 계획, 감행했다. 특히 11월 29일 화성 15형 미사일체 발사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에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초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통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배제한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남북 합의 법제화 및 종전선언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남·북·러 가스관 연결등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된 비정치적 교류협력 지속 등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핵 무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며, 아쉽게도 베를린 구상에 대해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베를린 구상은 힘을 잃고 말았지만, 12월중순 이후 반전이 일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평창으로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북한 초청 문제를 언급한다. 이를 도화선으로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평창올림픽 참여 의사가 포함되었고, 고위급 회담을 거쳐 예술단 공연, 올림픽 참가, 고위급 방한, 정의용 특사 방북을 거쳐 4월 27일 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정상회담 행사를 통해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진솔한 대화의 모습을 시현하였으며 3개 조13개 항으로 구성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교류, 군사적 신뢰구축,북핵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가 당면해 있는 현안들을 폭넓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북한 핵문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건설한다는 공동의 목표”로 기술하고, 전체 13개 항 중에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도록 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서 급반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월10일까지의 첫 일 년을 끊어 살펴본다면 이보다 더 성공적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5월 16일 예정되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미국트럼프 행정부도 비난하였다. 이에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그날 일찍 발표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펜스 부통령 비하 발언이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보인 북한의 비협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차원의 벼랑 끝 전술이었다. 이후 상황은 급반전한다. 북한의 사과성 담화 그리고 2차 남북 정상회담, 미북 간 고위급 실무회담 등 싱가포르로 가는 길이 새롭게 열렸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수용할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게임의 법칙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세계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로 지칭했다.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직접 시진핑 주석을 겨냥한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도 시진핑 주석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임을 시사하며 시 주석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만에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해 버린다. 이러한 전술이 통했는지 이후 북한은 백기를 들었고 중국도 잠잠한 상황이다. 포커 게임의 판을 뒤집는 행동을 통해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끝내 끌려가기만 할 북한이 아니다. 무언가 반전의 기회를 도모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협상전략은 무엇인가? 아마도 전략적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고 핵무기를 최대한 오래 보유함으로써 협상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이 밝힌 내용을 보자. 미국에 제공할 비핵화 조치를 매개로 체재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핵화 조치의 이행방식으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북한은 체제보장과 관련하여 그 구체적 내용을 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카드를 먼저 내놓으라는 압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면 거기에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밝힐 것으로 본다.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한협상 전술이다.
반대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 조선반도의 비핵화 같이 모호한 표현을사용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야기함으로써 마치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과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CVID를 의미하는 듯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핵군축이나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의미하기도한다. 예를 들면 5월 28일 자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를 핵군축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핵군축은 미국이나 한국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며 그 일부를 내려놓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는 비핵화 과정을 몇 가지 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보상을 받겠다는 의미다. 외교 관계 수립이나 제재해제, 경제적 보상이나 한미동맹 약화를 비핵화 단계별로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북한이 최대한의 보상을 받으면서도 핵무기나 핵물질을 최대한 오래 보유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정리해보면 북한의 협상 게임은 핵은천천히 내려놓고 보상은 빨리 그리고 많이 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모를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특히 그의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은 북한 핵문제 전문가다. 북한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를 노어터 국무부 대변인은 5월 18일 더 크고(bigger), 다르며(different), 더 빠른(faster)해법으로 설명한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더 크게 제공하는 대신 비핵화 과정의순서를 바꾸어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으로부터 조기에 반출하는 방식으로 빠른 비핵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의 단계적 해법의 허를 찌른 것이다.
과거 비핵화 과정은 동결, 신고, 검증, 해체라는 전통적 과정을 상정했다. 이는 북한이 자신의 모든 핵 프로그램 활동을 중단하고, 핵무기와 관련 물자 및 시설을 신고하며, 신고내용을 검증한 이후 관련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해체한다는 접근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을 할 경우 핵무기와 핵물질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해체되므로 협상의대부분 단계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순간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다면 김정은 정권은 딴마음을 먹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은다른 해법을 제시한 것이고, 북한의 신고와 함께 핵무기와 핵물질을 조기에 미국으로 반출해 냄으로써 제재가 해제된 이후 북한이 딴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해 냈다. 이것이 소위 ‘트럼프식 해법’의 요체다.
만일 미국의 트럼프식 해법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압박이 전개될 것이고 이때 북한은 곤경을 탈피하게 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진다. 그 누군가가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당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지지해 왔다.그러나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문제에 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판문점 선언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그토록 꺼렸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이 궁지에 몰리게되고 지금 비핵화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과 거래를 하던 수많은 기업과 상점이 문을 닫게 되는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중국이 빠진다? 그러한 상황을용인할 중국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북한이 자국의 안보우려를 이야기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안보우려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중국 안보우려의 핵심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형해화(形骸化)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입었던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한편, 비핵화와 관련한 한국 고유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스스로 중재자로 자임한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잘 하면 된다는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대화를 촉진하는 데 유리할지 몰라도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부담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5월 26일 열린 통일각 2차 남북정상회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들의 맞이 속에 양 정상이 발을 나란히 해 걷고 있다.

 

한반도의 내일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은 정상적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성김대표와 북한의 최선희 부상 간의 실무회담이 잘 진행되면 좋고, 만일에 미처 합의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해도 그 부분을 남겨두고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상황에 따라서는 완전하지 않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을 통한 일정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머릿속에 있다. 따라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서로 웃으며 회의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이행이다. 물론 제대로 된 합의를 함으로써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 즉,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핵심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북한에 대한 주요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의 요구에 의해 핵무기 전체를 반출하기 전에 주요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 북한 비핵화의관건은 제재해제 이후 북한의 행보가 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제재 해제 이후에도 비핵화조치를 지속 이행한다면 우리가 꿈꿔온 비핵화는 가시권 안에 들어온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 해제 이후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 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미 제재가 해제된 북한에 대해 새로운 압박을 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국제사회에 협조하면서 새로운 제재나 군사적옵션을 피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한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하는 것을 용인할 가능성이 낮다. 결국 북한 비핵화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직접 당사자로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을 미국과 조율해야 한다. 미국의 조기 비핵화 방안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 대신 북한에 제공할 체제보장의 내용은 보다 유연해도 좋다. 결국,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투자의 개념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핵화가 실패하면 우리는 영원히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실질적인 평화가 오기 전까지는 한미동맹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미북 간 대화 촉진을위해 우리 고유의 목소리를 포기하고 이를 미국에 위임한 것이라면 적어도 우리의 이익을보장해 줄 것을 약속받아야 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능한 항해사는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이는 변화의 바람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구축에 활용하자.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석사, 美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 국제법 박사/ 前 외교부 정책기획관,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국립외교원 교수/ 現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