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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의 대재앙Ⅰ
신용경제 2019-01-07 14:36:34

합계출산율은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 지표로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려면 합계출산율은 2.1이 돼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2018년 9월 출생아 수는 2만 6100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13.3%나 줄었다. 또 2018년 1~9월 출생아 수는 25만 2100명으로 2017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9.2%나 감소했다. 2017년의 합계출산율은 1.05였는데, 2018년 1분기와 2분기의 합계출산율은 1.07과 0.97이었고, 3분기는 0.95였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 합계출산율은 1.0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해 보이는데, 이는 인구 현상 유지 출산율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이상이 교수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역사적 전례 없는 초저출산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이렇게 아이를 낳지 않았던 건 아니다.
인구 통계를 보면, 1970년엔 100만 명이 태어났고 당시의 합계출산율 4.53이었다.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인 합계출산율 2.1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니 정부의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이 요구되던 시절이었다. 1983년엔 77만 명이 태어났고 합계 출산율은 2.06이었다. 이때가 인구 현상 유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마지막 해였고, 이후 계속 떨어졌다. 1987년에는 62만 명만 출생해 합계출산율 1.53으로 심각한 저출산 상태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저출산 국가였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당시 우리나라는 여전히 출산 억제 정책을 쓰고 있었다. 마침내 2001년엔 55만 명만 출생했고 합계 출산율 1.3까지 떨어졌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선진국 중에는 프랑스와 스웨덴 정도를 제외하면 합계출산율이 2.1 근처인 나라가 거의 없다.
2016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8이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OECD 평균수준의 합계출산율 1.7을 저출산의 기준선으로 삼고, 이 이상
의 출산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OECD에서는 합계출산율 1.3 이하를 ‘초저출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수준의 출산율은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18년 연속으로 초저출산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2018년엔 합계출산율 1.0 미만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에서 일시적으로 합계출산율 1.0근처의 초저출산을 기록한
적은 있었으나 우리나라처럼 장기간의 초저출산과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국가는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저출산과 지난 18년 동안 계속된 초저출산으로 우리나라는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앞으로 가파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절벽이자 국가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잠재성장률은 떨어질 것이고, 우리 경제는 빠른 속도로 활력을 잃게 된다.
1970년엔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47년 후배 세대인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7800명에 그쳤다. 1970년에 출생한 사람들이 주역인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4%인데 노인 빈곤율은 무려 47%나 된다. 그런데 1970년 출생자의 약 3분의 1만 태어난 2017년 출생자들이 47세가 될 때인 2064년 무렵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은 42∼46%쯤 될 것으로 추계된다.
상식적으로 이런 사회는 유지되기 어렵다. 미래 세대가 노인부양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장차 복지를 떠받치는 세금은 고갈되고 사회안전망도 대부분 붕괴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국가재정은 결국 파산으로 내몰릴 것이다. 미래의 국가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어떤 특단의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새로운 노력 요구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에 합계출산율이 1.7 수준으로 떨어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기본 방향을 정한 후 사실혼 등의 각종 제도를 출산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가족 정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현재 프랑스는 합계출산율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인구 전담 장관직을 신설했다. ‘1억총활약상’이 그것인데, 주된 역할은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으로 최저치였으나 2017년엔 1.44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18년 동안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 상태를 이어왔을 뿐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상태가 이어졌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역대 정부가 한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1990년대까지도 우리나라는 출산 억제정책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합계출산율 1.3의 초저출산 상황에 처하고, 이런 추세가 굳어지자 갑자기 급해졌다.
합계출산율 1.08을 기록했던 2005년엔 대책 수립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고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 5년 주기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했다. 2006년 시작된 제1차 기본계획과 2011년 시작된 제2차 기본계획에 따라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80조 원이 넘는다. 그리고 2016년부터 시작된 제3차 기본계획에 따라 최근 3년간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63조 원이다. 그러니까 지난 13년 동안 저출산 예산으로 143조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졌고, 마침내 2018년엔 합계출산율이 1.0 밑으로 추락했다. 이는 기존의 관성적 방식으로는 무슨 사업을 하든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패러다임 전환의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는 패러다임 전환의 새로운 사고를 선보였다. 12월 7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 출산 장려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계층·세대 간의 통합과 연대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즉,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가 주도의 출산 장려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제3차 기본계획의 합계출산율 1.5라는 목표치도 폐기했다. 달성 가능하지 않거니와 이런 식의 출산 장려 정책이 더는 먹혀들지도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로드맵에서 새로 제시한 정책 목표는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17년 9월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우리나라를 ‘집단자살 사회’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문제는 ‘집단자살 사회’에서 태어나지 못한 세대는 회복할 방법
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현세대는 선배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사회를 잘 발전시켜 후배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것이 국가와 사회가 연속되기 위한 세대 간의 약속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현세대는 발전국가 시대의 주역이던 선배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산업화의 토대 위에서 온갖 이득을 다 누리고선 후세 세대가 더는 태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난감한 조건을 만들고 말았다. 이는 국가와 사회의 연속성에 대한 세대 간 합의의 위반이자 배신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주요 결정권과 경제적 능력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세대, 바로 4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가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의 ‘헬조선’을 만든 데 대해 이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2001년 이후 초저출산 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풍조가 생겼고, 이런 흐름이 점차 굳어졌다. ‘만혼’이 그것인데, 저출산의 중요한 이유다. 또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떠돌던 저소득층 청년들은 아예 결혼을 포기한다. 이것이 저출산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
이에 비해, 결혼한 부부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현재 2.23이다. 이들의 출산율은 걱정스러울 만큼 낮은 것이 아니다. 물론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이나 각종 아동 복지 정책을 통해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이 추가로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산율 수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주도의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출하진 못했다. 새로운 대책이 없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사실이다. 위원장이 대통령이든 아니든,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 대재앙을 감당하기 어렵다. 저출산의 해법은 안정적 일자리뿐만 아니라 경제, 보육과 교육, 일·가정 양립, 임신과 출산, 아동·가족·여성, 주거, 의료·요양 등을 포함해 정부의 모든 부처에 걸쳐 있다.
그러므로 저출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부처 간의 칸막이를 넘나들며 통합적 실천을 해내야 한다. 게다가 경제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임기의 청년과 장년이 불안하고 불행한 사회, 소위 양극화와 불평등의 ‘헬조선’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비혼·만혼과 결혼한 부부의 저출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른 혼인율과 출산율의 거대한 격차는 정말 야만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성 평등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산업화된 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특히 높은 곳은 예외 없이 성 평등 점수가 높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하기 때문이다.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스웨덴의 경험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성장 엔진을 탑재한 성 평등의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저출산 문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1930년대의 스웨덴, 1990년대의 프랑스, 그리고 2010년대의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들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구 절벽의 국가 대재앙을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믿음을 갖고 따르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출산 사회로 접어든 1980년대 중반 이래로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역대 정부가 제도적으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인 전례가 없다. 거꾸로 청년과 국민이 불안하고 불행한 ‘헬조선’ 현상을 심화시켰을 따름이다. 게다가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특단의 조치로 보기 어렵다. 이 위원회는 각 부처의 정책들을 모아놓고 발표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이미 10여 년의 활동으로 더는 제도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분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제도적·정치적으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특단의 조치로 외교와 행정을 총괄하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이외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바로 저출산 문제에 강력하게 대처할 ‘인구 대통령’이다. 인구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형식적인 위원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원장이자 특임 장관인 ‘인구 장관’에게 저출산 대책의 전권을 위임한 인구 절벽 시대 국가 대재앙 극복을 소명으로 삼는 대통령이다. 결국, 인구 대통령을 대신해서 일상적으로 저출산 극복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곳은 바로 ‘인구 장관’이다. 인구 장관은 인구 절벽을 극복하고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와 사회 부처를 통합적으로 넘나들며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다. 지금 초저출산의 인구 절벽 앞에서 진보와 보수가 따
로 있을 수 없다. 인구 대통령의 인구 장관직 신설 결단을 보수야당도 반대하진 못할 것이다. 이미 자유한국당도 출산주도 성장을 주장하며 아동수당 등 출산과 관련한 보편적 복지를 전향적으로 수용했던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인구 절벽의 국가 대재앙 앞에서 제1야당이 ‘인구 장관’ 설치를 반대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약력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예방의학 박사/ 前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전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 現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상임공동대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주요저서: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복지국가는 삶이다』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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