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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름다운 ‘발칸반도의 스위스 슬로베니아
신용경제 2017-07-10 10:04:13

 

익숙한 듯 낯선 이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가까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 나라로 손꼽혀 ‘발칸반도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은 ‘슬로베니아의 위치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는 온당치 못한 국제적 무관심이다’라는 황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슬로베니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디어 마이프렌즈’를 통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세 번째 부인이자 현재 아내인 ‘멜라니아’의 출신지로 더욱 유명해졌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고,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후 방문한 미국인은 앞선 전 년보다 23%나 증가했다고 한다.
알프스 산의 동쪽에 있는 슬로베니아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로 면적은 20,273㎢로 우리나라의 전라도만 하고, 인구는 2백만 정도다. 그러나 유럽의 최대의 포스토이 동굴지대와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의 피란만 해안선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듯 깔끔한 도시 외관의 매력으로 전 세계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랑스러운 수도 류블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까지는 열차로 6시간 30분으로 거리다. 국경을 넘어서 열차를 타고 왔지만 우리나라를 여행하듯 편하게 도착하였다.

 

캡처.JPG

류블랴나 성, 류블랴나 시청과 류블랴니차 강변

 

캡처.JPG

류블랴나 시가지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어로 ‘사랑스럽다’ 라는 뜻이다. 류블랴나는 아주 오래된 도시다.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던 3세기경에는 에모나(Emona)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6세기 이후로는 슬로베니아인들의 문화, 행정,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1277년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붕괴된 1918년까지 무려 640년 동안이나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도 슬로베니아의 수도이자 동유럽 교통의 요충지였다. 긴 역사와는 달리 류블랴나 시내는 그다지 넓지 않아 짧은 시간임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다. 웬만한볼거리는 류블랴니차 강 주변에 모여 있어 지도 없이도 가능할 정도다.

강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숙소에서 20여 분 가파른 길을 따라가 류블랴나 성을 찾아가 보았다. 이 성은 11세기에 지어진 후 15세기 합스부르크 왕가 지배 시절 오스만튀르크 공격에 대비하여 증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류블랴나 성은 현재 갤러리, 박물관 등의 문화 공간과 고급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됐다. 너무도 완벽하게 리모델링을 해서 인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깔끔해서 고성 특유의 오랜 역사가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류블랴나 성은 19세기에는 교도소로 쓰였다가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쟁포로와 정치범을 수용하기도 했다. 성안에는 그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옛 감옥 일부와잔인한 고문 기구들이 보존되어 있었다.
성안에 1489년에 세운 고딕 양식의 아담하고 예쁜 성 조지 성당은 류블랴나 시민들이 동경하는 결혼식 장소다. 류블랴나 성에서 가장 높은 류블랴나 탑을 나선형으로 빙글빙글올라가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을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시청사를 찾아갔다. 1484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1717~1719년 사이에 바로크 양식의 시청사로 재건됐다. 1층은 개방되어 관람객이 입장할 수 있고 안뜰에서는 17세기 류블랴나의 옛 지도와 유물이 상설 전시되어있고 다양한 기획전도 열린다.

 

시내 한가운데로 흐르는 류블랴니차 강
류블랴나 시내의 한가운데로 류블랴니차 강이 흐른다. 율리안 알프스에서 발원한 사바 강과 하나가 되어 흐르다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도나우 강의 본류에 합쳐지는 강이다.

강 양쪽에는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 물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이 도시의 명소들을 대부분 둘러보게 된다.
강에 놓인 다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쪽입구에 류블랴나의 상징인 용 4마리가 배치된 용 다리, 그리스신화 속 반인반수 사티로스 조각상과 사랑의 자물쇠가 있는 푸줏간 다리, 3개의 다리가 나란히 붙어 있는 토모스토베 등은 류블랴나의 명소들이다.
그중에서도 1842년에 만들어진 토모스토베 다리는 구시가지로 통하는 최초의 다리다. 1931년에는 다리의 안정성을 고려해 2개의 다리를 더 만들게 되면서 트리플 다리(세쌍둥이 다리)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슬로베니아를 더욱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나라로 만든 이야기가 있다. 토모스토베 다리를 건너면 프레세렌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 중심에는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민족시인 프란체 프레세렌(1800~1849) 동상이 서 있다. 슬로베니아의 언어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광장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땄을 뿐 아니라, 그가 쓴 시 ‘축배’는 국가의 가사이기도 하다. 현재 지폐에도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국민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동상은 1905년에 세워졌다. 뭔가를 응시하는 눈빛이 애잔하게 보인다. 프레세렌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건물에는 아름다운 여자 얼굴이 있는데, 그가 평생 사랑했던 율리아 프리미츠의 얼굴이다.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을 이루라는 의미로 프레세렌 상을 율리아 집을 바라보도록 세웠다고 한다. 극적인 동상의 배치다.
슬로베니아인의 그대 대한 존경과 사랑은 그의 기일에 극대화된다. 그가 사망한 2월 8일은 문화기념일로 슬로베니아의 12개 국경일 중 하나라고 하니 ‘국민 시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이날에는 전 국민이 일터에서 나와 책을 들고 시를 읽는다. 슬로베니아 전역에서는 온종일 시낭송회와 콘서트, 연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날의 행사는 늦은 밤 그의 동상 아래 모여 프레세렌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 광장 한군데에는 쾌청한 날임에도 이슬비가 간간이 흩뿌려지곤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의 눈물 같은 인공 강우를 뿌리는 것이다. 낭만적이다.
이튿날 길게 뻗은 강이 어디까지 이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에 해뜨기 전부터 류블랴니차 강을 걸어 보았다 강을 따라 운치 있게 자리 잡은 노천카페와 산책 나온 사람들 사이에 묻혀 현지인이 된 듯한 착각도 해보았다.
그렇게 강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다리 4개를 지나 끝없이 걸어가니 강물을 가둔 수문이 보였다. 수문을 살짝살짝 넘쳐흐르는 물에 아침햇살이 반사되는 것이 도시를 장식하는 듯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유럽에서 가장 큰 포스토이나 동굴
류블랴나에서 남서쪽으로 60km 정도 달려 ‘포스토이나 동굴’에 도착했다. 이 동굴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1818년 동네 주민이 발견해 그다음 해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1872년 동굴에 철로가 놓였고 전기가 들어온 것은 1883년이라고 한다. 몇 십년 만에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수십만 년 세월로 이뤄진 동굴도 순식간에 발전해버린 것이다.
입구에 모든 간판과 안내문에 한글이 병기되어 있었는데 외국에서 한국어를 보면 늘 그렇지만 슬로베니아에서 한글을 보니 신기하였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항상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입장 시간이 티켓에 적혀있다. 이 시간에 맞춰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고 동굴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훼손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더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에 이해가 됐다.
시간에 맞춰 티켓을 스캔하고 입장했다. 동굴 기차에 올라탔다.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생각보다 점점 빨리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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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세렌 광장, 프레세렌 광장의 세개의 다리, 프레세렌 동상


포스토이나 동굴은 약 25km 정도의 길인데, 일반인에게 개방된 부분은 약 5km이다. 이 중 3.5km는 기차로 들어가고 나머지 1.5km 정도는 가이드와 함께 걸어서 둘러 볼 수 있다. 열차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커다란 산이 보인다. 일명 골고다 언덕. 투어가 시작되는 곳이다. 동굴 내부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입구보다 40m가량 높다. 100만 년 전에 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큰 산을 이뤘다고 한다. 지금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들어낸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을 볼 수 있다. 조명 아래 비치는 그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 다음으로는 러시안 다리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 포로들이 만든 다리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다이아몬드 홀은 완벽한 순백색의 석순이며 동굴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포스토이나 동굴 티켓의 메인 사진으로 사용할 만큼 동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순으로 꼽힌다. 투명하게 비치는 불빛 일부가 석순을 투과해 빛을 발하는 모습이 마치 다이아몬드 같아 이름 붙여졌다. 어둠 속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동안 방향도 시간도 잃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를 따라가 본 데는 1년에 0.1mm씩 자란다고 하는 석순, 종유석 관람이었다. 이곳에 와서 자연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보기도 아까운 천혜의 보물들이다. 동굴 발견 후 150년 역사를 갖고 있건만 올바르게 석순과 종유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한 번 옛 선인들이 지켜온 자연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둠의 동굴에서 밝은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포스토이나 동굴 투어를 마치고 나와 점심을 먹은 후 차를 타고 슬로베니아 끝자락 피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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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토이나 동굴 입구, 피란에서 바라본 전경

 

슬로베니아 항구도시 피란
슬로베니아에는 약 40km의 해안선이 있는데 그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도시 중 가장 유명한 곳이 피란이다. ‘아드리아 해의 작은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피란은 크로아티아의 남쪽, 이탈리아의 북쪽과 접하고 있는 해안도시다.
과거에는 도시 전체를 감쌌던 피란 성벽(1470~1534)이 합스부르크 시대에 대부분 파괴돼 현재는 200m의 성벽과 성문 7개만 남았다. 우리 서울이 경복궁을 중심으로 성벽이 있었지만 굴곡의 역사를 거쳐 지금은 일부만 남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란 성벽부터 올라가기로 했다. 많은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피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저 멀리 바다 너머로 크로아티아 이탈리아까지다 볼 수 있었다. 지리학적 요충지이다 보니 많은 침략을 받아 과거에는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인지 모든 표지판에는 슬로베니어와 이탈리아가 함께 쓰여 있다.
낯선 나라, 모르는 도시들도 드라마의 배경이거나 광고, 영화의 촬영 장소로 유명해지면 그 때야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슬로베니아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잘 몰랐다. tvN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의 극 중 배경으로 슬로베니아가 등장해 알게 된 것이다.
특히 아름다운 커플인 연하(조인성 분)와 완(고현정 분)이 슬로베니아에서 함께 춤을 추고 와인을 마시고 키스를 하는 등 과거의 행복했던 모습들이 공개돼 더욱 기억에 남게 된 것이다.
극 중에서 두 남녀가 춤을 추며 행복해했던 곳이 바로 피란의 ‘타르티니광장’이다.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주세페 타르티니의 고향이 기도 해 그가 탄생한지 200주년을 기념해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치 그들의 춤에 연주라도 하듯….
유럽의 이국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화면에 연출되면서 우리에게는 더욱 낭만적인 나라, 사랑스러운 슬로베니아로 자리 잡은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발칸반도에 있는 나라 중에서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둘러보았다. 원래 두 나라는 마케도니아 공화국,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함께 유고슬라비아공화국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서구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다른 민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분열되면서 커다란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제는 고통을 잊고 그동안 지녀왔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며 세계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앞으로 슬로베니아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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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고문
중앙대학교 총동창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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