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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신용경제 2017-08-04 17:35:49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과 황 기사의 도움속 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점 초초해지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금 ‘왜 다시 1980년 5월 광주인가?’라는 거창한 질문 이전에 영화 <택시운전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으로,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그는 택시비를 벌기 위해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외국 손님을 태워 광주로 향한다. 그의 택시를 타게 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는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와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려야 한다는 피터의 도리에서부터 <택시운전사>는 출발한다.
그들이 만난 광주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그러나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 면에서 이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 이전에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맞서서 사람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이러한 <택시운전사> 속 인문들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인 그들의 이야기가 ‘내가 저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연결되며 비단 ‘과거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큰 울림을 전할 것이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 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택시운전사>의 모티브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켄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 기사 한 줄이었다. 이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세계에 5.18 실상을 알린 피터와 광주 한가운데로 그를 태우고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힌츠페터조차 끝내 다시 찾지 못해 익명의 존재로 남은 김 사복 씨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택시운전사의 마음속 행로를 따라가면서 역사는 위인들로 인해 이뤄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서 이뤄져 가는, 멀리서 조망한 벽화가 아닌 가까이서 들여다 본 세밀화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만섭의 택시에 함께 타고 가면서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평범한 택시기사와 외신기자인, 두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그날’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평범한 한 개인이 시대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일을 잘 해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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