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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 하는 플리트비체
신용경제 2017-08-04 11:07:43

 

크로아티아는 명실상부 발칸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tvN <꽃보다 누나>로 비로소 그 속살을 드러내 보였지만, 예전부터 유럽 내에서는 귀족의 숨은 휴양지로 알려졌었다. 지금까지도 크로아티아는 내전 때문에 여전히 아물지 않은상 처가 남아 있음에도,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플리트비체 호수공원’과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서 유럽을 관통하는 자그레브역
헝가리 부다페스트 역에서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행 국제열차를 탔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 완행열차와 흡사한 모습에 국제열차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열차는 6인승 침대칸으로 7개 차량인데, 그중 3개 차량만 자그레브행 열차였다. 그래서인지 3개 열차는 중간에 잠시 정차할 때도 잠겨 있어서, 중간에 내릴 수도 없었다. 헝가리를 벗어나 열차가 크로아티아에 들어서니 검사원이 올라와 여권 검사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레브역에 도착했다.

 

자그레브 전경

 

자그레브 대성당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 북부에 있는 탓에 오랫동안 중부유럽과의 가교 구실을 했던 곳이다. 자그레브역 역시 크로아티아 각 지방이나 이웃 나라로 이동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서울역이나 용산역처럼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의 외관은 초라하지만, 대륙횡단 열차인 동양의 특급이 자그레브를 통과해 이스탄불, 빈, 그리고 런던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는 화려함에도 이웃나라로 기차를 타고 넘어갈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 크로아티아 또한 세르비아와 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끝나지 않은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분쟁
옛 유고슬라비아의 구성국이었던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모두 남 슬라브 민족으로 종족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크로아티아는 가톨릭을, 세르비아는 동방정교를 믿고, 크로아티아는 서유럽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데 비해 동로마제국의 영향권에 있던 세르비아는 비잔틴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토미 슬라브 광장과 반 옐라치치 동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크로아티아는 나치 독일의 힘을 빌려 세르비아계 주민을 대량학살한 일이 있었으며, 세계대전 이후에는 요시프 티토의 남 슬라브족 통합운동으로 민족 간 반목은 잠시 수그러들었으나 크로아티아가 1991년 6월 25일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하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계 주민은 크로아티아가 독립할 경우 소수민족인 자신들의 입장이 불안해 질 것을 우려하여 유고슬라비아연방과 손을 잡고 분쟁을 일으켰다. 이에 UN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을 권고했으나 세르비아계 주민은 무장투쟁을 계속했다.
1992년 1월 가까스로 휴전이 성립되기는 했으나 1993년 1월 크로아티아군이 세르비아의 거점인 크라이너 지역을 공격하면서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고, 세르비아가 크로아티아 내의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쟁에 개입하자 분쟁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가의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1994년 4월 4일, 양국은 2년여의 전쟁 끝에 휴전에 합의했으나, 민족과 종교가 얽힌 분쟁이 모두 그러하듯 근본적인 원인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분쟁이 일어날 여지는 남아 있다.

 

 

동상이 있는 토미 슬라브 광장, 반 엘라치치 광장
자그레브역을 빠져나오니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정원으로 꾸며진 토미 슬라브 광장이 시원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 중앙에는 크로아티아의 국부와 같은 존재 ‘토미 슬라브’국왕이 말을 타고 기치(旗幟)를 보이는 늠름한 모습의 상이 서 있고, 그 뒤로는 노란색의 크로아티아 예술 전시관을 경계로 두 개의 공원이 있다. 예술전시관 뒤편에 있는 공원에는 각종 동상이 있고, 토미 동상 뒤편에서 공원 옆길 트램을 따라 걸어가니 반 엘라치치 광장에 이른다.
자그레브 시내에는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들은 우리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 비견되는 영웅들이다. 앞서 말한 중앙역 광장의 토미슬라브왕의 동상, 그리고 번화가인 옐라치치 광장에는 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옐라치치 장군의 동상이다.
토미 슬라브 광장은 자그레브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로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광장주변은 현대적이고 고풍적인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트램을 제외하고는 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특히나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 대신 전기로 가는 트램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장려하면서, 어느덧 파란색 트램이 자그레브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모습은 배울 점이라 생각했다.
반 엘라치치 광장은 17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스타일로 건설되었으며, 중앙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침입을 물리친 전쟁 영웅인 반 엘라치치의 동상이 서 있고 광장 이름 역시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공산주의에 의해 반 엘라치치 동상이 제거되면서, 이 광장의 이름도 공화국의 광장으로 바뀌었다가 1991년 유고슬로비아로부터 독립한 후 다시 예전의 이름과 동상도 제자리에 돌아왔다.

 

 

크로아티아 중심지 ‘자그레브’를 걷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 수도이지만, 면적이 크지 않아서 쉬엄쉬엄 걸어 다녀도 하루일정으로 충분한 도시이다. 자그레브는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구시가지에서는 중세도시의 그윽한 향기를, 신시가지에서는 막꽃 피기 시작하는 듯 활기찬 자본의 냄새가 풍기는 도시같이 보였다. 주변 지역을 낱낱이 보고 싶어서 다시 한 번 반 엘라치치 광장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공원 앞을 지나는데 노상에서 아가씨가 딸기를 팔고 있어 한 봉지를 사면서 씻을 물을 찾으니 씻지 않고 그대로 먹으란다. 이곳은 어느 곳이나 나오는 물을 마실 수 있으며, 또한 유럽에서 보기 드물게 화장실 이용도 무료다.
한 시간 가까이 걸으니 광장에 도착했다.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자그레브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물 자그레브대성당을 볼 수 있다. 성 슈테판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1102년 처음 지어졌으나, 13세기 몽골에 의해 파괴되었고, 이후 다시 지어졌지만 17세기 화재와 19세기 대지진으로 또다시 망가졌다고 한다. 지금의 형태는 대지진 이후 오스트리아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을 지은 사람이 재건한 모습으로 하늘 높이 솟은 104m, 105m 높이의 두 개의 첨탑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성당 앞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황금빛 ‘성모 마리아’는 감탄을 자아낸다. 햇빛을 그대로 반사해 반짝이는 마리아상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어, 보는 이들을 따스한온기로 감싸주는 듯했다. 성당 내부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의자와 대리석 제단, 바로크풍의 설교단, 13세기 프레스코화 등으로 채워져 있어 시간에 녹슬지 않은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관광객을 압도한다.

 

프리티비체 호수

 

자그레브 시내 파란 트램

 

돌라츠 시장에서 성마르코 성당까지
성당을 나와서 발길이 향한 곳은 돌라츠 시장.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장소다.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가 넘치는 이곳은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평소에는 평범한 광장인 이곳이 시장이 열리면 아침 일찍부터 오후 3~4시까지 노천시장으로 활기를 띤다. 주로 크로아티아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 치즈 등의 유제품을 팔고, 꽃이나 아기자기한 기념 소품들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자그레브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이곳 노천 시장 부근에서 찾으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에는 노천카페나 맛집이 많다. 특히, 닭요리가 유명하다고 하여우리 일행도 통닭 한 마리와 기본양념을 사 들고 시장을 나왔다.
스톤게이트는 자그레브 구시가를 형성하는 두 개의 언덕중 하나인 그라데츠 언덕에 있는 아치로 된 작은 터널이다. 초기에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문이었는데, 18세기경 돌로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기에는 5개의 문이 있었지만, 1731년 그라데츠 언덕 대화재 탓에 대부분 소실되었고 그 이후 지붕 모양의 돌문만 남았었는데 그 잿더미속에서 전혀 손상되지 않은 성모마리아의 성화가 발견되면서부터 현재까지 성지처럼 많은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성 마르코 성당

 

그라데츠 중심에 있는 성 마르코 성당은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다. 성당은 크로아티아를 상징하는 타일모자이크 지붕으로 갈색과 청색 그리고 흰색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지붕 오른쪽에는 자그레브 문장이, 왼쪽에는 크로아티아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건물은 14~15세기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전반적으로 고딕 양식이지만, 창문 안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플리트비체’
이튿날에는 풀리트비체 국립공원 투어를 시작했다. 공원은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키 큰 나무 덕분에 어디서나 울창한 그늘이어서 산에서 풍기는 내음 또한 이동 중의 걱정을 날려 버릴 만큼 신선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록되었고 산속에는 16개의 호수가 해발 637m 낮게는 150m에 이르기까지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다. 또한, 92개의 크고 작은 백색 폭포수의 물줄기가 부서지면서 흘러내려 비경을 이루고 있다.
호수 면이 유난히 선명한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는 것은 물속의 하단에 석회성분이 눈 부신 태양 아래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그곳에는 사파이어 블루의 깊은 호수저편에 초록색 머릿결을 가진 요정이 산다고 했다. 상상의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싶어 한다는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그 길을 걸어 보았다.
나무로 만든 다리 사이로 호숫물이 흐르며 산책로에는 갈대와 민들레 군락이 만들어져 있어 눈길이 간다. 사람들은 일렬로 줄지어 나무다리를 건너서, 한 호수에서 다음 호수로, 감탄사를 내지르며 사진을 찍으면서 건너갔다. 호수들이 너무 맑아서 물속에서 자라나는 나무들, 물빛을 닮은 두려움을 모르는 물고기들까지 훤히 다 보였다. 특히나 흐르는 물속에 숭어가 떼를 지어 놀고 있으며 거기에 천적인 청둥오리까지 합세하여 노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얼마 전까지도 분쟁이 끊이지 않아 ‘크로아티아’하면 전쟁을 떠오르게 된다. 이렇듯 주변과 여전히 긴장된 상태임에도 기차를 타고 이웃 나라를 서로 넘나드는 여유가 마치 플리트비체의 숭어와 청둥오리들의 상생 관계와 같아 보였다.
우리 남북한은 휴전한 지 64년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 열린 것이 없다.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고문
중앙대학교 총동창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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