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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성의 시대에는 안정성만한 인센티브는 없다
신용경제 2017-05-08 17:28:07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남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적 공조 또한 결실을 보지 못하면서 선진 각국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 경제 상황 속에서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상이한 모습을 띠고 있다. 한편에서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점점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잘 나가던 회사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한층 불확실해짐에 따라 많은 기업은 기업 내부에 지속적인 혁신을 불어넣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혁신의 원동력을 기업 내부로 유도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등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모든 기업이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테마 중 하나가 인센티브제도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많은 CEO가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인센티브 요인은 크게 당근과 채찍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극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주목해야 할 인센티브 형태는 ‘회사는 결코 너를 버리지 않는다’라는 확신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시해주는 것도 유용한 방법일 수 있음을 잊고 있는 듯하다.

일찍이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하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갔던 로마인들은 구성원들에게 강한 소속감과 높은 충성도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왔으며, 그 결과 그들은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유럽 대륙을 지배한 국가로 기록되었다.
로마인들은 전쟁 중에 포로로 적에 잡혀간 동료들을 수십 년이 지나도 결코 잊지 않았다. 기원전 216년 로마는 칸나이 평원에서 카르타고와의 전쟁 중에 7만 명의 병사를 잃고 8천 명을 포로로 잡히며 패배하였다. 이것이 카르타고의 하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반도를 급습한 제2차 포에니 전쟁의 결과였다. 승리한 하니발은 8천 명의 포로를 그리스로 데려가 노예로 팔았다.
포에니 전쟁 이후 20여 년이 지나 로마는 성장을 거듭해 에스파냐 지역을 평정하고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본국까지 침범하며, 지중해 지역의 패권을 다투는 나라로 성장하였고, 기원전 197년에는 그리스 지역까지 격파하기에 이른다. 당시 로마군총사령관인 티투스 플라미니누스는 그리스와 강화를 맺고 그리스의 독립을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20년 전에 포에니 전쟁의 패배로 포로로 잡혀가 노예로 생활하고 있는 로마군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스는 로마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포로로 잡혀간 8천 명 중 그때까지 생존해 있는 1천여 명의 포로들을 로마로 돌려보냈다.
티투스 플라미니누스는 그리스 지역의 승전보를 가지고 이들 포로와 함께 로마로 돌아온다. 이는 로마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전쟁을 치러야 할 로마시민과 군인들에게 로마는 비록 너희가 전쟁에서 지더라도, 혹은 포로로 잡혀간다 하더라도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효과 또한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기원전 53년경에는 파르티아와의 전쟁에서 1만 명에 달하는 로마군사가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다. 로마는 이들 역시 결코 잊지 않았다. 9년이 지났지만, 카이사르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파르티아와의 전쟁을 준비한다. 파르티아에 붙잡힌 1만 명의 포로는 파르티아의 오지에 내려져 혹독한 노역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포로가 희생되었지만, 카이사르는 소수의 포로라도 구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로마는 여전히 이들 포로를 잊지 않았다. 카이사르에 이어 권력을 장악한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21년 파르티아와의 강화를 맺기에 이른다. 아우구스투스는 강화 조건으로 32년 전 전쟁포로를 반환해 줄 것을 파르티아에 요청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32년 전 포로로 잡혀간 로마 군인은 이미 고된 노역으로 모두 죽고 없었다. 파르티아는 생존한 포로 대신 포로로 잡혀 온 로마 군인들의 갑옷과 무기 등의 유품을 수거해 아우구스투스에게 돌려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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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가장 불확실한 상황 중 하나이다. 이러한 불확실성하에서 로마가 자국의 군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선택한 인센티브 전략은 ‘우리는 결코 동료를 잊지 않는다’는 강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었다.
로마의 이러한 전략을 최근에는 미국이 계승해 오고 있다. 미국은 자국군인의 유해를 찾거나 포로를 구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유해확인센터(CILHI)를 설립하고 세계 각지에서 미군이 참여한 전투 중 유실된 유해를 찾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곳 유해확인센터는 부검의, 인류학자, 치과 전문의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정확한 인원 확인을 위한 현재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진주만 공습 당시의 유해를 60년이 지나서도 확인하는가 하면, 북한과의 교섭에서도 줄곧 한국전쟁에 참여한 자국군인의 유해 인도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유해확인센터 건물에는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실천력이 뒷받침된 한 구절의 문장이 수많은 미국 군인들에게 어떠한 감정과 헌신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고용 문화 속에서 안전성에 대한 갈망이 더욱 켜지고 있다. 9급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100대 1에 가깝고, 일반 행정 전국 모집분야의 경우에는 경쟁률이1,000대 1을 넘어선 적도 있다고 한다. 주요 공기업 역시 3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경우가 이제는 뉴스거리도 안 된다고 한다. 과학기술부에서 이공계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공공연구소가 42.1%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직장생활로부터 얻고자 하는 가장 큰 인센티브가 안정성, 정년, 구성원으로서의 깊은 소속감등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은 과거 로마제국이 그랬듯이, 그리고 근래에 미국 정부가 그랬듯이, 구성원들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는 안정성, 소속감, 공동체 의식을 제공해 주는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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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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