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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예술품을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 까닭은?
신용경제 2017-06-05 15:29:34

 

프랑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호주의 시드니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뉴욕에 가면 한번은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되면 대부분은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에펠탑이며, 호주 시드니 역시 오페라 하우스이다. 뉴욕에 여행을 가면 해보고 싶은 것 중에는 반드시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유의 여신상에서 사진을 찍는다든지, 여러 영화에서 주요한 장면에 많이 사용되었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를 떠올릴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며, 이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도시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 만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건물이나 공원뿐만 아니라 거리에 놓여 있는 조형물이나 조각상, 거리에서 전개되는 공연, 도시 벽에 그려진 벽화 등 공공조형물 형태인 예술품은 대부분 이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데 이러한 형태의 예술품들은 일반적인 예술품과는 달리 공공재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란 공중(公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를 말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 해당 재화의 소비를 막을 수 없는 경우 ‘비배제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동시에 소비할 수 있고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경우 ‘비경합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즉, 공공재란 바로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이며, 누군가 그 재화와 서비스를 향유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향유하지 못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조각품이나 건축물뿐만 아니라 축제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브라질의 리우 축제의 경우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것을 점차 발전시켜 지금과 같은 형식의 카니발이 완성되었다. 초반에는 보통의 거리축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후 삼바 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로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축제로 발전하였다. 오늘날 리우 축제는 10만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 예술로 자리 잡혀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로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춘 공연 예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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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로 알려진 독일의 맥주 축제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1920년 가을 바이에른 왕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루트비히 황태자와 작센 공국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주민들을 초청하여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것에 기원한다. 이것이 농부들이 한 해의 농사가 끝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축제로 계승되었고, 지금은 맥주 제조 회사들이 자신들의 맥주를 선전하기 위한 시음회 등이 결부되어 전 세계 700만 명이 참여하는 성대한 축제로 발전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대형 축제, 초대형 건축물, 조각품, 대규모 공원 등과 같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춘 공공재적 성격의 재화는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그 혜택은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다. 즉, ‘무임승차(free ride)’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시장실패로 볼 수 있다.
공공 예술품 이외의 다른 공공재인 치안 서비스, 도로, 다리, 등대, 가로등과 같은 시설들도 민간에 맡길 경우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시장실패의 치유 차원에서 정부가 대신 나서 공공재를 공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공공예술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영방송의 편성내용이라든가, 도시 건물의 벽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에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조형물로 너무나도 유명한 에펠탑의 경우, 처음 설립 당시에는 많은 프랑스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에펠탑은 1889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되었다. 프랑스는 파리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인에게 프랑스의 발전상과 문화예술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에펠탑이라는 초대형 건축물을 철제 구조물로 건설하기로 하였다. 철은 군함, 대포 등 군사력을 보충하는 데 있어 반드시 사용되는 자원인데, 이처럼 귀한 자원인 철을 거대한 예술품에 사용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프랑스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해서 인지 에펠탑 걸립 당시 많은 문화 예술인들은 에펠탑 건립을 반대했다. 유명한 문인, 화가, 음악가들 300명이 모여 에펠탑 건립 반대 운동을 했다. 그중에는 단편소설 작가인 모파상, 시인 베를렌느, 작곡가 구노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반대를 무마하고자 에펠은 일부러 높은 층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리고, 에디슨을 비롯한 당대 유명인사를 두루 초대한다. 예술가들에게 이같은 높은 공간에서 연주하거나 노래를 할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파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공연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상상할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결국, 이러한 체험을 한 많은 예술가는 에펠탑에 대한 반대 운동을 철회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공공재이자, 문화상품인 에펠탑이 탄생한 것이다.
다른 모든 공공재가 그러하듯이 에펠탑의 유지 보수의 주체 역시 정부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공재는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제공해 준다면 나 또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직접 공급하려고 나설 이유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지속해서 유지 관리할 필요 역시 없다. 누군가 유지 관리해 준다면, 계속해서 만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펠탑의 경우 7년마다 도색작업을 해야하며, 칠을 하고 보수하는 시간만 해도 1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또한, 에펠탑은 전망대 1층 바닥을 유리로 개조하는 변화를 주어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였다. 이미 연간 700만 명의방문객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은 방문해 봄 직한 광관 명소를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이유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개조 작업의 주체 역시 민간이 아닌 파리시가 추진하였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그러했듯이, 오늘날에도 세계적인 조형물이나 축제가 새로이 기획될 때는 많은 진통이 있다. 혈세를 낭비했다든가,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에서 그럴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결코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 누군가 그러한 여론에 밀려 계획을 취소했다면 파리가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이자 관광지로 각광받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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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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