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커피 소비가 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는 국민 음료가 되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커피잔의 수는 총 240억 잔으로, 국민 1인당 연간 484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5세이상의 국민이 하루 평균 1.9잔 정도의 커피를 애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현재 세계 7위의 원두 수입국이며, 매년 20%씩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국내 커피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한 가지 특이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그것은 커피소비 행태가 고급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소비 행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량으로 원두 구매가 가능한 커머셜 커피에 서 하와이안 코나와 블루마운틴 같은 고급 생두를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로 소비 패턴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또 다른 최고급 커피로는 컵 오브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이하 COE)를 들 수 있다. COE로 분류된 커피는 전 세계에서 재배된 커피 중 상위 0.1%에 해당하는 커피다. 그래서 이름도 최고의 한 잔(Cup Of Excellence)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스페셜티 및 COE 커피와 같은 최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원래 스페셜티 커피의 주요 소비국은 일본이다. 일본은 전체 스페셜티 커피의 40%이상을 소비하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 지역이 15%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COE 커피 또한 최근 한국인 최초로 구매자가 나타났는데, 일반 생두보다 가격을 4배 이상 주고 구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고급 커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최고급 커피인 스페셜티 및 COE(Cup of Excellence) 생두는 품질만큼 그 가격도 비싸다. 그렇다면 희소성 높은 최고급 생두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정답은 철저히 경매로 결정된다. 경매를 통한 가격 결정 방식은 수요자들이 해당 재화의 가치를 서로 다르게 평가하고 있거나, 해당 재화의 가치를 정확히 가름할 수 없을 때 주로 사용된다. 최고급 생두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커피나무는 민감한 식물로, 일조량과 온도와 토질에 따라서 생두의 맛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물론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매년 커피 생두의 품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생두의 품질이 매년 다양한 이유로 달라지는 상황에서 해당 커피 생두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단연 경매라 할 수 있다.
경매를 통한 가격 결정 방식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불일치할 때 가격을 결정하는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재화의 판매자가 한 명인데,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인 경우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최고급 커피 생두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경매로 가격을 결정한다. 희소성이 높은 최고급 생두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누구에게 판매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경매는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골동품, 미술품 등이 현재 동일한 이유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특정 재화의 구매자는 한 명인데, 이를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에도 경매는 유용한 방식이다.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서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투기와 같이 정부만이 유일한 구매자라 할 수 있는 국방 관련 물품이 일종의 경매인 경쟁 입찰로 결정된다. 이 밖에도 삼림 벌목권 결정, 주파수 이용자 결정, 부동산 거래 등 일상의 여러 거래에서 우리는 경매의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경매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경매는 입찰(bidding) 방식의 공개 여부에 따라 공개구두경매(open auction)와 밀봉입찰경매(sealed bidauction)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개구두경매는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누가 어떠한 조건으로 경매에 응하는지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공개구두경매는 다시 영국식 경매와 네덜란드식 경매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국식 경매는 오름 경매방식으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낮은 가격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구매자로 결정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영국식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와인과 앞서 소개한 최고급 생두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COE 커피 선정 주최인 ACE 측에서 누가 어떤 생두를 구매하기 위해 얼마를 불렀는지를 인터넷 생중계로 중계해주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높은 가격부터 시작해 가격을 점점 낮추면서 가장 먼저 응찰한 사람을 구매자로 결정하는 방식이 네덜란드식 경매이다. 이것이 내림 경매 방식이다. 내림 경매 방식은 튤립 재배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 오래전부터 이용해오던 방식이며, 국내에서도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생선 가격을 결정할 때 이 방식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경매제도 선택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상에서 열거한 경매제도 중에서 어떠한 제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크기와 낙찰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구매자가 해당 물품을 얻기 위해 얼마나 간절한 태도를 가졌는지는 각각의 경매제도에 상이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식 경매제도를 통해 생두를 구입하는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가격이 자신이 해당 생두에 부여한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응찰하다가 자신이 부여한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 입찰을 포기하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다. 미리 포기할 필요도 없다. 미리 포기할 경우 자신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생두를 싸게 얻을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해당 물품을 손에 넣지 못할 위험에 대해 다른 선호도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위험회피성향을 가진 사람이건, 위험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건 간에 입찰 전략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식 경매를 통해 생두를 구입하고자 할때는 상황이 다르다. 위험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위험중립적인 사람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생두를 손에 넣기 위해 조금 더 높은 가격 수준에서 먼저 손을 들 유인이 크다. 위험회피 성향이 큰 사람에게는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가기를 기다려 얻게 되는 추가 소득이 주는 만족의 크기보다, 해당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위험 비용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위험중립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위험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조금 더 기다려 낮은 가격에 낙찰받았을 때얻는 편익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기 때문에 좀 더 낮은 가격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릴 유인이 더욱 크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구매자가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일 경우 최고가밀봉경매나 네덜란드식 경매가 영국식 경매보다 판매자에게 더욱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경매는 수천 년 전부터 활용되어온 가장 오래된 거래 방식중 하나이며,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매를 통해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경매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나에게 보다 유일한 상황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은 가장 손쉽게 이득을 얻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