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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귤과 고추를 먹게 된 사연
신용경제 2017-10-10 10:57:22

거래는 우리 인류의 가장 오래된 경제 활동 중 하나이다. 인류가 거래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거래 전에 비해 거래 이후 자신의 만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가 간의 거래를 흔히 무역이라 한다. 무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이유 역시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득 때문이다.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득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역이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생산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데 있다. 다시 말해 무역은 물건을 간접적으로 생산하는 또 다른 방편인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가 운동화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때 직접 운동화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운동화가 아닌 트레이닝복 등 다른 재화를 생산한 뒤 운동화를 생산하는 국가와 교역을 함으로써 운동화를 직접 생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무역에 참여한다는 것은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편을 갖게 되는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저렴하게 해당물건을 얻을 수도 있다.
사실 무역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은 직접적으로 교역 대상이 되는 품목들을 보다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는 직접적인 이득 이외에도 다양하다. 국가 간의 무역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며, 국가 간의 교역과정에서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함께 전달되기 때문이다.
무역을 통해 풍요로워지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항목 중 하나가 단연 식자재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주요식자재 중에는 이제는 토착화되어 국산 농산물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초기에는 해외에서 도입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토착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물인 귤 역시 무역 때문에 우리에게 전래된 대표적인 작물이다. 1085년 고려와 교역을 원하는 일본 사신이 감귤을 선물하면서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배층들 사이에서 귤이 크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1282년에는 전라도 안렴사 임정기가 귤나무 두 그루를 진상한 기록도 남아 있다. 궁궐에서 직접 귤을 심어 먹으려 했던 왕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역시 1396년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새로 난 귤을 올리라 명한 바 있으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도 감귤나무 수백 그루를 제주도에서 가져와 순천 등에 심을 것을 명한 바 있다. 귤에 대한 우리 민족의 지속적인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대표 식자재인 고추가 한국인의 손에 들어온 경로 또한 새로운 무역로를 확보하고 교역하고자 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상인 덕분이었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남미 지역이다. 중남미 지역의 농작물이었던 고추는 1492년 인도로 가는 새로운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탐험을 하던 콜럼버스의 손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당시 콜럼버스가 가져온 고추는 유럽 각지로 퍼졌으며, 곧이어 아시아 지역과 무역을 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인도, 중국, 일본 등에 소개되었다. 우리 문헌에서는 임진왜란 이후인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서 처음으로 고추에 대한 언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봐서, 일본을 통해서 고추가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무역은 단순히 식자재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가공할 수 있는 방식 또한 함께 전파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두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부의 기원은 기원전 2세기경 한나라 때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두부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중국 상인들에 의한 고려 초기 때이다.
『고려사절요』에 성종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두붓국’을 대접했다고 표현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례만이 아니라 많은 식자재와 조리법이 외국과의 교역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다. 아마 이들 품목 중 상당 부분은 처음 보는 과일 내지 채소를 거래 상대에게 선물하고 환심을 사서 거래를 원활히 달성하고자 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상인이 가져온 가장 커다란 혜택일 것이다.
무역은 무역 대상 품목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전파되는 문화적, 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지속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경제행위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역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분명하다. 많은 경제학자가 다양한 이유 등을 통해 자유무역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메드 유누스(Muhammad Yunus)는 “국제무역이 자유무역으로 치달아 마치 100개의 차선이 있는 고속도로처럼 된다면, 그도로 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의 트럭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라는 비유를 통해 지나친 자유무역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유무역을 우려하는 대표적인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대표적으로 빈부격차이다. 무역은 국가 간의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기여할지 모르겠으나, 국내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의연안지역과 내륙지역 간의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무역을 통국가 안보 또한 중요한 근거이다. 식량 등 국가 안보와 결부된 중요한 산업의 경우에는 비교우위론 등에 의해 특화여부를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식량 등을 포기하고 다른 산업에 특화한 나라의 경우 상대국에서 식량문제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무역을 절대 맹신해선 안 된다는 우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무역은 분명 우리 인류에게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성과와 혜택을 가져다주었던 중요한 경제활동 중 하나였다. 무역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직접적인 교역 품목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준 간접적인 요인이 더욱 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느 정치경제학자는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도한 것은 무역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무역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우려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조절하기 위한 노력은 경제학자들에게 부여된 가장 커다란 과제가 아닌가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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