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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하의 위험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신용경제 2017-10-10 16:21:09

 

현대인은 가상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할 날도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간의 속도도 너무 빠르다 보니 확실한 것마저 불확실성을 띈다. 작금에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미세한 가격변동에 즉각 반응을 보이도록 프로그램된 컴퓨터처럼 거래를 죽이는 정책들이 날렵하게 칼춤을 춘다. 증권시장에서는 가격을 끌어내려 한 몫을 챙기려는 듯한 공매도 의심세력이 잘못된 정보, 허매도를 퍼뜨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게다가 사고팔 분양권, 주식, 그리고 금융상품은 모양도 색도 없는 추상적 존재다. 이런 실체 없는 세상에서 공포에 휩싸이면 암흑 공간으로 떨어지고 만다.
솟구치는 가격에 흥분해 올라타면 소위, 상투 잡기 일쑤고 떨어질 때 공포에 질려 시장에 내던지면 그곳이 바닥이다. 가상현실에서는 그 가상공간의 삶을 최대한 만끽하며 살면 행복하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위험을 발견한 후에 가능하다. 위험을 발견하면 상대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무능이나 불운 탓으로 돌릴 필요도 없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다가 때만 되면 나타나서 판을 뒤집어놓는 위험의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것들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 이해하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확실성 하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알게 되면 그들의 비합리성마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당첨이 극히 희박한 로또에 뛰어들 만큼 확률감각이 무디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인지심리학적 보수주의자가 된다.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의 생각들이 온전히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라고 했다. 또한, 인간 자체는 통계적 평균, 중간값이 없다. 누구나 자신이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합리성이 갈수록 더 제한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경제심리 구조다. 의사결정에 통계적 확률이 작용하지 않는다. 인지 진보자라 할지라도 새로운 외부 정보를 완전히 습득하기 어렵다. 친숙한 것만 쉽게 보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하에서 결정할 때 판단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이다.
인간이 확률에 무감각하게 된 것은 대안 없는 선택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통계적으로 다른 교통수단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낮아서가 아니다. 장거리 이동에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낙엽은 연못에서 부초처럼 떠돌다 나뭇가지를 만나면 확 달라붙는다. 인간은 떠돌다 새 정보를 만나면 그것을 붙잡기 전에 자신의 예측이 옳았다는 생각이 먼저 달라 붙든다. 자기 과신에 빠져 잘되면 자기 때문이고 잘못되면 불운이나 남 탓이다. 자신의 투자기술이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해 과대평가한다. 감정과 편견의 통제가 요구되는 인간이다.
전통경제학은 사람들을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기대효용이 가장 높은 것을 선택하는 합리적 인간으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 인간은 기대효용보다는 손실을 줄여줄 쪽을 택한다. 손실을 더 입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그렇다. 위험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쪽을 택한다.
자신도 모르게 큰 위험에 빠져든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그렇다. 나라에 대한 좌절감과 불안감이 증폭되면 국민은 자신이 손실국면에 처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때 선동가가 등장해 “우리를 다시 위대하게!”와 같은 구호로 지난 시절의 영광을 자극한다. 유권자가 위험에 뛰어들도록 손실만회 욕구를 자극한다. 자극된 사람들은 실제로는 손해 볼 위험이 큼에도 이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할지 아니면 회피할지는 상황을 이득국면으로 보는지 아니면 손실국면으로 보는지에 달려있다. 이런 생각에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가 자신이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 수준, 즉 자기가 설정한 기준치보다 더 나은지, 아니면 더 나쁜지에 달려 있다. 대개 인간은 구호에 흔들린다. 공포의 주입에 약하다. 그래서 이런 약점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활개친다. 지난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려고 긍정적인 상황을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호도하며 구호를 외쳐댄다.
공포 장사에 뛰어드는 세력은 사람들에게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손실 만회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사람들은 위험을 위험으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위험추구형 선택은 성공 가능성의 범위는 넓게 보일지라도 평균적으로 기대치는 더 낮고 불확실성도 더 높다. 특히 경제적 좌절은 사람들이 더 큰 위험을 무릅쓰도록 부추긴다. 이런 위험추구 심리는 도박심리와 비슷하다. 환경이나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중요한 건 선택한 이후의 변화다. 이득을 볼 확률이 높을 때는 위험 회피적 성향 탓에 돈 벌 기회를 놓친 인간이 하락 장에서는 공격적 투자자로 변한다. 대세 상승 장에서는 수익을 빨리 현실화하여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선택 후 당분간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가격의 등락을 자주 확인하지 않기 위해서다. 매일의 등락에 연연하다 보면 단타 매매에 빠지고 점점 원금마저 잃을 위험에 빠지게 된다. 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가득한 상승장에서 시장 분위기는 밝아진다. 일부 성급한 전문가가 대세상승론을 지피기 시작한다. 전체 경제에 걸쳐 회복세가 완연하며 경기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난무한다. 그런데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호기에 매도자로 전환한다. 상승 에너지를 축적할 기회를 놓쳐버린다. 시장은 잔치를 벌일 준비에 들어갔으나 축제 분위기를 함께 즐기지 못한다. 자기가 가진 자산이 조금 오르자마자 처분해 잔치를 즐길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호기를 스스로 날려버린다.

 

투자의 첫걸음은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된다. 그때가 상투였지만 그때는 모른다. 사자마자 일제히 하락세로 기운다. 하락장세에 접어든 것 같지만 팔지 못한다. 몇 차례 반등하기도 하지만 매입가에 미치지 못해 못 판다. 결국 반토막이 되면 아예 매도 자체를 포기한다. 그러던 주가가 어느 날부터 슬금슬금 오른다. 어느덧 매입가를 회복한다. 손실 상태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다. 더 오를 것 같지만 팔고 만다. 그러나 주식은 처분한 뒤로도 계속 오른다. 투자손실은 없지만 매도한 것에 대해 후회를 지속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투자자는 가격이 떨어진 자산을 오래 보유하다가 원본이 회복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매도에 나선다. 이런 매입과 매도의 경험을 겪고 나서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 같다 해도 재매입을 하지 못한다.
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계속 보유하려는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는 투자 위축이라는 고질병을 낳는다. 손실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시장이 좋을 때 돈 벌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투자의 세계에선 누구나 위험을 싫어한다. 사람의 행복은 돈이 많아질수록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점차 감소한다. 부의 한계효용이 체감하기 때문이다. 주가 흐름에서 하락 기간은 상승 기간보다 훨씬 길다. 주가가 오를 때 한꺼번에 오르는 특성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상승장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시기에 충분히 수익을 쌓아 놓지 않으면 투자 행복 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못한다. 다른 투자기회 잡기도 힘들어진다.
장기 투자는 변수가 많고 변화가 극심한 투자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어느 정도 저축할 돈이 쌓이면 그때 그때 없는 셈 치고 지역, 업종, 규모별로 분산된 적립식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안전투자다. 오래 묻어둘 자산을 여러 개 골라 산 다음 은퇴 후 결산해 보는 것도 샐러리맨에게는 은퇴준비 재무행동전략이 된다.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 사후예측, 후회기피 심리 등 다양한 의무의식과 심리적 약점이 빚어내는 비합리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자산시장과 군중심리의 급격한 변동성을 역이용하여 냉정하게 사실과 가치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재무행동에 임하면 평균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쓴 돈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투자자가 된다.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박병호 감정평가사,
Canada Investors Group재정자문,
30대부터시작하는 부동산노테크 저자
coreits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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