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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있어 경제적 의미가 부여된 계기는?
신용경제 2018-03-05 14:24:30

또다시 개학이다. 신학기야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의미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해 과거에 비해 교육에 있어 경제적인 의미가 더욱 강조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어떤 학교에 진학해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취업이 잘되는지 등이 관심인 세상이 되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교육을 통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따르는 시민을 재생산하는 의미보다 국가 경제에 필요한 인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논의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교육의 전통적 기능
그렇다면 교육이 이처럼 경제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결정적인 계기는 ‘산업혁명’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고도의 학습이 필요하지 않았다. 농사일은 형이나 아버지 곁에서 몇 해 따라 하면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교육은 국가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여 국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데 주력해 왔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국가 구성원들에게 공통된 도덕적 기반과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기반으로 국가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기능을 교육이 담당해 왔던 것이다.
교육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해 왔던 것은 우리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나 조선 시대의주요 교육과정이 도덕철학 내지 의례, 예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이유 중 하나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교육이 부여받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육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 의식은 법률, 제도, 문화 등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해당 사회와 국가의 주요 시스템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교육이 이런 기능에 주력해왔다는 사실은 과거시험제도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 최고 인재를 선발하는 시험인 과거시험의 과목은 유교, 불교와 같은 도덕철학이었다. 교육과정 또한 도덕철학과 의례, 예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런 사실들은 산업혁명 이전의 교육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시민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음을방증한다.
교육이 담당하는 전통적인 기능 중 또 다른 하나는 복지적 기능이었다. 교육은 국가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 왔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오늘날 직접적인 반대급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화학교 내지 교양강좌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이유를 떠올려 본다면 교육이 복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후 경제적 가치 중시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상황은 달라진다.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의 기능에 ‘투자적 기능’ 내지 ‘경제적 기능’이 추가되는 계기가 있으니 다름 아닌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은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지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농경사회에서도 생산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지식에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생산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생산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기계를 만들거나 다룰 수 있는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공학적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언어, 수학, 기초과학 등의 기초지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을 위한 대표적인 생산요소에 노동, 자본, 토지에 이어 기술이 중요한요소로 대두되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기술의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인 교육에 경제적 기능 내지 투자적 기능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교육이 국가의 경제적 측면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자 많은 근대국가는 교육을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교육받은 국민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국가의 경제발전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국가 존립마저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을 달성한 많은 국가에서 공교육과 의무교육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경제적 가치는 개인 차원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교육을 매개로 노동시장의 성과와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교육 정도에 따라 빈곤이 대물림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교육 성취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OECD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역시 교육 수준에 따른 빈곤의 대물림 등의 문제와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한 바 있다.

 

효과적인 교육방식과 앞으로의 교육 변화 기대
OECD는 학업 동기 고취와 학업 성취도의 평준화를 위해 어떠한 방식을 권하고 있을까. OECD에 따르면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학교 내지 학급을 배정하는 국가보다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더욱 고취된다고 한다.
또한, 유복한 계층의 학생과 취약계층의 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줄이는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능력별 학생 배정이 덜한 국가, 성적별 학교 선택이 덜한 국가, 학생 선별을 고학년으로 늦춘 국가에서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별로 학생을 구분하지 않은 교육 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학업성취도에 따른 구분 없이 교육하는 것이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의 성취도를 더욱 높이는 데는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분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네 번째 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앞선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 환경이 바뀌자 그로 인해 경제활동의 내용과 가치가 달라졌고, 이는 다시 교육의 역할과 기능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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