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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인 인간을 설득하기 가장 쉬운 색깔은 붉은색이다
신용경제 2018-05-02 15:25:44

우리 인간은 주변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정보 중 85% 이상을 시각 정보에 의존해 판단하고 사고한다. 우리가 시각 정보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이유로는 시각 정보가 다른 감각기관보다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붉은 호감의 기원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가장 빨리 전달되는 정보인 영상정보와 청각 정보라고 한다. 이 중 눈에 전달되는 시각 정보는 빛의 속도인 초당 30만m/s의 속도로 전달되지만, 청각 정보는 음속인 초당 330m/s로 전달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전달되는 외부 정보가 시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각이 촉각, 미각, 후각 등 여러 감각기관 중 우리의 의사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기업 입장에서는 시각 정보만 효과적으로 활용해도 소비자의 지갑을 얼마든지 열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시각 정보 중 하나가 바로 ‘붉은색’이다. 붉은색은 고유의 강렬함으로 인해 흔히 유혹의 색으로 분류되거나 성적 어필을 의미하는 색깔로 치부된다. 이러한 붉은색에 대한 이미지는 단순히 근거 없는 선입견이 아니다. 여러 분야에서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인간이 붉은색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내용이 있다. 이들 학자는 영장류의 행태를 통해 설명한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의 암컷들은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혈류량이 증가하여 피부 톤이 평소보다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렇게 붉어진 외관은 수컷 영장류를 유혹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우리 인류 역시 붉은색에 호감과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된 궁극적인 기원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 실험이 증명하는 붉은색 효과
붉은색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실험결과들도 많다. 애덤 파즈다(Adam Pazda)의 연구팀은 96명의 남성에게 동일한 여성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때 유일한 차이는 해당 여성이 입고 있는 옷 색깔만 달리하여 제시하였다. 실험결과 많은 남성이 회색, 녹색, 파란색 등 여러 색의 옷 중에서 붉은색 옷을 입은 사진 속 여성에게서 가장 큰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니콜라스 구겐(Nicolas Guéguen)과 셀린 제이콥(Céline Jacob)은 붉은색에 대한 선호도를 실제 현장에서 실험한 바 있다. 그들은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힌 후 어떤 색의 옷을 입었을 때 더 많은 팁을 받게 되는지를 실험하였다. 그 결과 남성 손님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에게는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내용과 종업원 모두 똑같았고, 단지 종업원의 옷 색깔만 붉은색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팁 금액이 올라간 것이다. 붉은색으로 인한 효과는 옷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붉은색 립스틱, 셔츠, 머리띠 등 액세서리를 붉은색으로 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붉은색을 착용한 종업원에게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은 남성 손님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지, 여성 손님들은 머리핀 이외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2009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붉은색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해당 팀이 수행한 실험 내용은 2분 동안 36개의 단어를 보여준 뒤 20분 뒤에 이 중에서 얼마나 기억하는지를 실험하는 내용이었다. 이때 한 그룹은 해당 단어들을 제시할 때 붉은색 배경 아래 제시하였고, 다른 그룹은 푸른색 배경 아래 단어들을 제시하였다. 실험결과, 붉은색 배경을 제시한 그룹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으로 두 그룹에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구성된 서로 다른 도형 20개를 제시한 뒤 이 중 5개의 도형을 골라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도록 요구하였다. 실험 결과, 붉은색 도형을 사용해 만든 장난감은 실용성 위주의 장난감이 구상된 데 반해 푸른색 도형을 사용해 만든 장난감은 상대적으로 창의력이 돋보이는 장난감이 구상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상의 실험결과들은 우리가 붉은색과 푸른색 중 어떤 색깔에 주로 노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행태를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소비에 영향을 주는 컬러 마케팅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연구팀은 색깔이 우리의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이번에는 색깔에 따라 소비자들이 광고를 받아들이는 성향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실험용 카메라 광고를 제작하였다. 하나는 카메라의 세부 기능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광고 내용으로 다른 하나는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한 멋진 사진들을 보여주는 광고 내용으로 제작하였다. 그리고 이 광고들을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 배경을 사용해서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하였다.
실험 결과, 붉은색 배경으로 제작한 광고의 경우에는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감성 광고보다 세부 기능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준 광고가 보다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파란색 배경을 활용한 광고의 경우에는 여러 이미지를 활용한 감성 광고가 카메라의 세부 기능을 설명하며 소구했던 광고보다 호평을 받았다.
이상에서 열거한 컬럼비아 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붉은색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푸른색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컬러리서치연구소(IC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최초 90초 안에 선택을 위한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판단의 60%에서 많게는 90% 가까이 색에 의존해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색깔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에 관심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우리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색의 유혹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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