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소비자를 가장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신용경제 2018-07-02 13:48:50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선택지를 활용하는 방식에는 두드러진 트렌드가 하나 있다. 그것은 가능한 한 선택지를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일견이러한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서마주치는 제품 수는 늘기도 하였다. 미국의 경우 1949년 식료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 총 3,700여 가지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무려 4만 5,000종이 넘는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율은 전체 증가한 물품 수에 비하면 제한된 상승 폭에 불과하다. 즉, 넘쳐나는 물건 중에서그나마 선별해서 매장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선택지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최종 선택을 보다 쉽게 끌어내기 위한 이유가 더욱 크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결정 장애 일으키는 선택의 역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로 설명한다. ‘선택의 역설’이란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견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소비자들이 보다 적합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선택할 대상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은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상을 선별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실제로 최종 선택한 것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선택지가 많을 경우 설사 최종 선택한 물건이 최적의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에게 더 적합한 대안은따로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반드시고객의 만족감을 높이는 일이 아닐 수 있다.
미국 스와스모어대학 심리학 교수 배리 슈워츠는 잼을 이용한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바있다. 슈워츠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쇼핑센터에 데려와 잼을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이 때 한 그룹에는 6개의 잼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그룹에는 24개의 잼을 보여주었다. 실험 결과 24개의 잼이 진열되어 있을 때 고객들이 해당 매장을 더욱 많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정작 최종 구매량은 6개의 잼이 진열되었을 때가 오히려 더욱 많았다. 슈워츠 교수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소비자들의 최종 선택을 더욱 주저하게만들었고 결국 사람들을 쫓아내는 효과만 가져왔다고 실험 결과를 설명하였다.
실제 이러한 선택의 역설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물건에서도선택의 역설을 활용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백화점은 말 그대로 100가지 물건이 있는 곳이라는 뜻만큼 다양한 물건을 구비하고 있다. 따라서 사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물건의 폭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증을들고 사은품 코너로 올라가면 정작 사은품 종류는 3~4개 정도뿐이다. 이렇게 한정된 품목으로 사은품을 구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선택의 역설 때문이다. 선택 폭을 늘리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대안 원하는 단일 대안 회피
선택의 역설로 인해 선택지가 많아지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선택지를 줄이거나 최적의 대안만을 제시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대안만 주어지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를 단일 대안 회피(single-option aversion) 성향이라고 한다. 단일 대안 회피에 따르면 사람들은 추가 대안을 찾고 대안들의 비교를 통해 서로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한 뒤 최종 선택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딸기잼만 보여주면 뭔가 더 찾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 결국 구매를 거부하고 다른 매장의 딸기잼도 찾아보려 한다는 것이다.
북미의 부엌용품 판매점인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에서는 결코 저렴한 가격이라 할 수 없는 $279짜리 토스터를 매장에 가져다 놓고 판매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기존 토스터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인 $429짜리 토스터를새로 들여놓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429짜리 토스터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동안 좀처럼 팔리지 않았던 $279짜리 토스터의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의 토스터만 전시되어 있을 때는 소비자들이 해당 토스터를 비교할 만한 대안이 부재하였기 때문에 최종 구매를 미뤘다. 하지만 두 개의 토스터를 전시하자, 각각의 토스터의 가격을 비교 할 수 있게 되어 안심하고 최종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DVD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미국판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서 수행한 실험이다. 해당 실험은 소비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는 소니 DVD 플레이어만을 제시하고 구매 여부를 물어보고,또 다른 그룹에는 필립스 DVD 플레이어만을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는 소니와 필립스 두 제품을 모두 보여주고 구매 여부를 물었다. 응답결과, 하나의 제품만 주어진 실험군에 비해두 개의 제품이 함께 주어진 경우 선택을 미룰 확률이 3분의 1에 가까운 비율로 크게 낮아졌다.
우리는 일과 중 수많은 선택지에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지는 대부분 소비 관련 내용이다.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를 살 때도,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다양한선택지를 마주치게 된다. 다른 걸 사러 갔다가도 메뉴판을 보고 또 다른 것을 고르거나 진열된 상품을 보고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메인 화면에어떠한 상품이 올라가는지에 따라 소비 형태가 달라지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선택지를 교묘하게 설정하여 고객들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거나 본인들이 팔고 싶은 물건의 판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선택지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