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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내용 표현하는 4가지 방식
신용경제 2018-12-03 14:30:02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투자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며, 1인당 평균 4종목 74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500만명 중에는 어쩌다 증권거래 계좌 하나 개설했지만 전혀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투자가 가능한 성인 인구 규모(20~69세)가 3000만 명 수준이니, 대한민국 국민 6명 중 1명이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거나 잠정적인 투자자인 셈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공시 내용 표현하는 4가지 방식
주식투자 시 중요한 근거자료 중 하나가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공시정보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국가에서 아무리법으로 공시 내용을 강제하였다 하더라도, 정작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들은 자신의 경영 현황을 외부에 속속들이 공개하고 싶지 않을 유인이 많으며, 그로 인해 공시제도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경영 상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공개를 꺼린다. 물론 공시과정에서 경쟁업체들에 회사의 중요 정보들이 유출될 것을 걱정하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자신의 경영활동을 스스로 옥죄는 유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은폐 혹은 축소되어 발표되는 공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여 성공적인 투자를 진행할 방법은 없을까? 사실 많은 행동경제학자와 재무심리학자는 공시자료의 표현 문구 속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힌트를 찾아내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은, 공시 자료는 그 어느 문건보다 다양한 수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매출, 이익, 배당, 영업 흐름, 현금보유 상황, 재고량과 판매량 등 대부분이 수치로 표현되는 내용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의 현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숫자이기에 법률에서도 많은 부분을 수치로 표현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시 자료에 수치를 표현하는 방식은 크게 네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공시 내용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내년도 영업이익 목표치는 4000억 원이다’, ‘올해 우리 회사 주당 순이익 규모는 2300원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구체적인 하나의 수치가 아니라 범위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앞서 예시한 문장들을 범위로 표현할 경우, ‘내년도 영업이익 목표치는 3000억~5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해 우리 회사 주당 순이익 규모는 1700원~2300원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최대치 내지 최소치만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있다. ‘내년도 영업이익은 최소 3000억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우리 회사 주당 순이익 규모는 최대 2300원 선을 기대한다’ 등의 표현이다. 물론 이상에서 열거한 방식보다 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단순히 수사적인 방식으로 ‘작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든가 ‘주당 순이익 규모가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등의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심리가 투영된 공시제도
그렇다면 같은 내용인데 이처럼 다르게 표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는 공시제도를 대하는 CEO의 속내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가능하면 남이 모르길 바란다. 바로 공시제도의 표현에서도 이러한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기업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은 정확한 수치를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유리한 정보의 경우에는 수치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 또한 자세히 기술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회사에 불리한 내용의 경우에는 정확한 수치보다는 범위를 통해 기술하거나 최대 혹은 최소치만으로 해당 내용을 모호하게 언급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는 것이
다. 심지어 근거가 되는 수치 자료도 뺀 채 상승 내지 하락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공시 내용에 포함된 부정적인 내용이 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공시 형태가 더욱 불명확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즉, 부정적인 뉴스를 자발적으로공시하기는 하지만 뉴스를 정확하게 공시하지 않고 애매하게 포장해서 공시 시점에 부정적인 효과가 주식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공시 내용 표현에 있어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긍정적인 공시 내용은 다른 공시 내용 없이 해당 내용만 비교적 명확하고 간결하게 발표되는 경우가 많지만, 부정적인 공시 내용의 경우에는 여러 다른 공시 내용과 함께 공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역시 해당 기업 CEO의 심리상태가 투영된 결과이다. 긍정적인 공시 내용의 경우에는 공시내용을 접한 사람들이 해당 내용에 집중하여 오래 기억해 주길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공시 내용 이외의 불필요한 정보들은 가능한 한 삭제하게 되고, 해당 공시 메시지도 강렬함을 남기기 위해 간략한 단문의 문장으로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명쾌하게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정보를 함께 공시하더라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든지 새로운 혁신을 통해 원가 절감이 예상된다는 식의 이익 예측치가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정보를 공시한다. 부정적인 뉴스를 공시할 때와는 다르게 이익 예측치 뉴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의 소식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부정적인 공시 내용은 오래 기억하지 않길 기대하고, 가능하면 대외적으로 이슈화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정적인 내용을 공시할 때는 가능한 한 여러 다른 공시 내용과 함께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이슈 속에서 부정적인 내용이 다소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 또한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내용은 단순히 부정적인 소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향후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이 어떻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사실도 함께 제시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정적인 공시 내용은 장황하거나 모호해지고 여러 정보와 함께 혼재되어 제시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이유에서 유리한 뉴스를 공시할 때보다 불리한 뉴스를 공시할 때 공시하는 정보량이 늘어난다. 결국 결론을 말하자면, 공시를 접한 투자자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반응하도록 공시에 포함되는 정보의 내용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할 때, 우리가 공시자료를 참고할 때는 단순히 공시 자료에인쇄된 내용만 아니라 공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방식을 통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해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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