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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지소선후(知所先後) 경영의 지혜
신용경제 2017-05-08 13:35:23

 

고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강연에서 비롯되었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리더이시다.
그런 세종대왕이 두 권의 책을 천독(千讀) 이상 하셨다고 한다. 그 두 권의 책을 깊이 묵상하시면서 나라 경영의이 론서와 실제 사례집으로 항상 곁에 두셨다고 한다. 그 두 권의 책은 사서삼경의 대학(大學)과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론서로써 세종대왕께서 가장 중요시 여기셨던 대학(大學)을 읽어보면 첫 시작인 경일장(經一章)에서 물유본말(物有本末)과 사유종시(事有終始)의 지혜를 가르친다.

 

知止而后 지지이후에 有定 유정하며, 定而后 정이후에 能靜 능정하며, 靜而后 정이후에 能安 능안하며, 安而后 안이후에 能慮 능려하며, 慮而后 려이후에 能得 능득하니라.
物有本末 물유본말하고 事有終始 사유종시하니, 知所先後 지소선후면 則近道矣 즉근도의니라.
가서 머물러야 할 목적지를 안 후에 방향의 결정됨이 있고, 방향이 결정된 후에 고요할 수 있으며, 고요해진 후에 평온할 수 있고, 평온해진 후에 잘 사려 할 수 있으며, 사려가 잘 된 후에 진리를 얻을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존재의 구조에 뿌리(근본)와 지엽(말단)이 있고,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시작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이 있으니,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알아서 하면 진리에 가까워진다.
<大學 經一章>

 

나라 경영의 첫 지혜는 모든 사물과 일에는 근본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며, 시급하게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알고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나라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일의 지소선후(知所先後) 즉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안다면 즉근도의(則近道矣) 즉 사물과 일들을 해결하는 진리의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거기서 나오는 나라 경영의 비전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대학(大學)의 경일장(經一章)에서는 지지이후(知止而后)에 유정(有定) 한다고 한것이다.
기업 경영도 다르지 않다. 기업 경영의 첫 번째는 기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즉 기업의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 정함이 없이 어떻게 매일매일의 의사결정에서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일을 알 수가 있겠는가? 그 깨달음이 모든 깨달음의 첫 번째이어야 한다.
특히, 물유본말(物有本末)과 사유종시(事有終始)의 지혜는 기업 경영에서 사업전략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것이고 시급히 해야 할 일이라면 경영자는 당연히 그 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만약 어떤 것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경영자는 그 일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룰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결정은 본질적인 것임에도 시급성이 없는 일과 본질적이지는 않지만 시급히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경영자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가 모여서 어떤 기업은 커다란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고 다른 기업들은 계속 고만고만한 기업에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事有終始)의 경영을 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의 기업의 자원과 역량에 근거해서 기업의 사업전략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러한 기업의 비전을 달성해나가는 단계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기업에 필요한 자원과 인재 그리고 기술을 갖춰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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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Jeff Bezos) 회장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의 기업 경영을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이익과 성장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 바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회장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선택’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된 아마존은 사업초기부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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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가 수익 내기를 원했다면 아마존은 보다 빠르게 흑자 기업이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아마존의 경영철학을 잘 반영한 대목이다. 아마존은 2000년대 초반에 거둔 인터넷 서점 플랫폼의 성공을 기반으로 기업의 수익(Revenue)과 이익(Profit)을 키우는데 안주하지 않고, e-book 사업,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여 지난 10여 년간 10배에 이
르는 성장을 이뤄냈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지소선후(知所先後)의 지혜는 아마존의 브랜드 가치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아마존은 일반적으로 수익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경영모델과는 매우 차별적인 성장 모델을 지향한다. 이익을 위한 도구로써 고객만족을 생각하는 기업들과는 다르게, 아마존의 초점은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더 많은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아마존의 높은 매출과 달리 1%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영업이익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아마존이 추구하는 고도의 경영전략이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주지 않는 대신에 고객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이익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제프 베조스 회장이 한 레스토랑에서 냅킨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성장 플랫폼은 고객의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원가와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가 되어 고객의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아마존을 방문하는 고객 트래픽의 증가와 함께 판매자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마존 성장 모델의 선순환 고리 그 어디에도 수익이나 이윤과 관련된 항목이 없다는 점이다.
가장 편리하게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장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고객 경험에 집중해온 아마존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원클릭 서비스는 컴퓨터와 모바일 플랫폼이 연동되어 매번 개인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시키면 자동으로 신용카드 정보와 운송 주소가 나타나는 결제 시스템의 편리성은 아마존의 온라인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시장 선점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이어졌고, 아마존을 지속 성장하는 시장 강자로 자리 잡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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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 경영의 지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깨달음은 결국 기업의 CEO가 이 기업을 어디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지 기업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만 사물과 일의 본질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시급히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안목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의 지혜는 기업을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한 작은 기업에 머물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며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와 사업전략의 초석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Bezos) 회장이 깨달은 것처럼 성장 플랫폼의 지소선후(知所先後)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경영자만이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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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smha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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