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농단(壟斷)한다? 농단(壟斷)의 경영
신용경제 2018-02-06 09:21:32

맹자의 공손추 하편 제10장을 보면 시장을 농단(壟斷)하는 상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의 원래 기능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서로 바꾸게 하는 교역에 있는데, 어떤 상인이 그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농단, 壟斷)’에 올라가 멀리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미리 보고 어떤 물건들이 부족할지를 알아내어 시장의 이익을 그물질하였다고 한다. 이로부터 가파른 언덕 즉 농단(壟斷)이란 단어가 유래되었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smhan@skku.edu

 

농단을 부정한 맹자
맹자에 의하면 이 상인이 가파르게 높은 언덕(농단)에 올라가 둘러보면서 시장의 이익을그물질하자 사람들이 이를 천박하게 여기고 후에 이 상인에게 세금을 거두었는데 시장에서 세금을 거둔 것이 이 천박한 상인에게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농단(壟斷)에 오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시장에 대한 정보를 자신만이 가짐으로써 시장에서의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맹자는 시장을 농단하는 것을천박하게 보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통해서 얻은 초과이익(그물질한 이익)에 대해서 맹자는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매우 부정적인 행위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경영은 시장에서 경쟁자보다 먼저 앞서서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시장의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을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맹자가 천박하게 본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왜 기업의 경쟁력으로 바뀌게 되었을까?

 

古之爲市者 고지위시자는
以其所有 이기소유로
易其所無者 역기소무자어든
有司者治之耳 유사자치지이러니
有賤丈夫焉 유천장부언하니
必求龍斷而登之필구롱단이등지하여
以左右望而罔市利 이좌우망이망시리어늘
人皆以爲賤 인개이위천이라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하는 자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것과 바꾸었으며, 시장을
관리하는 관리는 다스리기만 하였다. 천박한 장부가 있어서
반드시 농단을 찾아서 거기에 올라가 좌우로 둘러보면서
시장의 이익을 그물질하자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을
천박하게 여겼다.
<공손추 하편 제10장>

 

성공을 위한 역량, 마켓센싱(Market Sensing)
자신의 필요를 다른 사람의 필요와 교환하는 경제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혼자서 독점적으로 아는 것이 시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함으로써 전체 시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를 천박하게 여기고 제재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생산수단의 발전과 결합한 자본력이 전체시장의 필요에 더 적합하게 필요한 욕구들을 채워주고 또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이 시장전체의 이익을 더 키워주었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자본력과 생산수단의 결합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기업가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경영의 기업가정신의 밑바탕에는 시장 전체의 이익과 개별 참여자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있음을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느 한 개별참여자가 시장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시장의 전체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면 그러한 기업은 맹자가 이야기하는 농단에 오르는 농단 상인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현대경영에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보다 빠르게 고객과 경쟁과 시장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역량을 ‘마켓센싱(Market Sensing)’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뛰어난 마켓센싱 역량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경쟁 결과는 당연히 이러한 역량을 가진 기업의 철저한 승리로 귀결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의 욕구를 분석하고 시장을 이해하려고 수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과는 달리 시장에서 농단에 오를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특히 시장에 대한 정보에서 중소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한쪽은 농단에 오르기가 훨씬 쉽고 다른 한쪽은 농단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농단에 오르지 말 것을 경고하고 그에 대해 규제와 벌칙을 정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운영방식인가? 그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접근방식은 시장정보에 대해서 양쪽이 다 같은 수준에 있을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함께 오르는 상생의 경영
시스템을 통하여 혼자가 아닌 함께 농단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있다. ‘효성’은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 인력 양성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시스템을 통해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많은 기업의 상생은 자신의 몫을 조금 나누어 주거나 편리를 조금 봐주는 정도의 단발적인 지원에 그쳤다. 하지만 효성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어 협력사들을 돕고 있다. 자체 투자를 통해 구매, 생산, 물류, 무역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협업시스템’과 제품군별로 생산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는 ‘APS시스템’, 그리고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구매 관련 내용을 공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구매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효성의 전략본부장은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이며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본연의 사명뿐만 아니라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기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효성은 다양한 방향에서 협력사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효성은 세계 1위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CREORA)를 운영하고 있다. 독보적인 원천기술력으로 탄생한 스판덱스 ‘크레오라’가 세계 시장을 리드하면서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고 라인이 증설되는 등 시장지배력이 확대되어 고수익성을 지속하고 있다.
크레오라(CREORA)는 원사업체 최초로 매년 한국, 대만,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시장에 있는 원단 및 패션 업체를 대상으로 ‘크레오라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크레오라 워크숍은 의류 업계를 리드하는 트렌드 디자이너를 초청해 고객사별로 최신 원단 트렌드에 대해 일대일로 상담해주는 최신 패션 트렌드워크숍이다.
효성의 크레오라(CREORA)가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른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 크레오라 워크숍은 효성이 고객사별 특성에 맞는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고, 크레오라와 나일론, 폴리에스터 원사를 활용한 신규 원단 개발을 제안하는 등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농단에 올라가는 것과 다름없는 이러한 워크숍을 효성은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한다. 효성은 워크숍을 통해 협력업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차별화 제품 개발에 활동한다. 이와 함께 등 국내외 주요 패션·원단 전시회 또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참가한다.
또한, 효성은 국제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협력 업체들과 함께한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섬유 전시회 ‘인터필리에르 파리 2017’에서 프랑스 주요 협력사 중 하나인 소필레타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효성의 크레오라를 원단으로 제작해 염색 가공하는 소필레타는 유럽 시장에서 효성의 크레오라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원단업체들이 개발한 최신 원단을 세계 유명 브랜드에 소개하거나 판촉 및 영업을 지원함으로써 협력 업체들과 함께 멀리 바라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시장의 전체 이익을 희생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혼자서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는 것은 맹자가 말한 농단에 오르는 농단 상인에 모습이다. 하지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을 규제와 벌칙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을 못 올라가 하기보다는 올라가되 쉽게 오르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내려오기보다는 같이 올라가는 상생의 경영, 이것이 21세기의 농단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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