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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라의 전설
신용경제 2017-06-05 1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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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의 자기소개는 독특하다. 출신이 어디며, 장점이 무엇이고, 이팀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그런 소개와는 좀 다르다.
“어르신 어디 불편하세요?” 라는 질문에,
“아이고~ 내가~ 무릎이 아파요~~~”라는 이야기로 할머니의 자기 증상소개가 시작된다.
“손가락 관절도 휜 것 좀 보세요, 어깨도 못 들어요~~~,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손발이 다 저리고, 골이 아파요~~~!!!”
구구절절 삶은 고통이란 이야기처럼, 삶의 굴곡이 구슬픈 노랫소리처럼 흘러나온다.

 

그렇게 말씀하시던 할머니께서 치료를 다마치고, 대기실에서 손녀를 안고 있는 따님을 바라보며, “인자, 니 맞아라. 아~ 주라!”라고 말씀하신다.
조금 전까지 온몸 안 아픈 곳 없이 고통을 호소하던 바로 그분이 지금 무슨 힘이 있어서 10kg은 족히 넘어 보이는 손녀를 안겠다고 하시는 걸까? 설마 나한테 엄살을 부리신 건 아닌가? 아니면 내가 치료를 너무 잘해서 바로 모든 통증이 없어지고, 힘이 번쩍 생긴 것인가?

 

“아주라!”
부산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의 팬들이 파울로 온 야구공을 잡으면, 주변에 있는 아이에게 그 공을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에서 시작하여, 주변의 아이에게 주는 게 어떻겠냐는 권고의 외침이다. 좋은 문화로 시작했지만, 너무도 당연히 그 공을 달라고 달려오는 아이의 부모 때문에 마음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자발성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몰고 가서 좋지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힘들게 잡은 그 공을 주변에 있는 아이에게 주려는 마음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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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라가 생활화된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뱃속에 아기를 잉태한 산모가 아닐까 생각된다. 본인이 섭취한 좋은 영양분과 혈액 내의 산소를 탯줄을 통해 아기에게 공급한다. 힘들게형성한 좋은 기운을 아이에게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다. 산모의 정미로운기운, 최고의 에너지를 아이에게 주는 이 시기가 끝나고 출산을 하게 되면, “아(이에게 좋은 영양을 공급해) 주라!”는 산모의 생리에서는 탈출하지만, 이후에도 모유 수유를 통해, 육아 과정을 통해 엄마의 좋은 기운을 아이에게 값없이 주게 된다. 이렇게 엄마의 일생이 시작되고, 산후풍이니, 산후 우울증이니, 산후 비만과 같은 다양한 흔적을 지니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한 두 증상이 생기면서도, 피곤해 지쳐 자다가도 아이의 울음소리나 엄마!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는 엄마의 사랑과 희생은 아기의 방긋 웃는 미소와 성장해가는 변화가 치료약으로 위로해주곤 한다.

 

그렇게 키웠던 자녀가 자녀를 가질 무렵, 젊었던 엄마는 할머니가 되고, 지녔던 여러 증상은 본격적으로 퇴행성질환, 골다공증, 관절과 뼈의 질환, 근육의 쇠약과 같은 증상으로 그분들 삶에 자리 잡게 된다.
아이에게 사랑만 주다 그 사랑이 내게 돌아오지 않아 잠시 스트레스받던 시간을 통과하여, 이제는 그 아이의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 아니 어머니들의 강인한 사랑에 숨겨져 있는 “여기저기 아파요”에는 아주라의 전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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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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