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아낌없이 주는 나무 : 격대교육
신용경제 2017-07-10 17:27:08

 

 

얼마 전 밥상머리교육 강의를 하러 간 곳에서 젊은 엄마들 사이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교육대상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모였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눈치가 빠른 할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맞벌이하는 자식을 위해 손자를 돌봐주고 있는데 애들 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왔어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잊힌 격대교육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cats.jpg

 

격대교육이란,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손자와 손녀에게 해주는 교육을 말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꼭 필요한 교육이며 부모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대안 교육이다. 격대교육은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된 전통적 교육방식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3대가 함께 모여 살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와 손녀에게 자연스럽게 격대 교육을 했다. 자식들이 낮에 농사일을 나가면 남겨진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봐야 했고,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인문학 교사였다. 옛날부터 전래되는 구전설화, 동네의 유래, 인생을 살며 깨달은 생생한 이야기, 자연과 생물에 대한 이야기, 예절교육 등 총체적인 인문학 수업이 진행되었다. 비록 체계적이거나 형식적인 수업은 아니었지만, 무형식 속에서 많은 지혜와 지식이 전수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성이 따스한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격대교육이 점차 사라졌다. 대가족이 살며 북적대던 농촌은 노인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자식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버렸다. 매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던 아이들은 설날과 추석에 만 보는 사이로 바뀌어 어쩌다 만나면 자꾸만 엄마 뒤로 숨는다.

 

cats.jpg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끊긴 격대교육이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활하고 있다. 대도시로 떠났던 청년은 어느새 머리가 하얀 은발의 노인이 되었다. 노인의 자식들은 장성해 결혼을 하고 손자와 손녀를 낳았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자식들을 맡긴다. 덩달아 노인들의 격대교육이 새삼 조명받고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부부의 맞벌이 덕분에 거의 10년 이상 장모님께서 아이들을 돌봐 주셨다. 그 고마움을 어찌 다 갚을까 싶다. 요즘에는 자주 오시지 않는 할머니를 아이들은 자주 찾는다.
“할머니 언제 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아이들은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는 나물 맛에 길들었다. 아내와 나는 나물 반찬을 할 줄도 모르지만 할 생각도 없다. 오로지 할머니가 와야만 먹을 수 있는 나물 반찬은 아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고 잊을 수 없는 입맛이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평생토록 할머니를 머리로, 가슴으로, 입으로 그리워할 것이다.

 

미국도 격대교육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면서 외할머니에게 빌 게이츠를 맡겼다. 외할머니는 늘 다양한 분야의 책을 빌 게이츠에게 읽어주며 독서습관을 잡아 주었다고 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오랫동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오바마는 외할머니에게 받았던 격대교육으로 흑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외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말했다.
“내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엘더 교수팀의 종단연구에 의하면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학교성적이 좋았고, 자존감 또한 높아서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삶의 지혜가 풍부하고 누구보다 손자와 손녀에 대한 사랑이 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격대교육을 해줄 때 아이들의 마음은 쑥쑥 자라날 수밖에 없다. 마리퀴리의 시아버지인 외젠 퀴리는 바쁜 퀴리 부부를 대신해 손녀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 읽어주며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었다. 그리고 숲속으로 자주 산책을 다니며 자연과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워주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의 격대교육은 결국 손녀 이렌을 노벨상 수상자로 이끌어주었고, 이브는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노인은 휴먼라이브러리이다. 평생토록 공부하고 경험하며 쌓아온 소중한 도서관을 손자와 손녀에게 물려주도록 격대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하면 좋겠다.

 

 

cats.jpg

김정진
청주교육대학교
연구교수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