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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차기, 전통에서 겸손을 배우는 도구로
신용경제 2017-08-04 09:06:55

 

 

해외 봉사팀에서 한방진료를 했을 때 이야기다.
가난한 시골학교에서 다양한 봉사를 하였는데, 현지 중·고등학생들에겐 한국, 경제, 과학에 대한 강의를 하였고, 초등학생 이하의 꼬맹이들에겐 떡볶이와 같은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전통 놀이를 가르쳐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중 한 한국학생이 어린 초등학생에게 제기차기를 가르쳐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축구나 농구 등에 더 익숙한 요즘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제기차기가 여간 쉽지 않아 보이고, 현지 아이들도 배우긴 하지만 한 개, 두 개, 세 개를 넘기기가 어려워 보인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아이들의 미소는 그치지 않고, 잘 차지는 못하지만 한국과 스리랑카의 아이들이 제기 하나로 같이 땀을 흘리며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제기차기는 한쪽 다리로 견고하게 땅에 지지하고, 다른 다리를 들어서 찬다.
오른발이 편안한 사람은 대체로 왼 다리로 땅을 지지하며 오른 다리를 들어 제기를 차게 되는데, 우측 다리를 들어 주고, 발목을 안쪽으로 회전시켜 제기를 위로 띄우는 동작의 역동성을 이루는 근육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발을 띄워 제기를 차는 동작은 익숙지 않지만, 줄넘기와 가벼운 조깅으로는 충분히 자극되지 않는 근육들이 많이 쓰이므로, 꾸준히 연습한다면 고관절의 유연성과 골반과 척추를 안정화시키는 근육들에 도움이 된다.
제기차기의 화려하고 율동적인 동작을 주로 하는 우측 다리의 기능이 중요한데, 아무리 우측 다리가 잘 차려 해도 좌측 다리와 엉덩이, 척추와 복부의 근육이 어우러진 지지와 리듬감이 부족하다면 제기차기의 안정적인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제기가 조금이라도 멀리 날아가는 상황이 되어 양발을 잔걸음 질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민첩성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좌측 다리가 균형을 잡아주는 힘이 좋지 않다면, 마음은 박지성일지라도 몸은 호랑나비 아저씨처럼 될 가능성이 많다.
제기차기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지지하는 다리와 차는 발과 다리의 근육기능이 상당히 좋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좌우 다리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많이 차기가 어려운 만큼 좌우의 균형과 협력이 잘 이루어져야 제기차기를 잘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오른발로 잘 차는 사람이라도 다른 발로 차보면 이게 쉽지 않다. 좌측 발의 안정감 있는 지지 속에 활발히 움직이던 우측 다리가 역할을 바꾸어 지지역학을 하고 좌측 다리가 제기를 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치 축구에서 공격에 전문성을 지닌 선수가 수비에는
미흡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골반의 틀어짐이라도 있으면 한쪽 다리로는 수월하게 할 수 있으나, 반대편 다리로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동작이 훨씬 어렵기에 내몸의 불균형을 찾아내는 기회를 잡게 되기도 한다.
치료해야할 정도의 골반의 불균형과 척추의 측만과 같은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익숙지 않은 근육의 훈련을 통해 반대쪽 다리로의 제기차기도 점점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오른손잡이 투수가 왼손으로는 잘 던지지 못하는 장면을 연상해보면, 익숙지 않은 다리로의 제기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거나 근육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익숙한 다리의 익숙지 않은 역할을 경험함으로 자신이 그동안 자연스레 기능할 수 있었음이, 몸의 다른 부분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과 조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를 되면 좋겠다. 우측 다리가 주목받던 주요한 발에서 보조역할의 의미를 깨달으며 좌측 다리의 제기를 띄울 때 자신이 지지자·조력자의 역할을 해 보고, 자세를 바르게 잡아 마음껏 왼쪽 다리가 활기찬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보자. 이 경험은 분명 새로운 자세와 새로운 스트레칭을 하게하고 뇌에는 색다른 자극이 됨과 동시에, 좌우 다리는 색다른 역할 경험을 통해 더욱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이 될 것이다.

 

한의학의 설명법으로는 음양의 조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양적인 움직임이 음의 기초를 벗어나면 광란의 질주를 할 수 있고, 정적인 음이 양적인 활동의 도움이 없으면 나른하고 무뎌진다. 심지어 한의사가 침을 놓을 때도 (오른손잡이의 경우) 우측 손으로 침을 놓지만, 왼쪽 손으로 혈자리를 찾아내고, 고정하는 과정이 소홀히 되면 정확한 혈 자리에 침을 놓기 어렵고, 치료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개구리가 올챙이 때를 기억할 수 있다면, 좀 더 성숙한 개구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협력하여 아장아장 기고 걷던 어릴 적 기억을 한 번 되새겨 보면서 한쪽으로 편향된 부분을 한 번쯤은 바라보고, 다른 역할을 경험케 함으로 좀 더 성숙한 건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잘 올라가지 않는 왼쪽 다리를 허공에 던져보며, 자기가 차고 싶다는 우측 다리에게 인내와 견고함의 소중함을 가르치면서…

 

 

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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