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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신용경제 2017-10-10 09:51:49

“안녕하세요~송파구자원봉사센터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맑게 갠 가을 하늘처럼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박순희 자원봉사자. 모두 그녀가 센터의 살아있는 백서이자 터줏대감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지만, 20여 년간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청소년 자원봉사 유도와 육성에 힘써왔음에 붙여진 빛나는 별칭이기도 하다.

 

 

안아주세요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청소년 봉사활동을 통해 청소년자원봉사 교육 전문가라 불리게된 계기는 지극히 사소한 데서 비롯되었다.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여가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바쁘게 살았는데 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오전 시간이 비었죠. 그런데 전 스스로 시간표를 정해놓고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남는 시간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뭐라도 해야 했고 이왕 할 거면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를 해보자 마음먹었죠.”
자투리 시간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결혼전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교직에 몸담았었기에, 당시 교육청에서 주관한 ‘청소년 상담봉사자’ 모집에 마음이 끌렸다. 이후 130여 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장안중학교에 서 그녀의 봉사활동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상담 초기엔 일주일에 한 번씩 형식적으로 진행됐어요. 그러다 보니 집단상담이나 인성교육 정도에 그쳤고 이런방식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학교 측에 이왕 하는 거 일주일에 세 번씩 상담하겠다고 얘기했어요.”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명단을 받은 그녀는 1:1 상담을 시작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지만, 막상 겪어본 상담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엔 교사 생활을 했으니 학생들과의 시간이 어렵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한다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그길로 사회교육원에서 상담심리와 청소년에 대해 2년을 공부했어요.”
공부를 통해 그녀는 자연스럽게 법무부 산하기관에서 소년보호사 시험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소년법에 대해, 처벌받는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학교 밖의 아이들도 만나보기 시작했고 현재 송파구자원봉사센터와도 연결되었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가 1996년에 설립되고 제가 이듬해 97년 여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시절이라 청소년 쪽을 해보겠노라 앞장섰죠. 그 후 학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들에게 상담과 함께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 때문인지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교육학이나 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을 모집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도 청소년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업사이클링의 일환으로 브로치 만들기 팀을 꾸렸어요. 팀명은 ‘모하나(모여라 더하고 나누고 업사이클링)’ 예요. 브로치 만들기는 학생들의 방학 프로그램에도 포함되어 있죠.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브로치를 만들어서 하나는 부모님께, 하나는 요양원에 갖다 드려요.”
청소년 봉사에 베테랑인 그녀도 예민한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을 대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어쩌면 제일 바탕이 되는 당연한 요소이지만, 의외로 사랑이 부족한 친구들이 많다고.
“다른 무엇보다 사랑과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생들과 상담해보니 사랑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죠. 그럼 제가 꼭 안아줘요. ‘이리와, 선생님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한번 안아줄게’ 하면 애들이 파르르 떨죠.”
그녀가 주는 사랑의 방식 포옹.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따뜻한 품에 아이들은 곧잘 울음을 터뜨렸고 그 역시 눈물을 감출 길이 없어 상담실엔 항상 휴지가 비치되어 있다.
“이젠 학생들이 상담시간이 아니더라도 가끔 절 찾아와서 쿠키며 사탕 같은 걸 두고 가요. 변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엔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죠.”
자원봉사센터와 학교에서의 꾸준한 청소년 상담과 봉사활동을 통해 2002년 한국자원봉사문화(구 volunteer21)에서 교육위원으로 위촉받은 그녀는 어느 기업 직원들의 봉사교육 강의를 맡게 되었다.
“사실 특별한 교육은 없었고 제가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제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호응도가 높았어요. 제 얘기가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나오겠거니 했는데 여기저기서 청소년 봉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죠.”
첫 강의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 덕에 그는 10여 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송파구자원봉사센터 내 프로그램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며 자원봉사라는 기본에 충실했다.
“센터 내에서 초등학교 인성교육, 청소년자원봉사 교육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려다 보니 봉사자분들을 위한 봉사 매뉴얼이 필요했어요. 처음엔 구두로만 가르쳤는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전문가분들과 공동으로 청소년 자원봉사교육 교재를 집필하게 됐습니다.”
외국 전문 서적과 그동안 강의한 원고, 여기에 그녀의 오랜 경험을 참고하여 발간된 청소년 자원봉사 교육 교재는 학년별로 체계화되어 2003년 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청소년 자원봉사 교육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대화가 필요해
“모든 봉사활동은 언제 무슨 활동인지 얘기하면 지금도 생생하게 다 기억나요. 그래도 그중 가장 잊을 수 없는 학생이 있죠.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 여행 도중 교통사고로 가족이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은 아이였어요. 눈앞에서 부모님과 여동생이 119에 실려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죠. 그 후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고모네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됐어요.”
소년은 한순간에 가족을 잃었지만, 다행히 고모와 고모부가 그를 막내아들로 삼았다. 그렇게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어떠한 치료나 상담도 받지못한 아이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이 한 달에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읽는데 성적은 늘 하위권에 머무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제게 상담을 요청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난독증이 있더라고요. 자신을 받아준 고모 내외에게 착한 조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그저 책을 많이 읽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거죠.”
상담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한 상처와 이야기를 터놓으며 가슴 속 답답함을 깊은 한숨으로 토해냈던 학생이 아직도 선명한 그녀. 지금도 30대 초반 즈음 됐을 그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직업이자 자신의 꿈이었던 교도관이 되어 잘살고 있는지 문득문득 생각난다고.
“청소년기는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지만, 어른들은 그저 잠깐 지나가는 시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앞선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기 자녀와의 ‘대화’는 정말 중요해요. 얼마 전 엄마들과 아이들을 나눠놓고 각각 같은 질문은 한 적이 있습니다. 내 아이/엄마와 대화를 하는지 묻자 엄마 대부분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자녀들은 한 명도 동의하지 않았죠. ‘밥 먹어라’, ‘시험 잘 봤니?’는 대화가 아니라면서요.”
그는 밥을 먹이고 학교, 학원에 보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자녀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 아이의 재능을 알아주고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청소년기에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꼭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게 무엇인지 알아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관심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죠.”
더불어 그녀는 이러한 관심의 시작이 점점 확산되어 자원봉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청소년 연합활동으로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고궁도 가고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같이 했어요. 활동이 끝나고 소감을 듣는데 문화가 아름답고 역사가 깊어 대단하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자기네 역사를 너무도 모르더라며 자기것을 모르는 우리가 존경스럽진 않다고 했죠. 이 얘길 꺼낸 이유는 우리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 너무 소홀한 거 같아서예요. 이는 분명 관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죠.”
나에 대해, 우리 가족에 대해, 더 나아가 우리 동네, 우리나라에 대해 소중한 게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그는 학생들에게도 항상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오직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에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바로 자원봉사예요.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열심히 잘 하고 있죠. 그러니 우리 학교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면 일어나지 않도록, 친구들이 안전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관심을 갖는 게 자원봉사의 첫걸음이라고 가르칩니다.”
관심과 사랑을 통해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이를 바탕으로 20여 년간 청소년 자원봉사를 행해온 박순희자원봉사자. 그렇기에 그는 봉사의 첫 시작은 관심과 애정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누군가를 꼭 끌어안으며 말하고 있을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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