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신용경제 2018-01-05 17:38:54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새활용.
물건을 처음 만들 때부터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며 쓸모없어진 후까지 고려해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회사들이 서울새활용 플라자에 모여 있다. 그리고 자동차를 새활용해 특별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주식회사 모어댄이 있다. 어쩜 자동차시장 길이라는 도로명마저 꼭 어울린다.

 

일상의 영감
“안녕하세요, 저는 기존에 재활용조차 되지 않고 버려지던 폐기물을 가장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내는, useless를 useful로 바꾸는 모어댄 대표 최이현입니다.”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인 continew(이하 컨티뉴)는 자동차 생산과정 및 폐자동차에서 수거되는 천연가죽과 에어백, 안전벨트를 재사용해 가방이나 지갑 등 패션잡화를 제작
한다.
“제가 영국 유학 중 석사 논문을 쓸 때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연구했어요. 보통은 자동차에 따른 문제로 환경이나 교통사고 피해 등을 생각하죠. 그런데 생산 및 폐차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 한 결과, 여기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문제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소 18마리가 필요하며 그 중 80%의 가죽은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진다. 나머지 20%도 폐차 후 버려져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그는 버려지는 부분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가방과 지갑을 만들기로 했다.
“자동차에 쓰이는 가죽은 명품의 그것보다 4배가량 비싸요. 또 고온과 습기에 강하고 때가 잘 타지 않죠. 그 퀄리티를 알고 있었기에 패션 제품을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자동차 가죽이 훌륭한 소재임을 미리 알았다 할지라도 창업에 도전하는 건 여간 어려울 일이 아니다. 이런 쉽지 않은 결심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의 평소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
“졸업 전부터 어딘가에 취업할 생각보단 제가 흥미를 느끼고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망했어요. 그리고 졸업 즈음 제가 원하는 바를 깨달았죠.”
그는 논문 작성 시 떠올린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욕심을 토대로 실행에 옮겨 곧바로 창업준비에 열을 올렸다.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앞두고 좋은 재료에 유용한 제품일지라도 지속 가능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셜벤처대회라는 창업대회에 참가했죠. 1등이 목적이 아니라 제가 생각한 모델이 심사위원에게 어떤 평을 받을지가 중요했어요.”
최 대표는 진부하다거나 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혹평마저 모두 감수할 각오를 다졌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했고 이는 예상외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인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다음 해인 2015년, 창업에 돌입했다.

 

 

“우선 아이템은 선정됐고 그다음은 자본금이 문제였죠. 그래서 백방으로 알아보니 정부의 다양한 부처에서 공간이나 교육뿐 아니라 자금지급까지 해주더라고요. 심지어 무상으로 무려 1억 원을 지원받았죠. 갚지 않아도 되는, 정말 아가페적인 사랑을 받았어요(웃음).”
1억 원은 창업회사를 위한 지원 중 가장 큰 액수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위한 면접을 두 달간 봤다고. 그중 4박 5일은 합숙 면접이 시행됐고 그곳에서 그는 마음이 잘 맞는 친구 한 명을 만나게 되었다.
“저랑 동갑에 산업디자인 전공을 한 친구였어요. 4박 5일 동안 서로 잘 어울렸죠. 그런데 이 친구가 최종에서 아쉽게 떨어졌어요. 그때 제가 같이 일해보자고 조심스레 제안했죠. 전 경영을 맡고 그 친군 디자인을 맡아서 해주길 바라서요. 다행히 흔쾌히 수락해줬죠.”
가방이 된 자동차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준 기회를 통해 초기 자본금과 든든한 동료를 얻게 된 그는 그렇게 모어댄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
“저희 사업이 내부적으로도 미션이 있어요. ‘useless를 useful 로 바꾸다, 가치를 잃은 것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든다’라는 목적성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죠. 열심히 일하다가도 어느 순간 회사가 잘못되거나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 하던 일을 내려놓는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그분들이 useless한 사람은 아니란 거죠.”
하물며 능력이나 열정을 갖고도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에 고민한 그는 북한이탈주민이나 경력단절여성 등을 채용해 그들의 가치를 되살려 useful한 존재로 만들자는 미션을 정했다.
“외부적으론 소재를 useful하게 만들고 내부적으론 사람을 useful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에요. 이런 메시지 덕분에 대기업에서도 후원을 받게 됐죠. 정부와 일반 그룹사에서 자금을 지원받다 보니 안정적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현재 상품군 개발 업무를 맡은 동료도 가방 관련 최고 업계에서 수십 년간 일한 전문가지만 육아 문제로 잠시 일을 쉬고 있었다. 최 대표는 그런 그녀를 설득해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렇게 외·내부적 미션 덕분에 튼튼한 자본과 더불어 꼭 필요한 인재를 얻으며 차근차근 시작된 모어댄. 하지만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처음엔 가죽을 얻기 위해 일일이 폐차장을 찾아가 저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어요. 그땐 낯선 이의 방문에 자못 냉랭한 태도를 보이셨죠.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매번 찾아가니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했어요.”
어렵사리 얻어낸 승낙 후 그는 6가지 과정을 통해 제품을 제작했다. 우선 의자 가죽을 벗겨 내 클리닝을 거치는데 그 이유는 방향제 등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물 세척을 하고 건조한 뒤 열로 한번 펴주면서 코팅을 한 가죽은 왁싱으로 재생작업을 거친다. 이후 색상별로, 패턴별로, 사이즈별로 분류한다.
“총 6가지의 단계를 거쳐 가방 하나를 만드는데 약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되죠. 이것도 많이 단축된 거예요. 처음엔 넉 달 정도 걸렸는데 규모가 큰 폐기물 처리 업체와 현대기아차에서 가죽물량을 제공해줘서 대폭 줄었죠.”
2016년 모어댄은 정부에서 12억을 후원해 참가한 벤처 기업만 6,600팀이 넘은 큰 창업 대회에 도전하였고 그 결과, 파이널 TOP10까지 오르며 우수상을 받았다. 모든 과정은 kbs를 통해 방영되었고 이를 통해 기업에 직접 가죽을 제공받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되었다.
“가죽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해요. 다만, 자투리 가죽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특징이 있죠. 가방마다 보면 중간에 이음새가 있어요. 민무늬로 만들기엔 사이즈가 큰 게 없어서죠.”
대신 패치워크라고 누더기를 기운 듯한 모양새는 지양하는 쪽으로 디자인을 많이 고려했다고. 이는 고객이 컨티뉴 제품을 처음 봤을 때 업사이클링 상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란다.
“소비자들은 저희의 목적성을 따지기보단 상품 자체가 좋아야사잖아요. 그래서 새활용 제품이란 걸 구매 후 알아도 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퀄리티 높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끌어낼 것이라는 신념 아래, 내년엔 새롭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참이다.

 

END IS NEW
“현재 모어댄은 업사이클링 업계에서는 가장 크게 움직이고 있어요. 전체 매출이 한 달 기준 억 단위죠. 정말 신기한 건 저희가 따로 홍보한 적이 없다는 점이에요. 대신 그동안 여러 창업대회를 나가면서 TV에도 나오고 언론에도 노출되면서 조금씩 알려졌죠.”
본의 아니게 저절로 홍보가 되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여러 대회에 도전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에서 소비자들이 그들의 노력과 좋은 취지를 알아본 것일 테다.
“그동안 적극적인 홍보를 안 한 이유는 저희 같은 스타트업 회사는 비용을 집행해 광고를 해도 크게 효과가 없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1년 이상의 장기전을 펼쳐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않죠.”
하지만 홍보가 어려운 상황 중 또 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유명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컨티뉴 제품의 백팩을 메면서 이슈가 된 것이다. 일명 ‘랩몬백’이라고 불리며 현재 팬들을 비롯한 많은 이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저희가 따로 협찬을 드린 건 아니에요. 어떻게 아셨는지 직접구매해 착용하셨죠. 사실 그 모델은 컨티뉴 1호 모델이자 테스트 제품으로 만든 거였어요. 그래서 원래는 단종됐던 제품인데 인기가 많아져 재생산하고 있죠. 현재 주문이 많이 밀려있어 보통 대기가 40일 정도입니다.”

 

 

여러 가지 호재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확실한 브랜딩으로 컨티뉴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체계적인 홍보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한 가지 더, 컨티뉴 제품은 올해 미국과 일본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영국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었어요. 한국 출시는 그다음이었죠. 그런데 좋은 기회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매하게 된 거예요. 그래도 외국 진출은 꾸준히 준비했기 때문에 미국은 법인을 설립해 곧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고 일본은 유통사를 통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확실한 메시지가 있으며 퀄리티가 높은 제품에 환영했고, 미국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그들을 반겨 이미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가장 환경적인 패션 기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 어딜 가도 컨티뉴제품을 쓰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요. 더불어, 윤리적인 메시지를 함께 가져가는 선행 사례로 남고 싶죠.”
글로벌 시장 진출의 당찬 포부를 밝힌 최이현 대표. 2017년이 지났지만 2018년 새해가 밝아왔듯 모어댄 역시 끝나지 않을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END IS NEW!”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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