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미학 해피앤자인 김순주 대표
신용경제 2018-02-05 09:47:58

고즈넉한 공간에 친숙한 듯 낯선 내음이 알씬알씬 풍겨온다. 무슨 냄새더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코를 쿡 쏘는 향에 비로소 생각이 난다. 수줍은 듯 감싸졌지만, 그 향기만은 감춰지지 않는 다양한 한약재가 고운 빛깔 천 속에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숨을 통해 아름다움을 전하는, 우리 전통 향으로 방향제를 만드는 이곳, 해피앤자인이다.

 

숨으로 전하는 행복내음
전주에서 온종일 하얀 눈이 내린 날 해피앤자인 김순주 대표를 만났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드문데 특별한 때 찾아왔다며 꽃처럼 예쁜 미소로 반가이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원예치료사이자 해피앤자인 대표 김순주입니다. 해피앤자인은 한약재방향제를 만드는 곳으로, 향기를 통해 행복과 웃음을 디자인해 사람들에게 베풀자는 의미로 만들어졌어요. 로고의 바람개비는 향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했죠.”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던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나눔을 배웠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베풀며 살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녀는 그 뜻을 따라 학교와 병원 등지에서 원예치료사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원예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꽃꽂이뿐 아니라 방향제 만들기 수업도 했었어요. 당시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학성분으로 방향제를 만들었죠. 그러던 중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게 되었고 천연적인 성분과 향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는 천연성분으로 흔히 사용되는 서양의 허브가 아닌 우리 전통의 것으로 향을 내고자 했다. 그래서 건강까지 생각할 수 있는 한약초를 떠올렸고 한약초방향제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엔 주변 지인 선물용으로 만들었는데 받은 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한약초방향제를 받은 분들이 사용해보니 정말 좋다고 어디서 사야 하냐며 문의가 빗발쳤어요. 제가 만들었다고 하니 이걸 사업화해 판매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죠. 고민하던 찰나에 전라북도에 시니어 센터가 만들어졌고 이를 계기로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하는 전라북도 시니어기술창업센터는 도내 시니어들의 성공창업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업공간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고 있다. 흔치 않은 좋은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순주 대표는 면접 중 직접 만든 한약재방향제를 선보였다.
“면접관분들은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데 직접향을 맡으면서 효과를 느껴보면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사업에 대해 확실하게 알아야 합격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봤죠.”
달콤씁쓰레한 내음이 면접관의 코끝을 뭉근히 자극했던 것일까. 해피앤자인은 2015년 7월, 1기 입주업체로 선정되어 당당히 첫걸음을 뗐다. 이후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어떻게 하면 한약초방향제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전통 향에 더해 우리의 한국적인 멋을 표현하고 싶어 방향제에 하나의 스토리를 넣었어요. 우선 천연 한약재를 넣을 주머니로 한복 옷감으로 쓰이는 천을 선택했죠. 그리고 방향제를 둘러싸는 리본은 한복 옷고름을 매듯이 맸어요. 노리개 대신으론 꽃을 얹었죠. 상품을 보낼 때 쓰일 박스는 들었을 때 한복가방처럼 보이게 만들어 마무리했습니다.”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우리 고유의 색을 녹여낸 한약초방향제가 완성됐다. 방향제에 들어가는 한약재는 기본 15가지이지만, 대상자에 따라 가감된다. 학생에겐 한약 냄새를 중화시켜주는 박하가, 금연하는 사람에겐 감초가 추가되는 등 사용하는 이의 특징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받는 사람에 맞춰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그때그때 만들어 보내드리죠. 한약을 달여 직접적으로 먹는 것은 아니지만 코를 통해 들이마신 향도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장시간 운전하는 택시 기사님들이 차 안에 방향제를 둔 후 피로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해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은은하면서도 아릿한 내음이 코를 간질이며 건강까지 채워준다니 누군들 이에 끌리지 않을 수 있으랴.

 

나누고 비우고 채우라
“해피앤자인 제품을 구매하시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을 도울수도 있어요. 제가 ‘나·비채’로도 활동 중이기 때문이죠. 나·비·채는 나누고 비우고 채우고의 줄임말로 재능기부 활동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방향제 사업은 물론 원예치료사로서의 활동도 병행 중인 그녀는 학교에서 원예수업을 마치면 학생들과 경로당으로 향해 함께 재능나눔을 한다. 그가 아이들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어르신들께 다시 전해드리는 셈이다.
“처음엔 재료비나 간식비를 모두 제 사비로 진행했어요. 사실 혼자 부담하기엔 힘에 부쳤는데 요즘은 학교 선생님들께서 간식을 사서 전해주시기도 하죠. 또 음식 만들기나 비누만들기같은 재능기부를 함께 하는 회원들도 생겼어요.”
그녀의 노력 덕분일까. 차갑고 삭막했던 경로당은 어느새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어르신들은 이제 경로당이 아니더라도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손주 보듯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제가 가는 날이면 이날만 기다렸다고 즐거워하세요. 언젠가 케이크 만들기 활동을 했을 땐 언제 이런 걸 만들어보겠냐며 아이같이 좋아하셨죠. 얼마 전엔 할머님 한 분께서 직접 뜨개질해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주셨어요. 그동안 만들어서 집에 쌓아두기만 했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셨죠.”
이에 그녀는 할머니가 직접 뜬 수세미를 모두 사들였다. 그리고 해피앤자인 방향제를 구매한 모든 이들에게 방향제와 함께 무료로 보내주고 있다. 수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할머니의 손수 만든 수세미가 많은 사람에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나·비·채는 올해 정부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비인가 경로당을 돕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했다.
“천 원일지라도 지속적인 후원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대리운전 번호를 하나 샀죠. 콜센터에서 전화번호를 하나 사서 그 번호를 대리운전과 연계한 거예요. 누군가 나·비·채 번호로 대리운전을 부르면 그 수익성 일부를 받는 거죠. 큰돈은 아니지만 나눔 활동에 필요한 재룟값에 보탬이 돼요. 나·비·채 대리운전은 현재 전라북도에 한해서 시행되고 있으니 많이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새로운 치유공간을 위하여
최근 김순주 대표는 해피앤자인 사업과 나·비·채 활동에 더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 중이다. 지난해 말, 국가에서 지원하는 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하는 세대융합 사업에 선정되었기때문이다.
“꽃집을 운영 중인 청년 팀원과 함께 꽃과 방향제를 매개로 한 치유교육농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치유교육농장은 부모와 아이들, 가족이 부담 없이 찾아와 함께 방향제를 만들어
보고 다양한 원예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중이에요.”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가족 간의 시간이 줄어들고 직접 체험하는 활동이 적어진 점을 지적한 그녀는 자연을 통해 감성을 되살림은 물론 자연스럽게 우리전통향과 친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올해 3월까지 꼭 치육교육농장을 완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부지 위치는 막바지 조율 중이고 교육에 사용할 책상도 기증받았죠. 또 텃밭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천연향초 방향제와 원예교육, 그리고 텃밭 운영 등 이 모든 걸 융합한 치유교육농장. 기대되지 않나요?”
우리나라 전통적인 향과 꽃을 융합해 향기가 묻어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그는 다시 만난 날엔 치유교육농장에서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겠노라며 장담했다.
그런 김순주 대표의 바람이 은은한 향처럼 번져나가길. 그렇게 머지않은 시간에 우리의 손끝에 묻어나고 코끝에 스며들기를.
 


진유정 기자 jin_yj@mcr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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