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업은 성장세인데, 골프장 산업은 왜 위기인가?
한은혜 2018-01-03 18:48:17

지난 2016년 시장조사에 따르면 골프 산업 전체 규모는 약 1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 드에 나가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연습장의 산업 규모는 전체 산업 규모 중 10% 정도 인 1조 200억원 가량이었다.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한국골프산업백서 2016’에 나온 한국 골프 시 장 규모(2015년 기준)다. 시장 구성을 살펴보면 골프용품이 4조3013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했고 필드 라운딩 관련 시장 규모가 3조1659억원, 스크린골프 연습장 1조200억 원, 실외 연습장 (8122억원)이 뒤를 이었다. 전년(2014년) 시장 규모가 11조1433억 원이었으니 성장세가 뚜렷하다. 백 서 기준 연도인 2015년 이후인 2017년까지도  관련 시장은 계속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전망 또 한 밝다. 이렇게 골프 산업이 전체적으로 그 규모가 커지는데 반해 골프장 산업은 늘 위기라 말한다. 과연 골프장 산업은 정말 위기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위기라는 말로 골프장 산업의 치부를 가리고 있는 것인 아닌지 진단해 보자. editor 방제일

 

 

골프산업이 경제 성장이 둔화됐음에도 매년 불 황을 모르고 성장하는 배경은 골프가 대중화되 고 있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동 안 접대나 비즈니스 차원의 골프 대신 취미나 친 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했으 며, 이에 발맞춰 젊은 층들이 골프로 유입되면서 사치성 소비로 인식됐던 골프가 생활스포츠 혹은 취미로 개념이 재정립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 다. 이런 유행을 반영해 골프업계에선 합리적인 가격대로 골프용품의 가격 범위를 확대하고 골프 초보자를 포함해 다양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 도록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골프용품과 의류, 그리고 골프에 대 한 인식이 변하는 동안 골프장 산업은 늘상 ‘위기’ 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실제로 파산하는 골 프장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으며, 회원제에서 대중 제로 바꾸는 골프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중제 와 회원제 골프장 경계가 무너질 거란 전망이 나 오는 것도 이런 추세 때문이다. 골프 업계에서는 산업 전반적인 성장과는 별개로 안일한 영업 방식 을 고수해오던 회원제 골프장의 퇴출은 앞으로 보 다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레저산업연구 소 조사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 134개소 중 절반 인 72개소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골프 장의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이 계속된다면, 운영형태면에서 대중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의 경계 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될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도 회원권이 없는 사람들이 예약, 라운드가 가능한 운영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회원제나 대중 골프장의 구분 없이 운영 형태 면 에서 준회원제 형태의 기존에 없던 방식의 골프장 이 나타날 것이다. 골프장 업계는 이를 두고 울상 을 짓고 있지만, 그동안 일반 대중의 접근에 제한 이 있었던 국내 골프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스포 츠선진국과 같이 대중화되는 길목이라고 보는 편 이 옳을 것이다.. 고급 이미지가 강조되다 보니 골 프에 관한 인식이 왜곡돼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김영란법 이후 일반 대중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 리 잡는 과도기인 것이다. 특히, 국내 골프장산업 이 골프장 공급과잉시대에 접어들면서 ‘갑’이었던 골프장이 ‘을’로 바뀌었고 많은 돈을 내면서 홀대 받아왔던 일반골퍼들이 ‘갑’으로 자리바꿈했다는 것은 골프 산업 전반을 봤을 때는 긍정적인 지표 다. 골프장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그린피나 카트 피, 식음료비 등을 낮추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골퍼들은 값싸게 플레이하면서 제대로 대 접받고 있다. 골퍼들은 ‘이제 골프칠만하다!’라고 환호하고 있지만 골프장들은 과거를 추억하면서 아직까지 새 시대의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산업 붕괴 는 왜 일어났는가?

 

국내 골프장은 작년 말 현재 전국적 으로 52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골프장은 지난 1990년대부터 골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골프장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 될 정도로 인기를 끈 덕분에 우후죽 순 생겨났다. 경제 성장의 중심에 있 던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 기업들도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골프장 사업은 회원권 분양만 성공할 경우 큰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골프 장의 증가 속도는 둔화되었다. ‘수요 와 공급’의 원칙이 시장을 지배하면 서 골프장 사업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 기 때문이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 장 공급이 포화상태 즉 과잉 공급을 초래하게 됨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여기에 급격한 경기 둔화 와 함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위기 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회원제 골프장 으로 개장한 골프장들은 회원 모집 성공을 위해 그린피 면제, 일정 기간 후 입회금 반환 조건 등 다양한 혜택 을 내걸고 고으로 회원권을 분양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경영 위 기를 자초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 으로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회원권 시세가 폭락해 회원권 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여기에 회원제 골프장들의 입 회금 반환 시기까지 겹치면서 일부 골프장은 도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 다. 결국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골프 장 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골프 인구가 밀 집된 수도권 일부 골프장과 골프 인 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적은 경상도 지역 몇몇 골프장들을 제외하고는 대 부분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골프장이 급격 히 늘어난 제주도와 호남지역은 경영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 회원제 골프장들에 비해 전국 250여개에 달하는 대중골프장들은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회원으로부터 자유롭게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고, 그린피, 식·음료대 등 골퍼들이 지불해야 하 는 비용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 기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해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 들이 속출하면서 회원제 골프장산업 의 기반이 붕괴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골프회원권값이 이미 분양가를 크게 밑돌면서 입회금 반 환 청구가 줄을 잇고 있지만 반환할 돈이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골 프장이 부지기수다.

 

2000년 이후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 수가 149개소에 달한다. 이미 회생절 차에 들어갔거나 종료된 회원제가 27개소이고 나머지도 부도위험이 높 다. 이는 기본적으로 회원제 골프장 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에 기인한 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대략 60억원(대기업 제외시 30억원) 에 불과하고 평균 부채비율도 금융감 독원의 건전 부채비율 200%를 10배 나 초과한 2,070%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이 잠식된 회원제 골프장 수가 2014년말 82개소에서 2017년 말에는 두배로 급증했는데, 자기자 본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경영적자 가 누적되면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 이다. 이에 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 어간 회원제 골프장수가 2015년 8월 17개소에 불과했지만 2017년 말에는 80개소 정도로 급증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총액은 2014년말 16조 3천억원에서 2017년 말 12조원대로 4조원 정도로 줄어들 었는데,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회원제 골프장들이 입회금 일부를 회원들에 게 반환해주면서 대중제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회원권 시장도 크게 냉각되었다. 김영란법이 2016년 9월부터 시행되면서 접대수 요가 거의 사라지고 쓸모가 없어진 법인들의 회원권이 시장에 대거 매물 로 나오면서 회원권값도 계속 떨어져 왔다. 회원권 평균 가격이 2015년 7 월 1억 1,200만원대에서 2017년말에 는 8,000만원대로 떨어졌고 부(富)의 상징이었던 골프회원권이 콘도회원 권처럼 이용가치 중심으로 변한지 오 래다. 골프장들의 경영수지는 골프장 공급과잉 현상 심화, 골프장당 이용 객수 감소 및 이용료 하락 등으로 회 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악화되었다. 재산세, 개별소비세 등 중과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그 린피는 대중제 골프장보다 4만원 정 도 비싸 비회원들의 이용이 크게 줄 어들었지만 반대로 그린피가 4만원대 에 불과한 회원들의 비용 비중이 높 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전 체 이용객수중 회원의 비중이 절반을 넘고 회원 10명중 6명이 세금만 내고 치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이 적자내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골 프회원권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한 팀 4명의 그린피가 20만원 정도에 불 과한 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하게 되면 서 주말에 붐벼도 돈이 되지 않는다. 적자경영을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치 는 회원제 골프장들도 나타나고 있 다. 골프장 오너들이 자기 지분의 절 반 정도를 골프장에 기부하고 회원들 도 회원의 그린피를 2만~4만원 인상 하고 가족회원들의 대우도 크게 낮추 면서 흑자경영을 전환된 곳도 있다. 이런 모범적인 회원제 골프장들을 확 대시키기 위해 정부도 재산세율을 절 반으로 낮춰주고 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업계는 개별소비세 폐지를 위 해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왔지만 부자 감세, 세수 부족, 대중제 골프장 과의 세율 불균형 등을 이유로 무산 되었다. 개별소비세를 폐지할 경우, 회원제의 매출액은 다소 늘어나겠지만 부실한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조정 을 지연시키면서 국내 골프장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발 생하게 된다. 회원제 골프장으로 정 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접대목적으 로 운영되는 대기업 소유 골프장 몇 군데에 불과하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회원제들은 입회 금 반환 사태, 영업적자 누적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 문에 2017년에 영업흑자를 기록한 회원제 골프장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대부분 회원의 그린피가 7 만~8만원 수준이고 회원수가 18홀 기준 1,000명을 넘는 1990년대 이전 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들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4년 -4.7%에서 2017년에는 -20%대로 적자폭이 확대되었지만, 일반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제 골 프장들은 2014년 27.4%에서 2017년 에는 10% 후반대의 영업흑자를 기록 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던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제 골프 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중제 골프 장의 경우, 세금이 회원제의 10% 수 준에 불과하고 개별소비세, 체육진흥 기금이 부과되지 않으면서 그린피가 4만원 싸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용객수가 회원제보다 10% 이상 많 기 때문에 흑자경영이 가능하다. 이 에 따라 회원제 골프장이 입회금을 반환하거나 출자전환하고 대중제 골 프장으로 전환한 곳이 2015년 말 40 개소에서 2017년 말에는 80개소 정 도로 급증했다. 대중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중제 전환을 위해서는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중제 전환 후 회원대우를 10 년 정도 해주는 골프장들이 등장하 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대 중제 골프장에는 어떤 회원을 둘 수 없고 사전 부킹혜택 없이 예약순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서 편법 골프장들은 줄어들었지만 회 원동의를 다 받지 못해서 대중제 전 환이 늦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 다. 대중제 골프장이 전체 골프장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 서 2017년에 절반을 차지했다. 대중 제 골프장의 비중(홀수 기준)이 2014 년 말 41.2%에서 2017년 말에는 50%로 높아졌다. 이처럼 대중제 골 프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입회금 반환 사태에다, 경영적자폭 확대 등 으로 회원제의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전환이 급증했고 신설 골프장들도 대 부분 대중제 골프장으로 개장했기 때 문이다. 골퍼들이 값싼 대중제 골프 장을 선호하는 것도 회원제의 대중제 골프장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전문 업체 위탁경영·수입 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

 

골프장 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 는 근본적인 방안 중하나로 최근 부 각되고 있는 것이 위탁경영이다.  미 국의 경우 이미 골프장 전문 운영 대 행 회사들이 오래전부터 성업하고 있 다. 따라서 국내도 이런 시스템을 도 입해 전문 위탁경영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골프장들의 운영을 대행하는 것 이 해결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 운영 대행 회사는 한 개 골프장으로 는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5개 골프장 위탁 경영권을 따내 운영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골프계 관계자들 의 진단이다.  아직 국내에는 본격적 인 전문적인 위탁경영 업체가 나타나 기 시작했고, 이미 몇몇 골프장들은 위탁경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호남 지역 한 골프장은 전문 업 체에 위탁경영을 맡겼다가 실패로 끝 나기도 했다.

 

위탁경영이 실패로 끝난 원인은 골프 장 오너와 위탁대행 업체 간에 수익 배분, 코스 관리 등 여러 부분에서 이견 차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었던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장은 지금 까지 선례가 없어 골프장 업주와 운 영대행업체 간의 수익 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골프장 업계 가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 위탁경영사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위기에 처한 골프장 업계가 살아날 하나의 대안 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 재 골프장들도 수익 구조 개선을 위 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그린 피와 카트료 수입이 전부인 골프장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 을 모색해야 한다. 일례로 클럽하우 스 시설을 이용해 예식장과 숙박 시 설로 개조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모색 해 볼 만하다.

 

이밖에 골프장 유휴지를 주말 농장 으로 개방해 골퍼들뿐만 아니라 가 족들이 나들이할 수 있는 문화를 만 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다 비시즌 동 안 한 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예 약 시간을 선 판매하는 제도의 도입 도 강구해 볼 만하다. 현재 선 입금 제도를 도입해 예약시스템을 운영하 는 골프장들이 많지만 시즌에만 골퍼 들이 몰리는 경향이 많아 시즌 중 예 약에 어려움이 많다.

 

이밖에 골프장 유휴지를 주말 농장 으로 개방해 골퍼들뿐만 아니라 가 족들이 나들이할 수 있는 문화를 만 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다 비시즌 동 안 한 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예 약 시간을 선 판매하는 제도의 도입 도 강구해 볼 만하다. 현재 선 입금 제도를 도입해 예약시스템을 운영하 는 골프장들이 많지만 시즌에만 골퍼 들이 몰리는 경향이 많아 시즌 중 예 약에 어려움이 많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8년 1월 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원포인트 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