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코스, 같은 상금으로 치른 남녀 프로골프대회 -2월 1~4일 호주에서 열렸던 ‘오츠 빅 오픈’, 남녀 번갈아 티샷
한은혜 2018-03-03 18:18:39

Editor : Justine

 

 

프로 골프대회는 대개 남녀가 따로 열린다. 주관하는 단체도 다르고 상금 규모도 차이가 크다. 코스 전장(全長)도 다 르고 코스 레이팅(Course Rating 코스 난이도)도 다르다. 쉽게 얘기하면 남자 프로들이 여자 프로들보다 더 길고 어 려운 코스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대개 우승상금도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미국 US오픈 골프대회 의 경우 작년 우승상금이 216만달러(약 23억원)이었던데 반해 US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상금은 90만달러(약 10억2 천만원)로 절반에 못미쳤다. 총상금액도 US오픈은 1200만달러였고 US여자오픈은 500만달러로 역시 절반이 안됐 다. 이처럼 미국 여자 메이저 골프대회 상금은 남자 대회 상금의 절반 이하다. 일반 대회는 그 차이가 더 크다. 남자대 회는 대개 우승상금이 100만달러를 넘지만 여자대회는 3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

 

 

미국 프로골프대회는 남자 우승상금이 2배 이상 많아, 국내는 2018년 기준 1억 원 차이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다. 2018년 KPGA(한국프로골프협회)와 KLPGA(한 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각각 주관하는 1 부 투어 일정을 보면 남자대회 최고 우승 상금은 15억원(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반면 여자대회 최고 우승상금은 14억원 (한화클래식 2018)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1억원이 더 많다. 미국에서 남자가 여자보 다 우승상금이 배 이상 많은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최저 우승상금은 남녀가 5억원 으로 똑 같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미 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여자대회가 대체적으로 더 인기가 많다. 대회수도 여 자는 연간 30개인데 반해 남자는 17개(잠 정)다. 어떻든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골 프에서 남자와 여자대회 상금은 차이가 있다. 또 같은 날, 같은 코스에 열리지도 않는다. 작년 7월 KPGA 코리안투어 카 이도 오픈과 KLPGA 정규투어 카이도여 자오픈이 경남 서경타니CC에서 각각 나 흘(13~16일)과 사흘(14~16일) 간 열렸으 나 코스가 달랐다. 36홀 짜리 골프장에 서 18홀씩 나눠서 남녀 대회를 치른 것이 다. 또 작년 5월 모로코 다르 에스 살람 골프장에서 유럽프로골프투어 하산2세 트로피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랄라 메 리엠 컵이 같은 날짜에 열렸으나 이 역시 코스가 달랐다. 같은 골프장이긴 하지만 코스(경기장)가 달라 사실상 다른 장소라 고 봐야 한다.

 

 

테니스 대회는 같은 경기장에서 같은 기 간 대회 하고 남녀 우승상금도 똑 같아

 

테니스 대회에서 남녀가 같은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르고 같은 우승상금을 받는 것 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US오픈 테니스대 회에서 남녀 단식 우승자 상금은 370만달러(약 40억원)로 똑 같았다. 왜 그럴까, 테니스는 같은 기간 같은 경기장에서 대 회를 치른다. 남녀가 다른 규격의 경기장 에서 대회를 열지 않는다. 테니스도 처음 엔 남자 우승상금이 여자보다 많았다. 그 러나 남녀 우승상금 차별을 없애야 한다 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금처럼 됐다. 1973년 US오픈이 남녀 상금을 똑같이 지급하면서 점차 모든 대회로 확산했다. 여자 선수들이 상금 차별에 항의하는 운 동을 끈질기게 벌여왔고 여론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LPGA(미국여자프로골 프협회) 투어 선수들도 남녀 상금 차등에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강력한 여론의 지지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경기장에서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 리는 테니스와 달리 골프는 남녀 대회가 완전히 별개라고 보는 탓이다. 그만큼 골 프는 남녀가 같은 날, 같은 코스에서 프로 대회를 치르고 같은 상금을 받는 게 어렵 고 또 전례가 없다.

 

 

남녀가 같은 날, 같은 코스에서 번갈아 티샷하고 같은 상금 받은 것은 ‘혁명적 변화’

 

 그런데 지난 2월 4일 호주 서틴스에서 끝난 ‘오츠 빅 오픈’ 골프대회는 남녀가 같은 날, 같은 코스에서 치르는 것은 물론 상금 까지 똑같이 지급했다. 남녀 선수에 차등 없이 동일한 금액의 상금을 지급한 것이 다. 가히 ‘혁명적 변화’다. 이 대회는 남녀 대회 모두 ‘오츠 빅 오픈’ 이라는 대회명으 로 같은 날짜(1∼4일), 같은 코스에서 한 꺼번에 치렀다. 남자대회는 호주프로골프 투어대회, 여자대회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대회라는 점만 달랐다. 남자부 우승 자 사이먼 호크스(호주)와 여자부 우승자 이민지(호주)는 똑같이 6만2천853 호주 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았다. 이 대회는 같 은 코스에서 남녀 대회를 동시에 진행했 다. 티타임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번 갈아 티샷하도록 배정했다. 1조가 남자 선수라면 2조는 여자 선수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여자 선수의 티잉 그라운드는 남자 선수보다 앞에 있는 곳으로 정했다. 다 만 예선이 치러진 1, 2라운드 때는 18홀 짜리 코스 2개를 동원했다. 남녀 각 144명, 전체 288명의 선수가 출전한 대회라 18홀 코스 한 곳에서 대회 치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 던 터다. 18홀 코스 한곳에서 치르기는 물리 적으로 어려웠다. 결선이라고 할 수 있는 3, 4 라운드는 18홀 코스 한 곳에서 열렸다. 1, 2 라운드 합계 성적으로 남녀 각 60명이 3라운 드에 진출했고 4라운드는 35명씩으로 줄였 다. 컷을 두 차례 시행했다.

 

 

갤러리는 남녀 선수 경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고 여자선수들로부터 호평 받아 일거 양득

 

이런 경기 방식 덕에 관객은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옆, 그린 주변 등 어디서나 남자 선 수와 여자 선수 경기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지금껏 골프대회에 갤러 리가 가면 남자든 여자든 한쪽만 보게 되는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호주골프협회 사이 먼 브룩하우스 사무총장은 “갤러리는 여자 선수의 섬세함과 남자 선수의 힘찬 스윙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일은 남녀가 함께해야 멋진 법”이라고 말했다. 타이틀스폰서, 서브스폰서, 중계방송, 입장권 은 물론 비용과 수익도 공유했다. 여자 선수들 의 반응도 뜨거웠다. 타이거 우즈의 조카 사이 엔 우즈(미국)는 “남녀 골프 선수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줬다. 다른 투어에서도 배웠으면 좋 겠다. 이런 대회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은 “남녀 상 금이 똑같다는 건 엄청나다.”면서 “대회 주최 측에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남편 대런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스테이시 피터스 (호주)는 “남편과 같은 코스에서 대회를 치르 니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8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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