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동, 봉명식, 윤차용, 최승열 씨 보성CC에서 하루 153홀을 돌다
임진우 2018-07-02 17:54:47

인골프에 참가하는 회원들은 강정동 봉명식 씨 외엔 해마다 바뀌었다.
지난 6월 3일 밤 12시 전남 보성CC(파72· 6,503m) 레이크 코스 6번홀(파4). 환하게 불이 켜진 가운데 최승열 씨가 첫 번째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뒤이어 강정동 윤차용 봉명식 씨 순으로 티샷을 했다.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홀을 아웃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그렇게 그들은 153홀을 도는 장정(長征)에 돌입해 17시간 35분만인 4일 오후 5시 35분에 목표를 달성했다. 레이크 코스 9번홀(파4)이 마지막 홀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최승열 씨는 “할만했다. 생각보다 힘이 덜들었다.”고 했다.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 사진 조도현 기자

 

왼쪽부터 최승열, 강정동, 윤차용, 봉명식 씨. 맨 오른쪽은 캐디 김진수 씨

 

4명의 철인, 그들은 누구인가
4명의 철인 중 최승열 씨는 최연장자다. 그러나 최 씨는 골프 구력 16년에 워낙 운동을 종아해 체력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최 씨는 경기 후 “21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힘을 길렀다. 사실 경기하기 전에는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해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체력이 받쳐줬다. 경기는 대만족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주 2회 이상 필드에 나가는 골프 마니아다. 예전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봉명식 씨는 “(최 씨는) 심장약도 먹고 손목도 안좋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해야 되겠다 생각하면 꼭 하고 마는 스타일.”이라고 귀뜸했다.
윤차용 씨는 일행 중 가장 젊다. 골프 구력 4년에 핸디캡은 15다. 평소 운동이 생활화돼 있고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해 체력엔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체력만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밝혔다.
윤 씨는 드라이버 샷을 좋아한다. 그는 롱아이언을 잘친다. 예전엔 2번 아이언도 쳤다.
강정동 씨는 4년 째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도전 전 축구를 하다 엉덩이 쪽에 부상을 입어물리치료 중이라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강 씨는 “몸이 정상이 아니라 신경이 써여 죽겠더라. 진통제도 먹고 걱정을 많이 했다. 도중에 힘도 들고 지칠때도 있었지만 동료들을 생각해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다부진 스타일이다. 열정도 대단하다. 생각도 늘 긍정적이다.
봉명식 씨는 일행 중 리더다. 키도 크고 체력도 좋다. 리더십이 대단하다. 어쩌면 그가 있었기에 철인골프가 가능했을지 모른다. 골프 구력 18년에 핸디캡은 0이다.
올 3월 4일엔 경주 신라CC 화랑코스 5번홀(파4·273m)에서 앨버트로스 겸 홀인원도 기록한 장타자다.
그는 153홀을 돌고도 “9홀을 더 돌까?”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체력이 좋다.

 

10여명 중 경쟁을 뚫고 선발된 캐디 김진수(29) 씨
김 씨는 이번 철인 골프 캐디로 나서기 위해 지원했다. 지원자는 모두 10여명이었다. 골프장 경기팀에서 지원자 중 최종으로 김 씨를 캐디로 선발했다.
그는 “흔한 기회가 아니다. 도전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운 좋게 여러 지원자 중에서 선발돼 영광이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토박이다. 금정구 남산동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그는 보성CC와 가까운 순천 시내에서 혼자 지낸다. 캐디 생활은 보성CC에서 시작해 6년반이지났다.
“군에서 제대하고 난 뒤 대학에 복학하려다 잠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직업으로 택하게 됐다. 밖에서 일하는 게 좋아서...”
그의 얘기다. 그는 경기를 마친 후에도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힘들지 않느냐?”고 기자가 묻자 “괜찮다. 잠을 못자서 졸음이 오긴 하지만 견딜만 하다”고 했다. 봉명식 씨는 “정말 잘 하더라. 손이 얼마나 빠른지...”라며 김 씨를 칭찬했다.
김 씨는 이날 일행이 153홀을 돈 기념으로 153만원을 캐디피로 받았다.

 

캐디 김진수 씨

 

최승열 씨, 강정동 씨, 윤차용 씨, 봉명식 씨

 

경기는 어떻게 진행됐나
3일 밤 12시 정각에 시작된 철인 골프는 4일 오후 5시35분에 정확하게 끝났다.
야간에 시작된 경기라 날이 샐 때까지는 라이트 시설이 돼 있는 레이크 코스 6번(4·339m)과 7번(파3·166m)을 번갈아 오가며 계속 돌았다.
6번홀은 클럽하우스보다 훨씬 아래 쪽에 위치한 홀로 완만한 오르막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 왼쪽으로 워터해저드가 있다. 홀 오른쪽으론 카트도로가 나 있고 벙커는 페어웨이 중간 지점 오른쪽에 1개, 그린 앞에 2개가 있다. 그린은 2개로 이날은 뒤쪽에 있는 오른쪽 그린을 사용했다. 드라이버 샷만 정확하면 파를 잡는 데는 무리가 없는 홀이었다. 페어웨이는 아주 넓은 편이었다. 그린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돼 있었다.
7번홀은 6번홀과 걸쳐 있는 워터 해저드를 건너게 돼있는 홀로 보성CC의 시그너처 홀이기도 하다. 워터 해저드가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그린 앞엔 페어웨이가 있고 그앞엔 둥글게 긴 비치 벙커가 마치 그린을 감싸듯 워터 해저드 가장자리를 따라 놓여 있다.
비치 벙커의 흰 모래와 워터 해저드의 맑은 물, 그리고 그린과 페어웨이의 푸른 잔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홀 전체론 평지성이었다. 이 홀도 역시 2개의 그린이 있으며이날은 모든 홀에서 오른쪽 그린을 사용했다.
날이 새고 난 뒤에는 18홀 전체를 돌았다. 4일은 일요일이라 내장객이 많았다.
골프장측에서 미리 공지를 하고 골프장 여러 곳에 ‘철인골프’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 장객들의 양보를 유도했다.
또 이지훈(32) 경기팀장이 별도의 카트를 몰고 철인골프팀을 앞서가며 내장객들에게 부탁해 철인골프팀이 앞서 갈 수 있도록 정중하게 요청했다.
때문에 일반 내장객들은 경기 중에 철인골프팀이 오면 먼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응원했다.
대다수 내장객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느냐?”며 놀라워 했다.
일부 젊은 여성 고객은 웃으면서 “우리도 철인골프에 동참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철인 골프팀은 티 샷은 정확하게 순서대로 했다. 그러나 세컨드 샷부터는 안전에 문제가없는 한 동시에 샷을 하기도 했다. 공이 그린에 있을 땐 신속하게 퍼팅을 했다.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이 홀인되거나 컨시드 범위 안에 들면 즉각 홀아웃했다.
6번홀과 7번홀은 홀당 소요 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특히 7번홀은 파3홀이라 4분안팎이 걸렸다.
4일 오전 8시 30분 일행은 클럽하우스 대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그때까지 일행은 이미 106홀을 돌았다.
신속하게 식사를 끝낸 일행은 잠시 사우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곧바로 경기에 다시 들어갔다.
이 후 경기는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졌다. 밤새 텅빈 골프장에서 하던 경기와 달리홀마다 내장객들이 꽉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봉명식, 강정동 씨가 버디 성공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비는 없었나?

철인골프에서 가장 힘든 고비는 언제일까. 선수들은 대개 “해뜰 무렵이 가장 피곤했다.”고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잠을 못자니 피로가 겹친다는 것이다.
강정동 씨는 “밤새 정신 없이 돌다가 해뜰 때가 되면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힘도 들고 잠도 오고 정말 쉬고 싶다. 그러나 그걸 이겨내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고비는 오후 2, 3시 무렵. 이때는 정말 힘든 시점이라고 한다.
강 씨는 “기온이 올라 한창 뜨겁고 잠도 쏟아질 때다. 기운도 딸리고 허리도 아프다. 몸이피로하니 푹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고지가 가까웠는데 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동료들을 생각해서 힘을 냈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상태였다고 한다.
최승열 씨는 “혹시 다른 멤버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다잡아 먹었다. 잠을 이겨내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경기가 다 끝나갈 무렵 한 홀에서 앞서 라운드를 하던 팀이 양보를 해주지 않아 잠시 시간을 끌었다.
“아마 내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돈을 잃은 분이 기분도 좋지 않고 해서 그런지 양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홀을 건너 뛰고 다음 홀로 넘어갔다. 그 대신 한 홀을 추가로 더 돌았다.”
봉명식 씨 얘기다.
봉 씨는 “사실 힘든 일이다.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잠도 오고 허리도아프다. 100홀을 넘어가면 온 몸이 쑤신다. 멍한 상태에서 샷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이건 어디까지나 도전이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선 일이니 그런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끝나고 나면 힘든만큼 보람도 크다. 그 재미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쾌감을 아마 모를 것.”이라고 했다.

 

보성CC 측에선 어떻게 지원했나
보성CC측에선 이번 철인 골프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올해가 벌써 4년째라 대회운영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었다.
보성CC 김병인 본부장은 “해마다 대회가 끝나면 모든 직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한다.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인 잘못 됐는지를 글로 써서 제출하게 한다. 또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은지를 물어 이듬해 대회 땐 반드시 챙기고 보완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도 많은 걸 배우게 된다.”고 밝혔다.
골프장측에선 선수와 응원팀을 맞이하는 일부터 식사, 잠자리, 캐디 선발, 코스 관리, 대회 진행과 운영, 그리고 마무리까지 빈틈이 없었다.

철인골프팀을 위해 골프장측에선 골프텔(호텔 다향) A동내 큰 객실(단체실)을 내줬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전복죽도 준비했다. 전복죽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응원팀과 경기를 지원하는 골프장 임직원들도 함께 먹었다.
선수들이 탄 카트에는 각종 음료수와 간식을 준비했다. 또 카트 앞면에는 ‘철인골프 153홀도전, 강정동 봉명식 윤차용 최승열’이란 문구가 적힌 작은 현수막도 내걸었다.
카트 지붕에는 네 귀퉁이에 풍선을 매달아 한껏 기분을 냈다. 클럽하우스 현관 유리문엔역시 철인골프를 안내하는 안내문을 붙였다.
경기를 끝내고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자 김병인 본부장은 선수 4명에게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일일이 건네며 도전 성공을 축하했다.
선수들이 몸을 씻고 나자 인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 인증서 내용은 153홀 철인골프 도전에 성공한 것을 인증하는 것이었다.
김병인 본부장은 “도전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정말 수고하셨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일일이 인증서와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자리에서 최광호(60) 다온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153홀 도전에 성공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 도전에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골프장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런 이벤트가 쌓여 보성CC도 더좋은 골프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하다.”고 말했다.
골프장측에선 이번 대회를 위해 코스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김 본부장은 “올해부터 코스 관리를 외주(아웃 소싱)를 줬는데 관리를 아주 잘 하고 있는편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스에 신경을 쓰도록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봉명식 씨는 대회 후 “페어웨이와 그린이 많이 좋아졌더라.”고 했다.
이지훈 경기팀장은 “휴일인데도 경기팀에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대기하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철인골프팀 선수 구성과 당일 준비는 어떻게?
철인골프팀 선수 네 명은 모두 ‘다온회’ 회원이다. 24명 전체 회원 중 체력과 골프 구력 등을 감안해 구성된다.
첫 대회엔 체력이 좋고 골프를 잘 치는 회원 중심으로 구성했으나 이듬해부터는 회원들이골고루 기회를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선수 선발은 본인의 참여의사를 감안해 봉명식 총무가 결정하는 편이다.
올해 첫 참가한 윤차용, 최승열 씨도 본인들이 원해 선수에 포함됐다. 윤차용 씨는 회원 중 젊고 워낙 체력이 좋아 완주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대회가 끝난 뒤에 윤 씨는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최승열 씨는 회원 중 가장 연장자지만 강단이 있고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포함됐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철인골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이 넘쳤다.
최 씨는 경기 후 “내년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데 ‘총무가 안 넣어준다’.”고 하소연했다. 봉명식 씨는 웃으며 “형님은 내년에는 구경이나 하라.”고 했다.
철인골프팀과 응원팀은 3일 오전 10시께 울산을 출발해 2시간 30분만에 보성CC에 도착했다. 골프장에 있는 골프텔(다향) A동에 짐을 풀고 식사를 한 다음 골프팀은 밤 경기를 위해 휴식을 하거나 잠을 청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 후 잠시 쉰 골프팀은 밤 11시가 조금 넘어 클럽하우스 대식당에 모여 전복죽을먹었다. 이때는 선수들과 응원팀, 골프장 임직원 등이 함께 했다.

 

153홀 라운드 성공 후 클럽하우스 앞쪽 출입구 계단에서 선수들과 캐디, 골프장 임직원 응원단 들이 모두 모여 기념 촬영을 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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