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 타이거 우즈와 ‘세기의 대결’에서 이기고 상금 900만 달러 받아
골프가이드 2019-01-07 09:28:14

 

- 홀 별 내기에서도 이겨, 전문가들 당초 예상 깨
- 타이거 우즈의 그늘에 가려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멍에도 벗어

 

 

타이거 우즈(44)와 필 미켈슨(49).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세계 남자 골프선수 중 가장 유명한 두 사람. 어릴 때부터 골프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그의 그늘에 가려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필 미켈슨.
골프선수로 평생 1승도 하기 힘들다는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123승을 합작하며 세계 골프를 주름잡아온 두 영웅. 그들이 마침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18홀 매치플레이로 승자를 가리는 ‘세기의 대결’을 벌인 것. ‘캐피털 원스 더 매치 : 타이거 vs 필’에서다.
결과는 필 미켈슨의 승리.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려졌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갔다.
그러나 승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우승 상금 900만 달러가 누구의 차지가 되든 두 사람은 웃고 때로 긴장하며 경기를 즐겼다.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맥이 풀릴 정도였다.
두 사람은 경기 후에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긴 필은 “타이거가 이번에 졌다고 그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오늘 같은 단 하루가 우즈의 위대함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 오늘은 내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타이거는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진행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매우 치열한 경기였다”고 화답했다.
골퍼로서 그들의 경기를 TV 화면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 사진 연합뉴스 제공

 

PGA 투어 통산 상금 1〜2위, 현역 선수 PGA 투어 최다승 및 메이저 최다승 부문 1〜2위를 달리는 최고 맞수의 대결은 경기전부터 여러 면에서 화제 모아

‘영원한 맞수’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며 세계 골프를 주름잡아온 미국의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의 대결에서 필 미켈슨이 이겼다.
필 미켈슨은 지난 해 11월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 코스(파72·7천 200야드)에서 열린 1대1 매치플레이 대결 ‘캐피털 원스더 매치 : 타이거 vs 필’에서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즈를 꺾었다.
‘승자 독식’ 규칙에 따라 필 미켈슨은 이 매치에 걸린 우승 상금 900만 달러와 황금 벨트를 모두 가져갔다.
PGA 투어 통산 상금 1〜2위, 현역 선수 PGA 투어 최다승 및 메이저 최다승 부문 1〜2위를 달리는 최고 맞수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타이거 우즈의 승리를 예상하는 확률이 높았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필 미켈슨이 우세하게 경기를 펼치며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

두 사람은 동반 라운드 전적에서 타이거 우즈가 18승 4무 15패로 약간 앞서고 있었다. 또한 타이거 우즈가 지난 해 9월 투어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기량이 회복 중이라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확률이 높았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필 미켈슨이 우세하게 경기를 펼치며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첫 홀(파4. 379야드)부터 두 사람의 실력이 팽팽하게 맞섰다.
티샷은 두 사람 모두 아이언으로 했다. 티샷으로 날린볼이 비슷한 거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필 미켈슨의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진 반면 타이거 우즈가 친 볼은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타이거 135야드, 필133야드였다. 얕은 러프에서 타이거의 두 번째 샷은 홀 3m 정도에, 필의 샷은 그보다 30㎝ 정도 더 가까이 떨어졌다. 결과는 둘 다 파였다. 비긴 것이다.
첫 홀에 별도로 걸린 내기 상금 20만 달러는 타이거의 차지였다. 필이 버디를 하면 10만 달러 달라며 내기를 제안하자 타이거는 필이 버디를 못하면 10만 달러를 보태 20만 달러를 달라고 역제의해 결국 타이거의 차지가 됐다.

 

2번 홀에서 필이 이긴 후 계속 1UP으로 앞서 나가다 7번 홀에서 타이거가 승리해 두 사람은 A/S를 이뤄
처음 승부가 갈린 홀은 2번 홀(파4. 430야드)이었다.
타이거의 9번 아이언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크게 벗어난 뒤 다음 샷도 홀에 미치지 못했고, 약 1m 파 퍼트가 홀에 살짝 들어갔다 나오며 파를 지킨 필이 앞서 나갔다.
이후 필이 계속 1UP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7번 홀(파5. 557야드)에서 타이거가 다시 홀 승리를 거두고 두사람은 A/S를 이뤘다. 두 사람은 이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했고 타이거가 페어웨이를 지킨 반면 필은 페어웨이를 놓쳤다. 286야드를 남겨 둔 필이 먼저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으나 그린 앞 벙커에 볼이 빠졌다.
타이거는 그린 부근 엣지에 볼을 떨어뜨렸다. 필은 64도 웨지로 벙커샷을 했으나 볼은 바로 앞 벙커에 다시 빠졌다. 그러나 타이거는 퍼터를 사용해 볼을 홀에 20cm 안팎에 붙였다. 결국 이 홀에서 타이거가 이기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8번 홀에서 필이 다시 이겨 1UP으로 앞서 나가다 11번과 12번 홀에서 타이거가 이겨 역전했으나 13번 홀에서 다시 필이 이겨 A/S 돼
이어 8번 홀9(파3. 190야드)에서 다시 필이 이겨 1UP으로 앞서 나갔다. 이 홀에선 니어핀에 내건 20만 달러도 필이 차지했다. 타이거는 7번 아이언 티샷으로 볼을 홀에서 40피트 3인치에 붙인 반면 필은 38피트에 붙였다.
이후 타이거는 파 퍼팅에 실패했으나 필은 파 퍼팅에 성공했다.
이후 1DOWN으로 계속 밀리던 타이거는 11번 홀(파4. 284야드)을 버디로 따낸 데 이어 12번 홀(파4. 394야드)에서 74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으로 볼을 홀 1m 이내에 바짝 붙이며 버디 퍼트 컨시드를 받아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필은 곧바로 13번 홀(파3. 213야드)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둘 다 홀 가까이 붙인 볼로 버디 퍼트를 시도 했으나 타이거가 실패한 반면 필은 성공한 것이다. 이 홀에 걸린 니어핀 상금 30만 달러도 필이 차지했다. 14번 홀(파4. 488야드)에서 둘이 파를 하며 비겼다.

 

필이 15번 홀 승리로 1UP으로 앞서 나갔으나 타이거가 파3 17번 홀에서 그림 같은 칩샷 버디로 만회해 다시 A/S 만들어
15번 홀(파4. 467야드)에선 다시 필이 이겨 1UP으로 앞서 나갔다. 이 골프장에서 가장 긴 홀이자 아주 아름다운 16번 홀(파5. 626야드)에선 둘이 또 파로 비겼다.
이번 매치 게임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17번 홀(파3. 150야드)이었다. 길지 않은 홀이지만 이 골프장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홀이었다. 티잉 그라운드 바로 앞엔 큰 연못이 있고 그 너머 그린이 있다. 연못과 그린 사이엔 좁고 긴 벙커가 흡사 호주머니처럼 달려 있다. 그린 뒤에도 벙커가 있고 그 뒤엔 아름다운 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엔 쉼 없이 폭포수가 내리붓고 있었다.

 

 

선제 공격은 필이 했다. 그가 아이언 티샷으로 볼을 홀 조금 못미쳐 홀 그린에 올렸다. 다음 타이거의 차례, 그의 볼은 방향은 아주 좋았으나 너무 길어 그린 뒤 폭포 앞 벙커와 그린 사이 엣지에 떨어졌다. 누가 봐도 필이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다. 타이거는 내리막이었고 필은 큰 경사가 없는 스트로크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골프황제의 진가는 그때 나타났다. 타이거가 칩샷한 볼이 굴러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필의 표정이 굳어졌다. 타이거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허리 아래에서 가슴 쪽으로 올리는 승리의 세레머니를 했다.
그 후 긴장한 필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한 홀을 남겨두고 다시 A/S가 된 것이다.

 

18번 홀에선 승부 나지 않아 연장전 돌입, 연장 두 번째부터는 특설 티잉 그라운드 사용해 파3 홀로 승부 가려

18번 홀(파5. 500야드)에선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다시 이 홀에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두 사람은 다시 비겼다.

 

 

두 번째 연장전부터는 특설 티잉 그라운드를 사용했다.
홀에서 거꾸로 93야드 되는 지점에 티잉 그라운드를 임시로 만든 것이다. 클럽하우스 옆 평소 연습그린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이때는 이미 주위가 어두워 야간경기로 펼쳐졌다. 승부는 연장 4번째 홀이자 전체 22번째 홀에서 갈렸다.
타이거가 티샷으로 볼을 7피트 8인치(2.4m)에 붙이자 필은 4피트 2인치(1.2m)에 볼을 붙이며 강력하게 응수했다. 이어 타이거가 버디 퍼트에 실패했으나 필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4시간이 넘는 경기를 마침내 끝낸 것이다. 그가 9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 주위는 아주 깜깜했고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주변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대낮처럼 밝게 빛났다.

 

경기 후 필과 타이거 서로 대화 주고 받으며 멋지게 마무리, 세계의 수많은 골퍼들로 부터 관심을 갖게 하고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마법을 보여줘
경기 후 필은 “타이거가 이번에 졌다고 그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오늘 같은 단 하루가 우즈의 위대함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면서 “오늘은 내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즈도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진행됐다”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매우 치열한 경기였다”고 화답했다. 이날의 경기는 승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살아서 전설이 된 위대한 두 골퍼가 같이 매치 플레이 경기를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수많은 골퍼들로부터 관심을 갖게 하고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마법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타이거 우즈는 그야말로 한 마리의 ‘호랑이’, 필 미켈슨은 그에 맞서는 ‘곰’으로 느껴졌다. 그 두 사람의 매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골퍼로선 너무나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다.
 

사이드 베트에서 필이 딴 60만 달러와 타이거가 딴 20만 달러 등 80만 달러는 자선단체에 기부되고 필이 챙긴 900만 달러 중에서도 상당부분 기부설 나와
이번 대결 후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찍이 골프에서 이처럼 세계의 이목을 끈 대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골프에선 각국 투어나 국가 혹은 투어별 대항전에서 매치 플레이를 제외하곤 독립적인 1대1 경기는 없었다.
이번 대결에서 필 미켈슨이 우승 상금 900만 달러를 독식하고 이와 별도로 특정한 미션을 두고 두 선수 사이에 벌어진 ‘사이드 베트’에서도 필이 타이거의 주머닛돈 60만 달러를 챙겼다. 사이드 베트에서 필이 딴 60만 달러와 타이거가 딴 20만 달러 등 80만 달러는 자선 단체에 기부되고 필이 챙긴 900만 달러 중에서도 상당부분 기부설이 나왔다.
당초 이 대결은 스폰서와 VIP들만 초청하고 미국 내에서는 별도 시청료(19.9달러)를 내야만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술상의 문제로 무료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시청료 수익은 올리지 못했다.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료 시청을 하면서 지구촌의 화제가 되는 부수효과를 낳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치가 MGM사, 타이틀 스폰서 캐피털 원(Capital One), 중계방송사(TNT), PGA투어가 기획하고 도박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
이번 대결이 성사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매치가 MGM사, 타이틀 스폰서 캐피털 원(Capital One), 중계방송사(TNT), PGA 투어가 기획하고 도박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타이틀 스폰서인 금융기업(신용카드) 캐피털 원과 중계방송사, PGA 투어의 참여는 그렇다 치고 MGM이 합류한 게 유난히 눈에 띈다.
MGM(Metro-Goldwyn-Mayer)은 헐리우드 최대의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사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호텔과 카지노 등 대규모 위락시설을 운영하며 베팅사업까지 하는 복합기업이기도 하다. 이번 대결이 펼쳐진 골프장 섀도우 크릭GC도 바로 이 MGM 소유다.
MGM은 두 선수가 경기를 진행하며 홀을 옮겨갈 때마다 매홀 각자의 승리확률을 제공한다. 이에 일반인은 돈을 걸고, 이 자료는 TNT에 실시간 제공돼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TNT는 1인당 시청료 19.99 달러를 받고 시청을 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무료시청으로 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결에서 스포츠 베팅업체에겐 호재였다. 돈도 많이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물론 첫 번째 홀에서 필이 과연 버디를 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또 홀인원이 나올 수 있을지, 타이거 우즈가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도 주목을 받았다.
한편에선 이번 대결이 미국 정부의 세수 확보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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