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KPGA 코리안투어 ‘봄’은 언제 오나
골프가이드 2019-04-08 16:20:30

 

봄이 와도 봄이 온 것이 아니다. 이는 왕소군과 관련된 오래된 고사다. 현재 이 춘래불사춘이라는 고사는 KPGA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KPGA의 양휘부 회장은 지난 2월 말 경
기 성남시 소재 KPGA 빌딩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2019 KPGA 코리안투어가 17개 대회와 146억원의 총상금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KPGA 코리안 투어는 지난 시즌과 비교 시 대회 수는 17개로 변화가 없지만 전체 상금은 3억원 증가돼 총상금 규모로는 역대 최다로 2019 시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KPGA의 규모는 전혀 역
대 최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KLPGA 정규 투어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대회수 17개, 총상금액 146억원’ VS ‘대회수 29개, 총상금 226억원’
‘총대회수 78개, 총상금액 271억원’, 이는 2019 시즌 KLPGA 전체 투어 규모다. KLPGA 강춘자 수석부회장은 KPGA 양휘부 회장의 발표에 이틀 앞서 2019 시즌 드림·점프·챔피언스투어 스케줄을 발표하면서 전체 투어가 이 같은 규모로 열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KLPGA는 대회수 29개, 총상금 226억원 규모의 KLPGA 정규투어 일정을 먼저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드림투어는 총 21개 대회에 총상금액 27억원으로 개최된다. 새로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은 한세예스24홀딩스와 올포유, 광주방송 등이다. 여기에 영광CC도 새로운 스폰서로 합류하면서 대회 개최 코스는 기존의 군산, 무안, 휘닉스CC 등과 함께 총 4개로 늘었다.
3부투어격인 점프투어와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에도 새로운 스폰서가 참여했다. 점프투어는 총 16개 대회, 총상금 4억8000만원 규모로 스폰서는 기존의 백제, 그랜드, 솔라고CC 외에 전북 고창에 위치한 석정힐CC가 새롭게 참여했다.
백제홍삼 주식회사, 파워풀엑스의 대회는 그대로 유지된다. 챔피언스 투어는 12개 대회에 총상금 13억원 규모로 열린다. 신설된 대회는 FX렌트 인비테이셔널로 총상금 2억원 규모다. 지난해 개최됐던 호반 챔피언스 클래식, 삼척 블랙다이아몬드 챔피언스투어는 올해도
그대로 열린다.
드림투어는 운영방식도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다. 1개 디비전(4~5개 대회)이 하나의 골프장에서 한 달간 열렸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1개의 디비전에서 4~5개의 골프장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대회당 총상금액은 나란히 1억원으로 증액됐다. 드림투어 상금순위 상위 20위까지는 다음 시즌 정규투어 시드권이 주어진다.

 

 

KLPGA 강춘자 수석부회장은 “드림투어 운영방식 변경으로 투어의 환경 개선과 질적 발전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더욱 향상돼 KLPGA의 대내외적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이루겠다고 말했다.
반면 KPGA의 투어는 양휘부 회장이 밝힌 역대 최다상금액 규모에도 초라해 보인다. KLPGA 정규투어와 KPGA 코리안투어의 단순 규모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확연히 느껴진다. 먼저 대회수는 KLPGA 정규투어가 12개나 많을 뿐 아니라 상금액도 80억원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 상금액이야 투어 개수에 비해 크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12개에 달하는 투어 개수다. 단순 계산으로 매주 1개의 대회가 열린다고 가정한다면 KLPGA는 KPGA보다 4개월 가량 대회를 더 진행되는 셈이다. 이는 남자 프로 골퍼의 경우 여자 프로 골퍼에 비해 분기를 통째로 쉬는 격이다. 약 7개월 간 열리는 대장정에서 남자 투어 프로의 경우 그 절반이 쉬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KPGA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PGA투어 KPGA의 30배, JGTO 투어는 3.3배

올해 기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시즌 상금액이 KPGA 코리안투어의 30배, 일본남자프로골프(JGTO) 투어도 KPGA의 3.3배 규모로 집계됐다. KPGA는 17개 대회 146억원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3개 대회 스폰서와 골프장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실제 개최 여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확정된 대회만을 보면 전년 대비 9.1%포인트 축소된 14개에 131억원 규모가 된다.
투어 개수의 차이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먼저 PGA 투어 대회의 경우 올해 46개, 일본은 24개가 개최된다.
그러나 이 PGA투어와 JTGO투어와의 비교의 경우 상금액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세계 최고 골프 무대인 PGA투어의 경우 KPGA에 비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PGA 투어의 경우 매년 9월이면 다른 스포츠 종목과 겹치는 일정 때문에 흥행을 고민하던 PGA투어는 과감하게 스케줄을 단축했다. 특히 기간을 단축하며 대회를 줄였지만 대안으로 상금을 높였다. 기존 5월에서 3월로 개최 일정을 앞당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200만 달러 증액된 총상금 1250만 달러로 역대 최대가 됐다. 페덱스컵 대회는 종전의 4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지만 상금액은 모두 인상됐다.

 

박상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의 경우 올해 24개 대회를 개최해 총 상금 42억9475만 엔(435억원) 규모로 열린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대회수는 변함없지만 상금액이 무려 18.3%나 대폭 인상됐다.
올해부터 PGA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총상금 975만 달러의 조조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JGTO는 일본투어 여느 대회의 10배에 해당하는 상금액인만큼 투어 전체의 틀을 뒤집지 않도록 대회 상금액의 절반만을 공식 상금에 반영키로 했다. 이밖에 ANA오픈이 1억1000만엔 규모로 신설됐다.
미국과 일본의 남자투어 상금을 KPGA투어와 비교하면 미국은 한국의 30배, 일본도 한국의 3.3배다. KPGA는 예년보다 대회 스케줄 발표를 3개월이나 늦췄지만 3개 대회를 비워둔 채 개막하게 됐다. 지난해는 신설 대회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 두 개 대회에서 상금 각각 1억원과 2억원을 인상한데 불과했다.
 

LPGA는 KLPGA의 3.5배 규모로 개최돼
반면 여자 투어의 경우는 남자 투어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앞서 밝혀듯 KLPGA 투어는 총상금 22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8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LPGA투어의 7.37%,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의 5.27%보다 높은 성장세다.
KLPGA는 신설 대회 3개와 중단대회 2개를 합친 결과 총상금에서 8.85%에 해당하는 20억원이 늘었다. 비교적 큰 대회인 대만여자오픈(총상금 80만 달러), 4월의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총상금 8억원), 10월의 하나금융 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이 신설됐다.
LPGA투어는 올해 34개의 대회를 전년도에 비해 520만 달러(48억원) 증가한 총상금 7055만 달러(792억원)규모로 연다. 한국에서 10월에 열리는 BMW레이디스챔 피언십을 비롯해 4개 대회가 신설됐고 3개는 중지됐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총상금이 500만 달러로 2배 증액되는 등 KLPGA보다 대회수는 5개가 많지만, 상금액은 3.5배에 이른다.
JLPGA투어는 이번주 오키나와에서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레이디스를 시작으로 12월1일 투어챔피언십까지 한 주도 쉬지 않고 무려 39개 대회를 치른다. 5개 대회의 상금이 늘었고 1개 대회가 신설되면서 총 상금에서 2억790만 엔(21억원) 늘어난 39억4590만 엔(402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하지만 JLPGA가 KLPGA보다 상금은 1.7배 많은데 대회수가 1.3배 많은 것을 비교하면 양국 투어의 격차는 많이 줄었다.
3국의 남녀 투어를 서로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은 여자 투어의 총상금액이 남자보다 높고 대회수도 많으며 인기도 더 높다. 반면 미국은 PGA투어가 LPGA 상금의 5배에 육박한다. 유럽도 여자프로투어(LET)가 존재감 없이 사라진 반면 유러피언투어는 PGA투어의 상금
60~70%선에 이른다. 한국에서 여자 골프가 남자보다 발전할 수밖에 없는 건 이처럼 상금 규모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KPGA, 그래도 언젠가 봄은 반드시 온다
KPGA의 가장 큰 암흑기는 지난 2010년대 초반이었다. 화려했던 2000년대와 달리 2010년대 초반 KPGA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를 못 잊었던 선수들과 KPGA는 처음 접해보는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KLPGA 정규 투어의 성장 및 여자 프로 골퍼들의 LPGA 활약으로 KPGA에 대한 골프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식어만 갔다. 이쯤 스폰서들도 KPGA보다는 KLPGA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KPGA와 남자 프로 투어 골퍼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자생할 방안을 모색했다.
2015년 말 현재 KPGA양휘부 회장 체제로 돌입했고 빠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혁신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카이도와의 협약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이도와의 협약은 미봉책이었을 뿐 근본적 문제를 바꾸지 못했다. 이에 KPGA는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한 방향성을 잡고 현재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는 코스 세팅을 통해 보다 박진감 넘치고 질 높은 경기를 골프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불과 1년 만에 코리안투어 코스 세팅이 크게 달라졌다. 2017년의 경우 점점 코리안투어의 코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장타가 우세'하다는 세계 무대 추세와는 반대로 코리안투어 평균 전장은 7000야드 초반에 그쳤다. 곳곳에 OB(Out of Bounds)티가 꽂혀있어 드라이버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코스도 있었다.
하지만 2018년은 달랐다. 평균 전장이 무려 7206.17야드로 크게 길어졌다. 가장 긴 전장은 제주 오픈으로 7433야드에 달했다. KPGA선수권 대회는 전장을 늘릴 수 없자 기준 타수를 70타로 줄이는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또한 OB티 역시 자취를 감췄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OB티는 제거해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장타를 쳐야만 하는 코스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는 타이트하게, 러프는 길게 조성해 정확한 샷을 구사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린은 단단하고 빠르게 해 선수들의 쇼트 게임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어려운 코스에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기존 코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트러블 샷들을 눈 앞에서 보는 갤러리들의 반응도 한 층 뜨거웠다.
두 번째로 팬과의 소통과 만남의 자리를 보다 많이, 다양하게 만들었다. 코리안투어는 지난해부터 매 대회마다 경기가 끝난 후 보다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선하고 있다. 또한 입장 혹은 퇴장 시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있던 선수들 역시 팬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변화에 식었던 인기는 다시 뜨거워질 준비를 마쳤다. 떠났던 팬들도 다시금 코리안투어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한걸음씩 차츰차츰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대회가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는 그 어느 대회보다 뜨거웠다. 대회 4일간 무려 3만 878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다. 이는 KPGA 코리안투어 단일 대회 역대 최다 갤러리다. 아울러 KPGA 양휘부 회장은 아워홈, 쥴릭파마코리아그룹 등 다양한 국내외 스폰서를 찾아 최근 공식 파트너 조인식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있다. KLPGA 투어를 비롯해 세계적인 투어와 비교한다면 아직까지 KPGA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코리안투어, 그리고 선수들은 올 시즌 역시 느리지만 혹독한 겨울을 지나 춘풍 부는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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