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싸부, 우즈베키스탄 골프 대부(代父)로 거듭나다 열정과 패기, 봉사의 아이콘 골퍼들의 영원한 사부
임진우 2018-09-03 18:10:40

양싸부.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웬만큼 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인지 안다. 바로 양찬국(69) 프로다. 백마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 상이군인으로 귀국한 뒤 뒤늦게 골프를 배워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프로 자격증을 따고 레슨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현재 인천 영종도 SKY72GC 헤드프로다.
그는 그동안 1만 4900회에 육박하는 라운드를 하고 5800명의 제자를 둔 골프 교습가로 유명하다. 또한 골프 전문 TV채널에서 해설위원과 레슨 프로로 이름을 날렸다. J골프(현JTBC 골프)에서 시니어 골퍼를 대상으로 했던 레슨 프로그램 ‘양찬국의 노장불패(老將不敗)’는 단연 인기였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젊게 살고 있다. 50대 못지 않은 열정과 패기가 대단하다.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샘솟고 남을 돕는 봉사(奉仕)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가 ‘양싸부’라 불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양싸부가 우즈베키스탄 골프 대부(代父)로 거듭났다. 골프 불모지였던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 작년 골프협회를 만들고 주니어 골퍼 레슨 프로그램과 프로 골퍼 ,캐디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올 3월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중앙아시아 최초의 국제 골프대회라 할 수 있는 ‘2018 우즈베키스탄 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골프협회 명예회장이자 국가대표팀 감독 겸 코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다녀왔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선 국빈 대우를 받는 VIP다. 현지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할 땐 일반 탑승객들이 밟는 수속 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탑승한다. 그의 자리는 늘 ‘1A’다. 기내 첫 번째 좌석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현지 경찰의 호위를 받는다. 그가 내려야 일반 탑승객이 내린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 사진 조도현 기자, 일부 양찬국 프로 제공

 

 

우즈베키스탄 골프 남자 국가대표팀 선수들

 

우스베키스탄 골프 남자국가대표팀 감독 겸 코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다녀와, 출전선수 네 명은 모두 고려인으로 자신이 직접 선발하고 훈련시킨 제자들
양싸부는 8월 23~26일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폰독 인다골프장(Pondok Indah Golf Course)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골프경기에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팀 감독 겸 코치로 다녀왔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에 골프팀 임원 3명과 남자 선수 4명이 참가했다. 임원은 양싸부 외에 표도르 단장(Kim Fedor)과 임동윤(Lim D.Y) 주무다. 표도르 단장은 고려인으로 우즈베키스탄 전(前) 경공업부 차관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이다. 임 주무는 한국에서 신한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타슈켄트 국영철도회사 사장으로 있다. 선수 4명은 모두 양싸부가 선발하고 훈련을 시킨 제자들이다.
주장인 리 제냐(Lee Jenya. 32)를 비롯해 텐 로만(Ten Roman. 30), 카낫(Kanat. 25), 천 세르게이(Chun Sergey. 25) 등 네 명이다.
네 선수는 모두 고려인이자 우즈베키스탄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골프장 캐디 출신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국토 면적이 44만 7400㎢로 한반도의 2배, 남한의 4배가 넘는 큰 나라지만 골프장은 단 하나다.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타슈켄트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Tashkent Lakeside Golf Club. 파72. 7043yd)’이다.
이 골프장도 초대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지낸 서건이 회장이 한국에서 주주를 모집해 1998년 개장한 18홀 골프장이라고 한다.
양싸부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우즈베키스탄도 초창기엔 골프 선수들이 대개 캐디 출신인점은 비슷하다. 우즈베키스탄엔 골프 선수라고 해봐야 고작 8명 밖에 없다.”면서 “이 네명의 선수도 18홀 3라운드 경기후 1~4위 했던 선수들을 직접 뽑은 것.”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골프경기는 8월 21, 22일 이틀간 연습라운드를 한 뒤 23일부터 나흘간 18홀씩 4라운드를 했다. 골프는 남자와 여자 개인과 단체전 등 총 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우즈베키스탄 남자골프팀은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대회였다. 이번 대회엔 모두 14개 국가 대표팀이 출전했다.
대회 출전에 앞서 양싸부는 8월 10일 한국을 떠나 11일 우즈베키스탄 NOC(국가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하는 출정식에 참가한 뒤 타슈켄트 현지 골프장과 이웃 카자흐스탄 골프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키고 20일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입촌했다.

 

우즈베키스탄 골프팀 건국 이후 최초로 국제대회에 출전, 팀 에이스인 카낫과 세르게이는특별 훈련시켜, 특히 세르게이는 인천 영종도 자신의 숙소에서 두 달간 숙식을 함께 하며가르치는 등 열정 쏟아
우즈베키스탄 골프팀은 건국 이후 최초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런 만큼 여러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양싸부는 “선수단 단복이 추리닝(운동복)일 정도로 우리의 옛 모습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면서 “왕복항공권과 숙식만 우즈베키스탄 협회에서 제공했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에서 내가 후원을 받았다. 볼빅 문경안 회장님이 골프백과 보스턴백, 모자, 장갑, 골프공까지 후원해주셨다. 그 외 에도 여러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그는 “비록 사정은 어렵지만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골프의 길을 가라’고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양싸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우스베키스탄 골프팀 중에서도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카낫과 천 세르게이를 특별 훈련까지 시켰다.
태국 훈련은 양싸부가 매년 겨울철 제자들을 데리고 두 달간 전지훈련을 하는 캠프에서 함께 운동을 시켰다. 카낫은 사정상 캠프가 문을 닫기 전 조금 일찍 귀국했지만 세르게이는 마지막까지 훈련을 함께 했다.
양싸부는 “태국 훈련 때는 2007년 인천국제CC 클럽챔피언을 지냈고 건설회사를 하는 송수길 사장님이 두 명의 비행기 티켓을 끊어줘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송 사장님은 우즈베키스탄 골프협회 후원자인데 그야말로 산타클로스다. 송 사장님의 타슈켄트 집에 천 세르게이가 산다.”고 들려줬다.
한국 훈련은 천 세르게이가 지난 6, 7월 두 달간 인천 영종도 양싸부 집에서 직접 먹고 자면서 했다. 연습은 SKY72GC 드림레인지와 골프코스에서 했다.
양싸부는 “SKY72GC 김영재 사장님이 특별히 배려해줘 열심히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김 사장님은 가장 큰 후원자다. 세르게이가 왔을 때도 모자나 양말 다 주고 정말 무한 사랑을 보여 줬다. 앞서 우즈베키스탄 골프연습장에서 쓸 수 있도록 골프공도 수천 개를 줬다.”고 했다.
그 외에도 도움을 준 분들이 많다. 클럽 피팅을 해준 곳도 있고 선수들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먹는 아미노산으로 알려진 옥타미녹스를 제공해 준 분도 있다.
양싸부는 “나한테 교사 연수를 받은 분 중에는 후원금으로 100만원을 보낸 사람도 있다.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골프 하는 사람은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도와준다.”고 했다. 양싸부가 우즈베키스탄 제자들을 돕는 데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너희가 커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꼭 도와줘라. 난 필요없다.” 그게 늘 강조하는 유일한 조건이다.

 

우즈벡 제자들에겐 한국 전통의 골프 겸양을 중시하는 양싸부식 골프 가르쳐, 그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은 서로가 한 핏줄이라는 끈끈함이 있기 때문

양싸부는 우즈베키스탄 제자들에게 한국식 골프를 가르친다.

 

 

그는 “우리나라도 골프가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시작됐다.
그 이후 미 8군 장교들이 골프채도 소개해주고 골프공도 갖다 주면서 미국식 골프를 치게만들었다. 그러나 우즈벡에선 양싸부식 골프를 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전통의 골프 겸양(謙讓)을 중시한다. 먼저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했다.
그는 타슈켄트에 가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레인지를 떠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이론 교육도 하고 필드 라운드도 똑같이 한다.
훈련을 시킬 땐 맥주 한 모금도 안한다. 인성 갖춘 교육, 예의 바른 골프가 최우선이다.
그는 “(선수들이)모자를 삐딱하게 쓰면 안된다. 윗도리가 바지 밖으로 나와서도 안된다. 늘 배꼽인사를 시킨다.”고 했다.
양싸부가 우즈베키스탄 제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것은 서로가 한 핏줄이라는 끈끈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를 “피가 당긴다.”고 표현했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7년 소련 극동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약 17만 2천여명이 스탈린의 명령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했을 때 고려인들에게 가장 애정을 쏟았던사람들 역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었다. 우즈벡에선 고려인을 실력이 뛰어난 대단한 사람들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우수인’ ‘최고’의 이미지란다.
‘김병화 협동농장과 박물관’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화 선생은 그 본보기다. 김 선생은 함경북도 경흥 출신으로 강제 이주 이후 1940년부터 북극성(北極星) 콜호즈(kolkhoz)의 지도자로 선출돼 부유한 집단농장으로 만드는데 힘썼다. 1948년과 1951년에 각각 ‘사회주의 노동영웅’ 칭호를 받았고 우즈베크사회주의공화국 최고회의 대표까지 지낸 고려인 지도자다.
타슈켄트에 오는 한국인이면 꼭 들리고 싶은 곳이 바로 김병화 협동농장과 박물관이다.

 

지인의 요청으로 현지 가보고 돕기로 결심, 우즈베키스탄 골프협회 창설하고 명예회장 추대돼. 올 3월말엔 ‘제1회 우스베키스탄 오픈’도 성공적으로 개최
양싸부가 우즈베키스탄과 골프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지인의 전화가 계기가 됐다.
그 지인은 “우스베키스탄에서 골프를 치는 청소년 중에 유망한 친구가 있는데 도움을 줄수 없느냐?”면서 “레슨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양싸부는 그 전화를 받고 “시간 봐서 가 보마.”고 답변했다. 그 이후 양싸부는 자비(自費)를 들여 현지로 갔다.

“가 보니 매트도 엉망이고 공도 완전 탁구공이었어요. 얼마나 쳤는지 공은 닳아서 딤플이 다 없어졌어요. 연습장엔 잔디는 없고 모두 토끼풀 뿐이었다. 참 막막했지요.”
그는 고민했다. 그 아이들이 골프를 해서 신분 상승을 하고 국제 사회로 나올 수 있게 하려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는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대여섯 번을더 다녀왔다.
그 첫 결실(結實)이 우즈베키스탄 골프협회 창립이었다. 작년 10월이었다. 회장은 표도르가 맡았다. 양싸부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양싸부는 우즈베키스탄 골프협회를 세계골프연맹에도 등록시켰다.
이어 올해 3월 28~30일 ‘제1회 우즈베키스탄 오픈’을 타슈켄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3일간 개최했다.
우즈베키스탄 체육부가 주최하고 골프협회가 주관했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주변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에서 선수가 출전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80여명이 함께 출전한 그야말로 오픈대회였다.
경기방식은 18개 전 홀에서 동시 출발하는 샷건(Shot-gun)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 3명이 현지로 가서 직접 경기진행을 맡았다.
우승은 우즈베키스탄 카낫, 준우승은 세르게이가 각각 차지했다. 우승자에게는 우즈벡의 전통을 새긴 세노라컵이 수여됐다.
이 대회에서 각종 트로피와 참가상품 등은 물론 경기위원을 모셔가는 비용까지 양싸부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받은 후원금과 후원물품으로 거의 해결했다. 여기에 현지 한국기업과 한국 교민들도 큰 도움을 줬다.
양싸부는 “이 나라는 외환관리법이 엄해 골프대회에 상금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골프 국제대회라 출전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을것.”이라고 했다.
3월말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좋은 시기다. 인구의 80%가 이슬람인 우즈벡은 3월 21일부터 5일간 신년 연휴를 마친 뒤에 새 봄과 함께 이 대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회 기간에는 현지 방송국에서도 촬영하고 양싸부를 인터뷰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마스터스가 화창한 봄날에 열려 골프 시즌을 알리듯이 우즈벡에서는 이 기간이 이슬람의 신정인 ‘나부르스(춘분절)’를 지난 직후라 아주 좋은 시기”라고 했다.
양싸부는 “중앙아시아 최초의 국제골프대회라 우즈베키스탄 체육부 장관도 오고 아주 대단했다. 우즈베키스탄 주재 카자흐스탄 대사가 직접 와서 ‘우리 나라로 가자. 카자흐스탄에도 골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상 그 청(請을 들어주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인구 3200 여만 명이 사는 우즈베키스탄은 KT, 대우, 삼성 등 국내 기업이 상당수 진출해 있고 한국인의 이미지도 좋다. 동포 약 18만 명과 교민이 약 2500명이 있다. 한국인의 경우 한 달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월간 골프가이드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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