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오통, 새 골프룰 첫 희생양?
골프가이드 2019-03-05 10:57:15

- ‘캐디의 위치 제한’ 위반으로 2벌타 받고 공동 3위에서 12위로, 상금 1억1천여만원 날려
- 1월 27일 두바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4라운드 18번홀 퍼팅

 

 

리하오통(李昊桐 24·중국)이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 골프룰의 첫 희생양(?)이 됐다.
그는 지난 1월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에미리츠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총상금 325만 달러)’ 4라운드 18번홀 (파5) 퍼팅 때 캐디의 위치 제한(새 규칙 10.2b(4))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다.
전년도 우승자인 리하오통은 브라이슨 디샘보(26·미국)가 2위를 7타 차로 따돌리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리하오통은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02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치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퍼팅을 앞두고 발생했다. 리하오통이 1m 남짓 되는 내리막 버디 퍼팅을 앞두고 스탠스를 취하는 순간 그의 캐디가 볼 뒤에서 잠시 서 있다가 빠진 것.

경기위원회는 이를 얼라인먼트를 도운 것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리하오통의 버디는 보기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벌타를 받은 상황에서 캐디와 리하오통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이 벌타로 최종 스코어가 14언더 204타로 바뀌면서 최종 순위도 공동 3위에서 공동
12위로 내려갔다. 그 결과 상금 수령액도 10만 달러(한화 1 억1천여만원)를 손해봤다.

 

새 골프규칙 10.2b(4)엔 캐디의 위치 제한 규정돼 있어, “캐디는 어떤 이유로든 고의로 플레이어의 플레이선의 볼 후방으로의 연장선상이나 그 선 가까이 서 있어서는 안된다”

캐디가 선수 뒤에 서서 정렬상태를 봐주는 건 지난해까지 괜찮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 골프룰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캐디가 뒤에서 방향을 확인하는 행동을 하기만 해도 2벌타를 받는다. 선수가 실제로 도움을 받았느냐 여부는 전혀 상관없다.

브라이슨 디샘보

 

리하오통이 1m 남짓 되는 내리막 버디 퍼팅을 위해 셋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새 규칙 10.2b(4)에는 “캐디의 위치 제한 -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하고 그 스트로크를 할 때까지,
● 플레이어의 캐디는 어떤 이유로든 고의로 플레이어의 플레이 선의 볼 후방으로의 연장선 상이나 그선 가까이 서 있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리하오통과 그의 캐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리하오통 뒤에 서 있던 캐디가 퍼트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자리를 비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벌타를 부여했다.


리 웨스트우드 등 유러피언 투어 일부 선수들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 유러피언 투어 케이트 펠리 CEO도 “아주 불공정” 밝혀

 

 

리하오통이 2벌타를 받은 데 대해 열띤 논란이 일었다.
리 웨스트우드(46·잉글랜드)와 그레엄 맥도웰(40·북아일랜드), 파블로 라라자발(36·이탈리아) 등 유러피언투어 선수들이 이 벌타에 대해 “가혹했다”며 반발했다.

 

리 웨스트우드

 

이들은 트위터 등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웨스트우드는 “벌타는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주장했고 라라자발은 “R&A(영국왕립골프협회)나 USGA(미국골프협회)가 바뀐 골프 룰을 점검해야 한다. 리하오통은 벌타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러피언 투어 내에선 리하오통의 벌타에 대해 전반적으로 ‘애매모호한 위반’이라는 분위기다. 유러피언 투어케이트 펠리 CEO도 벌타 부과 이튿날 “비록 벌타 부과가 엄격한 골프룰 안에선 정당했다손 치더라도 이번 조치는 아주 불공정했다”며 “리하오통이나 캐디는 어떤 저의나 의도가 없었으며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R&A는 “리하오통에 대한 룰 적용은 정확했다”며 “벌타를 취소할 수 없다”는 뜻 분명히 해

하지만 골프룰을 관장하는 R&A는 “리하오통에 대한 룰적용은 정확했다”며 “벌타를 취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R&A는 “캐디의 정렬 위반은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정확히 한쪽 발을 제 위치로 옮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적용된다”며 “룰 위반을 피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하오통의 경우 캐디가 정렬을 봐 준 직후 그대로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벌타를 받았다는 것이다. “리하오통은 불운한 상황 속에 있었으며 룰 적용은 정확했다”는게 R&A의 유권해석이다.

 

새 골프룰 적응 여부가 대회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 보여줘, 국내 여자 투어프로들 빨리 새 골프룰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지적 나와

 

 

이번 사례는 새 골프룰이 적용되면서 룰 적응 여부가 대회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내 대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캐디에게 의존도가 높은 여자 선수들이 새 골프룰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남녀 프로투어 1부에서 모두 캐디로 뛰었던 S씨는 “남자 선수들은 대부분 혼자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자 선수들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캐디가 방향을 봐주는 것에 익숙한 만큼 혼자 정렬하는 불안감을 지우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 KLPGA 한화 클래식 로고, KLPGA 2018 BOGNER MBN 여자오픈 포토콜(이정은6, 오지현, 최혜진, 김지현, 장하나-왼쪽부터)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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