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이정은6, 배선우, KPGA 박상현, 박효원 그들이 해외로 나가는 까닭은?
골프가이드 2019-03-06 13:48:51

- 한국에서 정점을 찍은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해

 

 

지난해 상금퀸을 비롯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 프로 골프계를 평정한 이정은6가 두 달 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남자 골프계에서도 프로 데뷔 14년만에 3관왕, 아시안투어 신인상까지 휩쓴 박상현이 가족과 나이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진출권을 따내더라도 유럽에 가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었지만 12월에 다시 번복하며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그 외에도 지난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상금 2위 배선우가 일본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 박효원이 유럽 무대로 나갔다. 그들은 왜 모두 한국 밖으로 나갈까?

 

최경주

박세리

 

박세리, 최경주 등 전설적인 한국 골퍼들의 해외 활약을 보고 자라
우선 선배들의 영향을 들 수 있다. 박상현은 1983년생, 이정은6은 1996년생이다. 현재 해외무대에 진출해서 뛰는 선수들의 나이대도 대부분 이 사이다. 그들은 우리 골프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박세리, 최경주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다. 박세리와 최경주는 한국인 최초로 각각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 PGA(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우승하며 한국에 골프붐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골프붐을 타고 골프채를 잡기 시작한 선수들을 세리키즈, 경주키즈라고 부를 정도로 당시에 많은 어린이가 골프를 시작했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손에 골프채를 쥐어주었다. 이 골프붐이 시작된 것이 1998년 무렵이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하거나 진출해 있는 한국 선수들의 당시 나이를 계산해보면 유아~중 학생으로 딱 세리, 경주키즈의 중심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히 어릴 때 우상이었던 박세리, 최경주처럼 해외에서 활약하는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 골프 협회 등 교류 활발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둘러싼 환경도 그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자극제가 됐다. 국내 기업들이 PGA와 LPGA대회를 우리나라 안에서 주최하게 되면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기업이 주최하거나 주최한 대회는 PGA가 더 CJ컵, LPGA는 하나은행 챔피언십, 기아 클래식, 롯데 챔피언십, 메디힐 챔피언십 등이다. 우승하면 PGA와 LPGA 신인 등용문인 퀄리파잉 스쿨이나 2부 투어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머나먼 이국땅이 아닌 익숙한 곳에서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진영이다. 고진영은 2017년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비회원으로 우승하고, 미국에 진출하여 2018 LPGA 신인상을 탔다.
국내협회와 해외협회가 협약을 맺어 국내 대회 수상자가 바로 진출권을 얻는 경우도 있다. KPGA(한국남자골프협회)와 EPGA(유럽남자골프협회)가 그러하다. 박효원과 박상현이 이렇게 해서 EPGA 투어 진출권을 따냈다. 박효원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로 원래는 진출권이 없었지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이형준이 육아로 인해 진출을 고사함으로서 행운의 기회를 얻었다.

 

고진영 이형준 김승혁

 

한편 박상현은 KPGA 투어를 통해 직접 진출권을 따낸것은 아니지만,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최한 ‘신한 동해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활약을 보여 아시안투어 상금왕 2위를 해 진출권을 따냈다. 앞서 박효원과 같이 아시안투어 상금왕 2위도 진출권이 없었지만 1위를 한 슈반카 샤르마가 이미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라 그에게 행운이 돌아왔다. 이처럼 국내 골프계 혹은 국내 기업과 해외 골프 협회와의 활발한 교류는 선수들에게 또다른 무대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고 있다.

 

한국 남자 골프는 대회 수가 줄기도
또 하나의 원인은 남자 프로 골프계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KPGA 투어는 한 때 한 해에 20개가 넘는 대회가 있었지만 보다 인기가 있는 여자 프로 골프에 기업스폰이 집중되는 등 여러모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2015년 대회 수가 12개까지 줄어들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대회 수가 줄면 총 상금액수도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너무 느슨한 한 해 스케줄 진행으로 선수들의 체력 관리, 경기력 유지가 힘들다는 분위기가 골프 관계자들 사이에 팽배해졌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 남자 선수들은 이를 타개할 대책으로 일본을 바라봤다. 모두들 앞다퉈 일본골프투어(JGTO)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응시하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그 결과 한 때 40여명의 선수가 한국과 일본 투어 양쪽을 병행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운동선수가 일반인들에 비해 은퇴가 빠름을 감안할 때 이제 KPGA 투어 하나만으로는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안정성과 프로 선수로서의 수명 연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KPGA 톱클래스 선수라 할 수 있는 2017년 상금왕 김승혁, 2018년 상금왕 박상현이전부 일본 투어와 병행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PGA 3부 투어 격인 PGA 차이나에도 우리 선수들이 몰리고 있다. 2019년 2~3월 치러지는 PGA 차이나 퀄리파잉에 80여명의 한국 국적 선수가 신청을 했다.

 

상금 규모도 수십배 차이나
반면, 해외 대회는 매년 상금이 증가하고 있다. LPGA의 경우 올해 총 상금은 7,055만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790억원이다. 대회 수도 2018 시즌 보다 1개 증가한 총 33개 대회다. PGA 는 페덱스컵 상금이 작년에 비해 무려 2배나 뛰었다. 보너스 상금을 제외한 총상금이 작년 3500만 달러에서 7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유러피언 투어의 상금 규모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2018년 상금왕 몰리나리는 410만889 유로(약 52억6000만 원)을 벌었다. 반면 작년 KPGA 상금왕 박상현은 7억 9천 정도였다.

 

큰 무대에서 기량을 닦고 성공하고파
상금 외에도 선수로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더욱 닦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한국에 머물러만 있다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모두 모이는 곳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높은 곳을 지향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박상현이 유럽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가 마음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CIMB 클래식, 더CJ컵@나인브릿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 등 여러 국제 대회에 출전한 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상현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서른 다섯이고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길고 체력 소모가 큰 유럽이나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대회에 나서는 것 자체 만으로도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유럽에 진출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무대에서 성공함으로서 따라오는 부와 명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성공한 현지에서 뿐만 아니라 고국에 돌아오면 더 큰 환대를 받게 된다. 당장 앞서 예로든 박세리가 그렇다. IMF시절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면서 영웅적인 존재가 됐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리타국이니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언어를 공부해 간다 하더라도 적응에는 시간이 걸린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가족, 친구와 떨어져 오래 지내다 보면 향수병도 생길 수 있다.
미국, 유럽의 경우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 대회가 열리는 곳 기후도 제각각이고 시차도 있다.

 

 

이에 해외 진출 선배인 ‘골프여제’ 박인비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정은6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세계 무대에서 통할 실력을 갖췄다. 미국 생활 적응에만 신경 쓰면 성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LPGA투어 생활이 고된 건 맞지만 최고의 무대다.”라며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을 권하기도 했다.
현재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인 박성현은 미국에 온 것이 후회가 되지는 않지만 향수병이 심했다며 그에 대한 조언을 했다. “내 경우 처음 LPGA에 가서 5, 6월 정도 됐을 때 많이 힘들었다. 집, 친구 생각도 났다. 외로움을 잊게 할 취미나 여가활동도 중요하다.”
이처럼 해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수많은 새로운 경쟁자들 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장벽과도 싸우며 성장하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 등 당찬 포부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곳으로 진출할 네 명의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해외에 발을 내딛는 것일까.
이정은6는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5년 연속 한국인이 신인상을 받는 것”이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미국 진출을 앞두고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했다. 그는 오전 5시30분이면 기상해서 밤 늦게까지 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현은 “일본과 유럽 투어 목표는 시드 유지다.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3개 투어를 병행하는 만큼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라고 말하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또 그는 “혼자 투어 생활을 해야 한다면 막막했을 텐데 친한 동료인 (박)효원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둘이 함께 다닌다면 어떤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유럽 무대를 누빌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고 해 박효원과 같이 유럽에 진출해 기쁘고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박효원은 “한 마디로 설렘 반, 걱정반이다. 유럽 무대는 퀄리파잉 경험이 전부지만 가고싶어했던 곳이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목표는 유러피언 투어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우승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건 빠르지만, 찬스는 있을것”이라며 유럽 진출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선우는 “연세대 계절학기를 다니면서 열심히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일단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진출의 목표에 대해 “초콜릿 기업인 메이지가 주최하는 메이지컵에서 부상으로 초콜릿을 받는 전미정 선수가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했다” 라고 대답해 순수하고 소녀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개인적인 목표는 각자 다르지만 네 선수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신인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것은 어려움도 있지만 설렘과 즐거움도 함께 한다. 해외에 곧 첫 발을 내딛는 네 선수를 비롯한 모든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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