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 8년 만에 PGA투어 첫 우승 ‘집념의 사나이’ 159번째 출전 만에 정상
골프가이드 2019-06-10 10:36:01

AT&T 바이런 넬슨은 PGA투어 대회 중 9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대회다. 이 대회는 지난 35년 동안 텍사스의 어빙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작년부터 트리니티 포레스트 골프 클럽으로 개최지를 옮겼다. 이 대회는 54번의 PGA 투어 우승과 5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인 바이런 넬슨을 기리는 대회로 1944년 첫 대회가 개최됐고 해당 년도부터 1955년까지 바이런 넬슨이 본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강성훈(32)이 마침내 PGA투어 첫 승을 올리며 개인 통산 5승(PGA투어 1승, KPGA 코리안투어 3승, 아마추어 1승)’을 거뒀다.
강성훈은 5월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파71. 7,558야드)에서 펼쳐진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790만 달러, 우승상금 142만 2천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강성훈은 공동 2위인 멧 에브리(36.미국), 스콧 피어시(41.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처음으로 PGA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1년 PGA투어 데뷔 이후 PGA투어 출전 159번째 대회만에 첫 우승이다.
강성훈은 이번 우승으로 2020~2021 시즌까지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다음 시즌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마스터스’ 출전권이라는 전리품도 챙겼다.
우승 후 강성훈은 “어린 시절 골프를 배웠을 때부터 타이거 우즈가 PGA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기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꿈을 이루게 돼 너무 행복하다”라며, “이번 우승으로 그 동안 힘들었던 것을 모두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고국 팬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 선수들이 PGA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 2의 고향 텍사스에서 올린 PGA 첫 승 ‘제주도 사나이’ 강성훈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서귀포에서 횟집을 운영한 부모덕에 골프를 배웠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까지 실현해서다. 미국 텍사스는 그에게 제 2의 고향이다. 강성훈은 2011년 PGA 투어에 진출한 후 이곳에 정착했다.
이후 아내 양소영 씨를 만났고 지난해 9월에는 아들 강건군까지 얻었다.
5월 13일(한국시간) PGA투어 AT&T 바이런넬슨) 최종 라운드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레스트GC는 그의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그 때문인지 강성훈은 경기가 벌어진 나흘 내내 편안해 보였다. 2라운드에선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10언더파 61타를 적어내기도 했다. 악천후로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세 시간만 자고 나왔음에도 그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내 편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했던 그가 결국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바이런 넬슨

 

그는 “대회 기간에 집에서 머물러서 컨디션이 좋았다”며 “아이와 아내, 친구들이 많이 응원했다”고 했다. 이어 “타이거 우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꾸던 꿈을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마침내 이루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로는 여섯 번째로 PGA투어 정상에 섰다. 최경주(8승)와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만이 거쳐간 자리다.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7년 김시우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경기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63계단 오른 75위에 오르며 ‘세계 톱100’에 입성했다.
강성훈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나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찌감치 한국 남자 골프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해 4월 한국프로골프 (KPGA) 코리안투어 롯데스카이힐오픈에서 우승하고 2008년 투어 신인상에 해당하는 ‘명출상’을 받으며 꽃
을 피웠다.
2011년 PGA투어에 진출한 뒤 그해 10월 칠드런스미러 클네트워크병원클래식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30개 대회에 출전하고도 투어 카드를 잃었고 2015년까지 2부 투어에 머물며 우승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듯 보
였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그는 2016년 PGA투어에 다시 입성했고, 2017년 셸 휴스턴 오픈 준우승, 같은 해 10월 CIMB클래식과 지난해 7월 퀴큰론스내셔널에서 3위에 오르며 우승 문을 두드렸다. 결국 투어 입문 9년차, 159번째 PGA대회 출전 만에 정상에 오르며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윙 버티려 ‘쇠’ 스파이크 사용한 강성훈의 ‘집념’
강성훈의 ‘집념’은 그의 스윙에서도 나타난다. 172㎝의 단신인 그는 PGA투어에서 생존하기 위해 장타가 꼭 필요한 것을 깨닫고는 이른바 ‘몸통 스윙’을 고안해 냈다. 팔과 겨드랑이를 밀착시키고 왼 어깨가 턱 밑으로 올 정도로 천천히 돌려 백스윙 자세에서 등이 타깃 방향을 볼 정도로 몸을 꼰 후 그대로 풀면서 스윙하는 자세다. 순간적으로 힘이 폭발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피니시 동작을 유지하기 어렵다.
몸통 스윙을 버티기 위해선 단단한 하체 힘이 필수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위해 ‘스파이크 리스’ 골프화나 ‘플라스틱 스파이크’를 쓰지 않고 쇠로 된 스파이크를 사용한다. 덕분에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97.6야드로 65위에 올라있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도 평균 294.5야드를 보내 대회 평균(294야드) 이상을 기록했다.
강성훈은 이날 3라운드까지 3타 차 리드를 잡고 4라운드에 돌입했다. 1번홀부터 6번홀까지 버디 5개를 잡은 에브리에게 한때 선두를 내줬으나 8번홀(파3)부터 나온 3연속 버디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14번홀(파5)부터 다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PGA 투어 우승

그의 성실성은 아버지 강희남(69)씨를 닮았다. 강씨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33세 때 서귀포에 큰 횟집을 열고 양어장을 운영했으며 지금은 커다란 채석장을 경영하는 뚝심의 사나이다. 강씨는 막내 아들이 골프를 하게되자 반드시 PGA 투어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아버
지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양어장을 팔았다. 강성훈은 “키가 작은 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잘 될 때도 있었고 잘 안될 때도 있었지만 강씨 부자는 한 번도 그 꿈을 의심하지 않았다. 영어도, 길도 모르는 강씨가 아들을 주니어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워싱턴 DC까지 운전을 하기도 했다. 1977년생 김미현의 아버지가 한 일을 1987년생 강성훈의 아버지도 똑같이 겪었다.
2008년 PGA 투어 Q스쿨에 응시했다가 낙방했을 때 강성훈은 눈물을 흘렸다. 강희남씨는 울고 있는 아들에게 “이렇게 나약해서야 어떻게 큰 무대에서 성공하겠느냐”고 했다. 이후 강성훈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1년 PGA 투어 카드를 땄지만 두 시즌 만에 자격을 잃어 2부 투어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강성훈의 스윙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거칠다. 2부 투어는 괴물 같은 장타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는 “2부 투어에선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거리를 내야 했다”면서 모질게 거리를 늘렸다. 2008년 270야드였던 강성훈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올해 297야드다. PGA 투어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키와 몸무게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 갑’이다.
최경주도 강성훈이 꿈을 잃지 않게 도운 버팀목이었다. 2013년 강성훈은 2부 투어에서도 하위권인 97등이었다. 자신감을 높일 뭔가가 필요했다. 그해 가을 강성훈은 한국에서 열
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최경주에게 물었다. 최경주는 흔쾌히 승낙했다. 강성훈은 그 경기에서 최경주의 3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 그린에 나가 강성훈을 포옹해줬다.
강성훈은 이를 발판으로 조금씩 성적을 올려 2016년엔 다시 PGA 투어 선수가 됐다. 강성훈은 이번 우승을 앞두고도 최경주에게 길을 물었다.
강성훈은 2016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2017년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역전패했다. 최경주는 “‘너 자신만의 골프를 해라. 지금까지 보여 준 골프의 반만 보여주고 한 라운드에 4타씩만 줄인다고 생각하라’고 얘기해 줬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159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후 가족과 함께 한 강성훈


강성훈은 술·담배를 아예 안 한다. 경기 후 현장 인터뷰 진행자는 “갈비를 좋아한다는데 우승 기념 파티를 하면서 갈비를 얼마나 먹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강성훈은 “내일 아침 6시에 트레이너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다음 대회를 향한 강성훈의 집념이다.
본 대회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한 강성훈은 최경주(49.SK telecom), 양용은(47), 배상문(33), 노승열(28. 군복무중), 김시우(24.CJ대한통운)에 이어 PGA투어 역대 6번째 한국인 우승자에 자리하게 됐고 2017년 5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우 이후 약 2년만에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경훈(28.CJ대한 통운)과 임성재(21.CJ 대한통운)는 MDF(최종
라운드 출전자 제한 규정)에 의해 4라운드에 나서지 못했고 배상문(33)과 김민휘(27.CJ대
한통운)는 컷탈락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6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원포인트 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