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업칼럼 - 우리 밥상, 먹거리는 안전한가
한은혜 2017-11-04 18:31:52

김용석 고문
(사)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

 

우리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먹거리를 구한다. ‘내가 사 먹는 이 먹거리가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기농 인증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생협을 통한 농식품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협회는 분뇨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농축식품을 먹거나 가축이 사료를 먹고 나면 분뇨가 생기고, 배설된 분뇨가 토양으로 환원되고, 토양으로 돌아간 분뇨에 의해 작물이 자라고, 또 인간이나 가축은 농작물이나 사료 작물을 먹고, 또다시 분뇨를 배설한다. 이런 순환체계가 자연순환 생태계이며, 이러한 농사가 자연순환농업인 것이다.

 

자연순환 생태계를 파괴한 고리는 분뇨다. 오늘날 분뇨 대신 사용되는 농자재가 화학비료다. 하지만 화학비료는 거름의 유기질을 먹고 사는 토양의 유익균까지도 다 죽여 버렸다. 화학비료 사용으로 유익균이 사라진 토양에는 해충들이 득세하게 되었고, 작물들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농약 살포가 일반화되어 버렸다.

 

‘화학비료 → 농약 → 화학비료 → 농약’의 악순환이 일반화되었고, 이를 인류는 관행(농업)이라고 부른다. 화학비료 농업이야말로 먹거리 불안을 상시적으로 야기하고 있는 주범인 것이다.

 

이러한 관행농업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농업이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축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유기물을 농자재로 쓴다는 원리는 같지만, 유기농업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유기농업은 일반화가 어렵다고도 한다.


그리고 보급이 더디다. 경제성에서 부담이 된다고도 한다. 인증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순환농업이 이러한 유기농업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분뇨는 값싸게 구할 수 있고, 자동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의 축산 지역에서는 분뇨 처리 문제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악취 민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실은 수질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 4대강 수질 오염의 주된 원인은 분뇨다.


4대강 오염이 더 악화되면, 다음 단계는 주민들의 질병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는 식수 논쟁이 한창이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기 어려워진 점 때문에 식수 논쟁이 유발되고 있다. 분뇨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들이다.

 

왜 분뇨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간주되고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는가? 서구는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분뇨를 폐기물로 다루었다. 수세식 화장실이 좋은 예다. 지금 서양은 물론 동양의 어느 도시도 수세식 변소가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데 분뇨가 폐기물인가? 동양에서는 예전부터 분뇨는 자원이었다.

 

예부터 분뇨는 ‘두엄’을 통해서 천연 비료로 사용되었다. 분뇨를 폐기물이라고 보는 서구적 시각 탓에 우리는 분뇨의 가치를 잃어버렸고, 분뇨 처리는 폐수 업체들의 일거리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의 자연순환농업은 표류하고 있다. 자연순환농업을 말하려면, 핵심 고리인 ‘분뇨’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분뇨’가 일반인들로서는 말하기 거북한 용어다.


“똥 얘기를 왜 하냐?” 이 점이 ‘분뇨’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또한 똥 치우는 사람은 상놈(?)처럼 ‘분뇨’를 다루는 일을 천시하는 시각도 많이 있다. 특히 품성이 고매한 지식인들은 분뇨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린다.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도 문제다. 우리나라 돼지 사육두수가 1,000만두라면, 1,000만두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는 ‘매년 분뇨 처리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정도의 단편적인 계획만 수립해서 시행했을 뿐이다.


특히 한돈업계는 가축분뇨 문제에 대한 책임이 크다. 한돈업자들이 분뇨 처리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유기농업, 친환경농업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싶다. 화학비료나 농약의 폐해에서 벗어나려는 ‘정농’ 정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농업인 것이 분명하지만, 당신은 지금 어떤 친환경 농자재를 사용하고 있는가? ‘분뇨’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도시민들, 특히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이 먼저 미래 대안농업인 자연순환농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가축분뇨 문제가 악취 민원이나 수질오염 문제 등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음에도 가축분뇨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월간 피그 2017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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