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은혜 2017-11-04 18:37:33

김용석 고문
(사)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

 

낙동강이 썩어가고 있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咸白山, 1,573m)에서 발원하여 경북-경남 일원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 본류의 길이가 525.15km에 달하는 남한에서 제일 긴 강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4대강 사업이 시작되어 낙동강에 8개의 대형 보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낙동강에서는 녹조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낯선 생물체의 출현으로 낙동강 수계의 주민들은 물론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부산-경남 지역의 식수 논쟁이 대통령 후보들 사이에 벌어졌는데, 당시 어떤 후보는 ‘지리산 식수댐 건설’을 공약할 정도로, 낙동강 수질 오염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로 방치되고 있는 듯하다.

 

낙동강이 그냥 이대로 썩어가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이 문제는 대구-경북-경남-부산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낙동강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부 환경단체들 외에는 듣기 어렵다.


생명의 본질인 강물이 온통 썩어 가고, 삶의 원천인 식수 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는데, 지역경제 발전이니 뭐니 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도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제라도 낙동강을 살리려는 노력이 지역사회에서 최우선적인 과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들을 일관되게 지적해온 박창근 교수는 지난 8월 10일 열린 ‘한국 강의 날’ 기념대회에서 발제문을 통해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한 10가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박 교수가 내놓은 ‘10대 과제’는 ▲영풍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봉화지역 소수력발전소의 생태계 단절, ▲안동댐 물고기 폐사와 식수원 오염, ▲영주댐 수질 오염과 무용론, ▲부산 대구 울산 취수원 이전, ▲낙동강 대형보의 수문 개방과 철거, ▲낙동강 수질악화와 식수원 위험, ▲낙동강 수생태계 파괴, ▲낙동강 하굿둑 개방, ▲각종 하천구조물에 대한 재평가 등이다.


박창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영풍석포제련소, 소수력발전소, 영주댐, 대형보, 하천 구조물 등 수질을 악화시켜온 설비에 대해서는 정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도 수질개선을 위해서 부분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천 오염의 주범인 ‘가축분뇨’ 문제가 박창근 교수의 처방에는 빠져 있다. ‘자연순환농업’을 이 땅에 뿌리내리려고 동분서주해온 필자는 10년 넘게 토양의 오염이나 수질의 오염 문제 등을 추적해왔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환경운동가들도 ‘가축분뇨 문제와 수질 오염’의 상관관계를 잘 모른다. 낙동강을 살리려면, 낙동강은 물론이고 낙동강 유입수에 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시각을 가진 환경운동가들을 본 적이 없다.


낙동강을 근원적으로 살리려면 낙동강이 잘 흐르도록 해야겠지만, 지천-하천으로부터 유입되는 수질 오염원을 차단해야 한다. 어려운 말인가? 낙동강의 재자연화가 필요하지만, 오염원의 근원적인 차단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2014년 11월 3일 당진시 대강당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홍장 당진시장 등을 비롯한 인근 아산, 예산, 천안, 청양, 홍성 등 5개 지역의 관계 공무원들을 포함해서 약 250여명의 도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삽교호유역 맑은 물 되살리기 도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삽교호는 4대강 사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삽교호 유입 하천에는 대형보 등 수질 오염을 조장할만한 구조물이 없다.


4대강처럼 대형 구조물이 없어도 오염원이 있으면 물은 당연히 오염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삽교호는 농수로 사용하기 힘들 정도인 6급수로 밝혀졌고, 삽교호 유입수 오염원의 89%가 ‘하수와 가축분뇨’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충남발전연구원의 이상진 연구원은 2014년 9월 5일 ‘유역별 하천 오염원 분석을 통한 수질개선 추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6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충남의 물환경 현황, 하천 유량 및 수질모니터링 분석, 오염원 현황, 수질 개선 방안, 정책 사안 등이 적시되어 있다.


충남지역 주요 하천의 수질개선 방안으로, 1) 강경천?하수관거정비사업, 가축분뇨 처리시설, 2) 석성천-가축에서 배출하는 축산계 오염물질, 버섯재배단지에서 배출되는 부숙 퇴비, 3) 천안천?하수관거 정비사업, 공공하수처리시설, 4) 매곡천?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공공하수처리시설, 5) 온천천?하수관거정비사업, 하천 유량 증가, 6) 당진천?공공하수처리시설, 가축분뇨, 7) 흥인천?가축분뇨, 8) 대천천?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9) 성환천-생활하수 및 가축분뇨, 10) 둔포천-생활하수 및 가축분뇨 등이 제시되었다.


가축분뇨와 생활하수가 하천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가축분뇨가 핵심이다.

 

충북발전연구원의 배명순 연구원은 2012년 10월 ‘충청북도 축산계 비점오염원 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충주호 상류 지역의 개발과제를 수행하던 배명순 연구원은 오염총량제로 묶여서 지역개발이 어려워지자, 오염의 원인을 찾아서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가축분뇨 처리 정책현황, 가축분뇨 처리시설 현황, 가축분뇨 관리체계의 문제점, 선진국의 가축분뇨 관리체계, 충청북도 축산현황, 가축분뇨 발생 및 처리현황, 가축분뇨처리시설 운영·관리현황, 충청북도 가축분뇨 처리체계 문제점, 가축분뇨 비점오염원 관리방안, 가축분뇨 관리 기본방향 등이 기술되어 있다. 요컨대, 가축분뇨 문제가 환경 문제와 매우 밀접하다는 논지다.

 

제주발전연구원의 강진영 연구원은 2012년 8월 12일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가축분뇨 적정관리 로드맵 수립’을 발표하였는데, 가축분뇨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가축분뇨 문제를 ‘환경 오염원의 정화처리, 자원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충남, 충북, 제주도의 연구기관처럼 낙동강 지역의 하천 오염에 대해서 대구, 경남북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조사 연구한 자료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지난 2013년 12월 16일 전주 MBC에서 방영된 ‘육식의 반란 2-분뇨사슬’ 프로그램은 가축분뇨 문제가 축산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었다. 축산 분뇨는 악취 민원을 야기하고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청색증이라는 질병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낙동강을 지금 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아마도 ‘주민들의 집단발병 사태가 예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기우인가? 낙동강을 살리려면, 수질 오염에 대한 진단과 원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드러난 오염원을 차단하고, 가두어둔 물을 흐르게 하면 낙동강은 살아날 것이다.

 

김구 선생이 민족지도자로 추앙받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민족 분단을 온몸으로 막아 나선 남다른 열정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통찰력이다.


김구 선생은 분단된 민족의 진로를 꿰뚫어 보고, 온몸을 던져서 부딪쳐나갔던 것이다. 낙동강을 살리려면 이런 열정을 가진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와야 한다.


특히, 지역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야 하고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주민들 삶의 문제를 푸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고 다양한 견해들을 조정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원칙적으로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의 같음과 다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정치인들만이 낙동강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필자는 보는 것이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한 열정을 가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서 본격적인 기구(협의체) 구성과 진단, 대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진단과 해법 등에 대한 입장이 다른 이들끼리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링’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인의 몫이다.

 

생명의 원천인 물을 살리라는 것은 국민들의 요구이고, 국민들의 심부름을 마다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썩은 물을, 낙동강을 이대로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월간 안전정보 2017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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