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생각하는 진정한 배려가 필요하다.
월간피그 2019-01-16 10:15:25

강화순 대표
사조동아원 생물자원사업부문

 

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들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배려심일 것이다. 밝고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다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배려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를 하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스스로 자문해 본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내준 배려의 사례가 가슴에 와 닿아 진정한 배려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에게 유용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배려는 그냥 상대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내 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의미가 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배려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행하는 것이다. 그것을 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즉 아무리 내가 좋은 의미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와준 일이라도 상대가 싫다거나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배려가 아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더 고려하는 것, 역지사지가 배려인 것이다.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며, 한자풀이를 하면 “짝처럼(配)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함(慮)”이다.
배려란, 상대를 생각해서 사소한 부분까지 상상력을 발휘하는 행동이며, 굉장히 창의적인 활동이며,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생각’단계에서 머무르며 구체적인 ‘행동’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실행하기까지는 큰 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작은 정성과 관심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이 모이면 나도 남에게 배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배려의 중요성과 배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래 사례들을 보면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진정한 배려를 했으면 한다.

 

이등병과 인사계
한 이등병이 몹시 추운 겨울날 밖에서 언 손을 녹여가며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대장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한마디를 건넸다.
“김 이병,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
그 이등병은 소대장의 말을 듣고 취사장에 뜨거운 물을 얻으러 갔지만, 고참에게 군기가 빠졌다는 핀잔과 함께 한바탕 고된 얼차려만 받아야 했다. 빈 손으로 돌아와 찬물로 빨래를 계속하고 있을 때 중대장이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김 이병, 그러다 동상 걸리겠다.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서 해라.” 신병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번에는 취사장에 가지 않았다. 가 봤자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혼만 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계속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년의 인사계 부사관이 그 곁을 지나다가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김 이병, 내가 세수를 좀 하려고 하니까 지금 취사장에 가서 그 대야에 더운물 좀 받아 와라!”
이등병은 취사장으로 뛰어가서 취사병에게 보고했고, 금방 뜨거운 물을 한 가득 받아 왔다.
그러자 인사계가 다시 말했다.
“김 이병! 그 물로 언 손을 녹여가며 해라. 양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 ”
소대장과 중대장, 그리고 인사계 3명의 상급자 모두 부하를 배려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정말로 부하에게 도움이 된 것은 단 한 사람뿐이다.
나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태도로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줬다고 혼자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자.
배고픈 소에게 고기를 주거나, 배고픈 사자에게 풀을 주는 배려는 나의 입장에서 단지 내 만족감으로 하는 허상의 배려이다.

 

금간 물 항아리
한 아낙이 물지게를 지고 먼 길을 오가며 물을 날랐다. 양쪽 어깨에 항아리가 하나씩 걸쳐져 있었는데 왼쪽 항아리는 살짝 실금이 간 항아리였다. 그래서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항상 반쯤 비어 있었다.
왼쪽 항아리는 금 사이로 물이 흘러내렸고, 오른쪽 항아리의 물은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던 어느 날 아낙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가서 물이 새는 저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로 쓰시지요."
아낙이 빙그레 웃으면서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괜찮아. 우리가 지나온 길의 양쪽을 보거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은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었지만, 네가 물을 뿌려준 왼쪽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과 생명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
잖아.”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고 나는 그 생명을 보면서 행복하단다. 너는 지금 그대로 네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란다. ”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의 조금 부족한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자기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은 금이 간 항아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한 항아리들 때문에 삭막할 때가 더 많다. 약간은 부족해도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드는 배려이다.

 

간호사와 사과
암(癌) 병동에서 야간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호출기로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나는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황급히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 한 개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그의 옆에선 그를 간병하는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나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얼른 사과를 대충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했다.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다. 그러자 예쁘게 좀 깎아 달라고 한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환자가 참 못마땅했지만,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다.
사과의 모양새를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아쉬워하는 그를 두고 나는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얼마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
며칠 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저를 찾아왔다.
“간호사님 사실 그 날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도 깨어 있었습니다. 그날이 저희들 결혼기념일 이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깎은 사과를 담은 접시를 주더군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져서 깎아 줄 수가 없어서 간호사님에게 부탁했었던 거랍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남편의 그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그날 사과 깎아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하염없이 흘렀다.
나는 그 새벽, 그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옹색한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녀가 울고 있는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그것으로 충분했노라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처한 상황이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살아가면서 매사에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보는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배려(配慮)는 짝‘배’, 생각‘려’를 합친 단어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며 배려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월간 피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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